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카카오톡이라는 앱이 처음 생겼을 때 나는 문자메시지는 공적인 용도로, 카카오톡은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요금이 부과된다는 이유로, 보낼 내용을 신중하게 생각한다. 반면 카카오톡은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라면 무료다. 때문에 내용도 더 가볍게 보낸다. 잘못 보내거나 변경된 내용은 다시 보내면 되니까.

최근에 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업무상 필요한 만남 외에는 장보는 횟수도 줄여간다. 자연히 만남 외에 대체할 수단을 찾게 되었다. 물론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는 전화 통화를 하면 된다. 그럼 특정 목적을 가진 사적인 만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카카오톡 사용이 이런한 이유로 빈번해지고 있다. 기계에 무심한 나는 요즘 카카오톡의 새로운(나에게만) 기능을 익히고 있다. 특정 메시지에 답변을 하거나, 사진이나 문서를 묶어서 올릴 수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대화창은 상단에 고정시킬 수도 있다. 나는 이런 기능을 이제야 알았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여러 명이 서로 의견 나누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익힌 내용들은 내가 여러 모임을 지속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물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없을 때 카카오톡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만남을 제공한다. 정해진 시간에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시간차를 두고도 이야기는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편리한 기능들로, 에세이 쓰기, 책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모임이 없었다면 외출을 자제하고, 하루 종일 육아를 해야 하는 지금, 나는 무기력한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같이 부대끼면서도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달라는 아이들의 부탁도 일말의 후회나 죄책감 없이 떳떳하게 거절할 수 있다.

"엄마, 오늘까지 글 올려야 해. 조금 더 손봐야 하는데."
"지금부터 책모임 하는 시간이야. 안방에 들어오면 안 돼."


호기심에 옆으로 오려고 하던 아이들도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엄마 시간을 인정해준다.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필사 엄마가 하는 모임을 따라서 아이들과 같이 필사한 노트를 공유하는 사진입니다.
▲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필사 엄마가 하는 모임을 따라서 아이들과 같이 필사한 노트를 공유하는 사진입니다.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최근 '필사하기' 모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각자의 책을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시간에 필사해서 카카오톡에 공유하기로 했다. 어느 날 내가 필사한 노트를 사진 찍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묻는다.

강물 : "왜? 사진 왜 찍어?"
나 : "에세이 쓰기 선생님들하고 필사도 같이 하기로 했어. 사진 찍어서 서로 공유하는 거야."


나는 필사 대화방이 나온 휴대전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마이산 : "우와. 나도 하고 싶다. 우리도 들어가면 안 돼?"
나 : "좀 곤란한데. 강물이랑 둘이서 하면 어때?"
마이산 : "안 돼. 적어도 세 명은 있어야 모임 같아."
강물 : "나도 하고 싶은데. 글씨 잘 쓸게. 안 될까?"


'친구 누구를 끼워서 같이 할까, 아니야 책 옮겨 쓰는 거 안 좋아할 걸, 엄마는 좋겠다.' 등등 둘의 대화가 내 귀를 간지럽게 한다. 나는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필사'라는 대화방을 개설하고 아이들을 초대한다. 그날 필사한 내용을 사진 찍어 공유했다. 알림음을 들은 아이들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뻐한다.

강물 : "멋있다. 앞으로 필사 더 열심히 할 거야."
마이산 : "나도 나도. 엄마, 우리 책읽기도 이렇게 할까?"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책읽기 강물이와 마이산 그리고 엄마가 읽은 책을 공유하는 사진입니다.
▲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책읽기 강물이와 마이산 그리고 엄마가 읽은 책을 공유하는 사진입니다.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대화방이 하나 더 생겼다. '강물이와 마이산과 함께하는 책읽기', 아이들은 그동안 독서노트에 읽은 책 제목을 적어두었다. 빠뜨리는 날이 많아 내가 확인을 해야만 하고, 그 확인은 잔소리가 된다. 아이들 휴대전화 속의 갤러리에 책을 찍은 사진들이 늘어간다.

아이들과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생겼다. 적당한 거리는 물리적인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면 아무리 부드럽게 이야기해도 잔소리가 된다.

저녁 식사 후 나는 테이블에 필사할 책과 노트를 펼친다. 열정적으로 놀던 아이들도 필사 책을 챙긴다. 단 한 마디의 말도 필요치 않다. 아이들 표정도 밝다. 그날 필사한 내용을 대화방에 공유하고 나면 아이들의 표정은 더 밝아진다.

아이들의 휴대전화 갤러리 안에 읽은 책과 필사책 사진이 서서히 늘어난다. 휴대전화를 가까이 하는 아이들은 거르지 않고 사진을 공유한다. 이런 방식의 휴대전화 사용은 중독이 되어도 반갑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