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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조선대학교 본관 앞에선 시간강사로서 받은 부당한 대우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서정민 박사 10주기를 맞이해 기자회견이 열렸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을 포함한 광주지역 교육 시민단체들은 "고서정민 박사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연구윤리를 확립하라"고 말했다.

2010년 고 서정민 박사의 죽음으로 인해 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시간강사법'이 2011년 발의됐고, 4차례 시행이 유보됐다. 이후 19차례 협의를 거쳐 합의안이 도출됐고, 2018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해야 하며, 3년 동안 재임용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방학 기간 동안에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 지급과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강사법 시행 이전에 강사들은 직장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강사법은 시행됐지만 대학의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강사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통해 대학의 교육과 학문의 자유를 활성화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시행된 강사법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년제 일반·교육대 196곳의 공시 정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교수가 아닌 강사가 담당한 학점은 14만 8814학점으로 19년도 1학기 13만 8854학점에 비해 수치상으로 7.6퍼센트 정도 증가했다. 강사법 시행으로 20년 1학기 강사들의 강의 기회가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16만 4689학점이었던 2018년도의 수치와 비교해보면 2019년과 2020년의 상황은 강사법 시행이후 더욱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강사법 개정은 2018년도에 예정돼 있었고, 이에 따라 대학들에서는 2019년 1학기에 이미 강사들의 학점을 줄였다. 19년 1학기에 비해 20년 1학기 강사 담당학점이 증가했으므로 강사법이 안착되고 있다는 해석은 착시에 불과하다.

교원제도의 정비는 강사법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공개채용을 통한 고용 기회 보장, 1년 이상 임용 보장, 3년 재임용 보장을 통해 강사의 안정된 지위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다른 직업을 겸직하는 겸임교수, 외부에서 초청한 초빙교수 등의 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시행령 제7조 3의 초빙교원 등에서 '특수한 교과'의 정의와 해석이 다른 점을 악용하여, 강사 대신 초빙교원을 채용하고 있다. 영남대는 이러한 제도의 모호성을 이용하여 8종류의 객원교원을 채용하고 있다.

객원교원, 겸임·초빙교원은 강사법이 보장하는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강사에게 주어지는 신분보장, 임금(방학 중 임금 포함)등의 법적 보장에서 제외돼 있다. 1년 이상 고용과 3년 재임용도 보장되지 않지만, 강사들보다 더 많은 수업시간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강사법 시행 이전에 시간강사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측은 대학의 모든 비전임교원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포함시켜 동일한 법령의 적용을 받는 방향으로 강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들은 강사를 줄이는 동시에, 전임교원의 강의시수 증가, 강의 통폐합 등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고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강사가 아닌 교수로 하여금 기존보다 많은 수업을 하게 하고, 수업 분반을 없애고 정원수를 늘리는 것이다. 대학들의 이런 방법이 고등교육의 질을 파괴하고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임교수의 강의시수 증가에 따라 교수피로도가 증가하면 교육의 부실과 연구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강좌가 통폐합되면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교과 개설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대처는 교수로 하여금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지도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고등교육의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대학수업의 변화 속에서도 강사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강사들은 전임교수와 달리 연구실 등의 교육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실하다. 온라인 강의를 위한 기본 장비가 부족하고 연구실이 없어 촬영 장소도 여의치 않다. 조교의 지원을 받지 못해 자료 개발과 수업을 위해 기존의 3~4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성균관 대학교는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 학습 활성화를 위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해놨지만, 그 혜택이 비전임교원에까지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부정적 미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은 온라인 강의를 활성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강사법 시행 이후 대학들의 사례를 볼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강사들의 해고와 구조조정이다.

학습의 차원에서 온라인 학습을 활성화 시키려는지 따져봐야 한다. 코로나 국면을 통해 대한민국 방역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이면에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 공무원, 그리고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대부분의 대학이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에서도 개인의 희생이 전제된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강사들의 희생이 뒷받침된다.

교육부는 하버드 대학교의 무크 시스템을 본받아 K-MOOK 사업을 진행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온라인 학습이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모습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대학 현장의 모습은 정말 그런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학생들은 정상적인 강의보다 배운 것이 적고, 어렵고, 평가방식도 적절치 못하다며 대학을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온라인 강의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일뿐, 상시화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비용의 절감 차원에서만 생각하기에 교육, 학문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사법 시행에 대한 후속 조치는 교육부에서 비교적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국립대와 같은 경우는 나은 편이다. 그러나 사립대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강사법 시행이후 다수의 사립대 소속 강사들이 해고당했다. 영남대학교의 경우 2018년 640명에서 2019년 1학기 500명, 그리고 2019년 2학기 300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1학기 들어서 20명의 강사가 새로 임용됐지만, 2018년의 절반에 미치는 숫자에 불과하다.

국립·사립 여부에 따른 강의료의 차이도 있다. 국립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시간 당 최저 9만 원의 강의료가 책정되지만, 사립대는 최고 강의료 수준이 8만 원에 불과하고, 5만 원 미만의 강의료도 많다. 표준 생계비 수준에 부족한 금액이기에 노동조합에서 해마다 임금 투쟁을 벌이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은 6만 원 미만의 강의료를 받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몇 년째 동결된 등록금이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시간강사의 임금은 연구비도 지원 받는 전임교원의 임금과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가 있다. 방학 중 임금도 년 4주치만 책정됐기에, 사실상 경제적으로 개선됐다 볼 수 없다. 이에 한교조는 년 4주가 아닌 22주를 기준으로 방학 중 임금이 지불돼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재정난을 해소하고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원 포함 강사의 보수를 증액시켜 시간제가 아닌 월급제 임금제도를 도입해 실질적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국공사립대의 강사 임금 차이를 줄이고, 강사의 임금을 표준생계비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은 강사들의 열악한 신분, 고용안정, 처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사립대의 경우 강사법 상 강사들은 교원의 지위를 얻었지만 대학에선 여전히 강사들에게 기본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총장 선거권, 학과 회의 참석권, 그리고 대학평의회 등에서의 참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교조에서 끊임없이 현장 점검을 요구하고 시도하고 있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쉽지 않아 제보나 민원에만 의지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강사들은 인사상 불이익 등으로 인해 제보하기가 쉽지 않고, 제보를 하더라도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경우에는 대학 자율성을 내세워 접근이 쉽지 않다.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6개월 단위로 강사를 자의적으로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었다. 법 시행으로 인해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마음대로 채용과 해고를 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시행 전과 초기에 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6개월 계약하던 것과 달리 최대 3년 임용이 보장됐다. 한교조는 대학과의 협상을 통해 재임용 탈락 최소화를 요구했다.

강사들은 4대 보험 중 직장건강보험을 제외한 3가지 보험만 적용받는다. 정부는 직장건강보험 자격으로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를 요구하는데, 6시수 원칙, 9시수 최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강사는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직장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한교조는 주당 15시간 근로시간에서 강사는 예외로 하는 방향을 교육부에 요청하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 비전임교원들은 착취받는 입장이었고, 그랬기에 비극적 선택을 낳기도 했다. 강사법은 그런 상황들 사이에서 논의되었다. 불완전했지만 결국 시행되었다. 시행 이전이 어떠했든지 입법이 되고 시행이 되었으면 대학들이 강사들에게 해왔던 착취나 불안정한 고용을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대학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학자들을 학문의 주체로 대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학 당국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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