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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희씨가 고공농성 355일을 마무리 하며 바람막이였던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김용희씨가 고공농성 355일을 마무리 하며 바람막이였던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 김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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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0일 강남역 철탑 위에 오른 김용희(61)씨가 355일 만에 삼성과의 싸움을 끝내고 5월 29일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는 1990년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다 해고되고 25년 동안 삼성을 상대로 복직 투쟁을 벌여왔다. 김씨는 '내가 죽든지 삼성의 사과를 받아내든지 그 전에는 철탑을 내려올 생각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20m 높이의 철탑에 올랐다.

철탑을 오르기 일주일 전부터 단식을 시작했고, 철탑을 오르고 나서도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 중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 사다리차를 타고 의료진이 올라갔지만 진료도 거부했다. 첫 번째 단식은 55일 동안 이어졌다. 단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구속을 촉구하며 두 번째 단식에 돌입했고, 세 번째 단식은 이재용 부사장이 '무노조 포기'를 선언한 날 이어졌다. 쉽지 않은 싸움이 계속되었다.

철탑 위는 발을 뻗기 힘들어 잠을 편하게 잘 수 없는 공간이었다. 마스크가 새카매질 정도의 미세먼지와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했고 겨울에는 핫팩 몇 개와 침낭 하나로 추위와 싸워야 했다.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유독 많이 내렸던 비와 태풍도 버텨내야 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한다. '내가 떨어져 죽으면 우리 가족들 보상비 정도는 주겠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들었다. 하지만 죽을 수 없었던 것은 동지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를 살리고자 강남역을 찾아오고 연대하는데 그들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 아픔 주지 말자'라고 버텨왔다.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김용희님을 지켜보던 박미희님의 눈물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김용희님을 지켜보던 박미희님의 눈물
ⓒ 김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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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아래는 김씨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아차 대리점 해고 노동자인 박미희씨는 매일 아침 기아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김씨가 있는 강남역 사거리로 향한다. 두 사람은 같이 투쟁하는 입장에서 서로 연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10시쯤 여러 단체가 준비한 도시락을 로프를 이용해 올려주었다. 핸드폰 충전기나 필요한 물품도 함께 올려주었다. 또 다른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씨는 4월 건강이 악화하여 천막을 떠나기까지 농성장을 지키며 김씨와 함께했다. 호주에서 달려온 조선아(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대위 연대 투쟁국장)씨는 남편과 자식을 호주에 남겨두고 이 싸움을 승리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김씨를 살리고, 삼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대를 이어왔다.

김용희씨를 살리기 위해 많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도 함께했다. 개신교의 목요기도회와 천주교의 토요기도회, 문화인들의 수요문화제 등 많은 시민단체의 연대가 이어졌다. 김용희 공대위는 기자회견과 언론 대응, 협상, 문화제를 주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온라인에서, SNS에서 그리고 강남역 8번 출구 아래에서 계속해서 연대가 이어졌다. 철거민과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회 모임), 삼성전자 서비스 해고노동자들도 함께했다.

김씨가 철탑에서 한 마지막 발언은 "이 큰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주신 동지 여러분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였다. 
 
 355일 만의 고공농성을 마무리 하고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오는 김용희님
 355일 만의 고공농성을 마무리 하고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오는 김용희님
ⓒ 김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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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마지막 협상은 4월 29일 시작해 5월 28일 타결되었다. 협상을 주도한 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대위 임미리 대표는 삼성이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김용희 님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명예 회복과 피해보상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씨는 철탑에 올라간 지 355일 만에 삼성의 사과를 받아내고 고공농성을 끝내게 되었다. 내려온 김용희씨는 마지막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라 경제가 어렵더라도 사람이 먼저라고 했던 말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철탑에서 내려온 김용희님
 철탑에서 내려온 김용희님
ⓒ 김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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