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기재난기본소득을 남들보다 늦게 신청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대리로 남편의 것을 신청했다. 가족들 각자 자기 것을 신청하고 나니 남편만 신청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남편의 생년 끝자리에 해당하는 날에 갔다가 대리인의 생년 끝자리 날에 오라는 말을 듣고 한 번 헛걸음 했다. 다시 나의 생년 끝자리에 맞춰 가서 남편 것을 신청했고 선불카드를 받아왔다. 그때까지도 신청하러 오는 사람들이 한둘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고 다음 주에 국가 재난 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한 주 뒤 다시 오프라인 신청 기간이 되었다. 잘 받아 잘 쓰자는 것이 재난지원금을 대하는 우리 가족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미 사용처도 계획해 두었다.

딸과 나는 1년 가까이 생머리였던 것을 파마하기로 계획했고, 이전에 자주 가던 음식점에서 몇 달 만에 저녁 외식을 하자고 계획했다. 그리고 아들의 여드름 치료비로 쓰기로 계획했다. 생각한 대로라면 모두 쓰고도 많이 남을 것이고 그것으로는 생필품, 쌀이나 고춧가루 잡곡류나 양념을 시장 마트에서 살 계획이었다.

요즘 시장에 가서도, 복합 몰에 가서도 결재할 때도 온통 국가 재난지원금 얘기들을 하며 카드를 꺼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큰 장바구니에 계산된 물건들을 주섬주섬 담고 안주머니에서 재난지원금 선불카드를 꺼낸다. 카드를 계산원에게 보여주며 물으면 친절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것도 되지요?"
"네,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 가능해요."

여기저기서 재난지원금 소리를 들으니 재난지원금이 국가적 이슈라는 생각과 함께 국민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 전 나는 직장 생활은 마감했고 우리 집은 남편 혼자 생계를 책임진다.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은 사실 뻔하다. 남에게 손벌릴 정도는 아니고 집 한 채 건사하며 아이들 공시 준비를 지원하고 생활비로 쓰기에 적당한 수입이었다. 그도 코로나 때문에 삐걱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우리까지 나서서 죽을 소리 할 만큼은 아니었으나 자잘한 인터넷 쇼핑도 줄이고 습관적으로 지출되는 것을 단속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조금은 마음을 풀어 놓고 쓸 수 있는 재난지원금은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재난지원금 카드를 수령한 날, 계획대로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다. 예전엔 자주 가던 집이었는데 마지막 방문 이후로 1년은 족히 지난 것 같았다.

장사가 잘 되는 동네 맛집이라서 지나치며 언제 다시 오자고 지나칠 때마다다 거듭 얘기를 주고 받았던 집이었다. 가족 모두가 이전부터 만족해하는 집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만족스런 포만감을 안고 나올 수 있었다.

딸과 함께 염색도 하고 구불구불 웨이브도 넣었다. 밖에 나갈 때도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남들 보기에 스타일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내 기준에 꼭 맞는 동네 미용실에 나는 만족한다. 미용실 주인은 한동안 찾는 손님이 없어 아예 문을 닫았었는데 이젠 좀 손님이 든다고 했다. 주인장은 손님이 있어 좋고 나는 가까운 곳에 갈 곳이 있어 좋았다.
 
안경점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안내 안경점 앞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 안경점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안내 안경점 앞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 장순심

관련사진보기

 
재난지원금 사용과 관련된 뉴스에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말도 들었었는데,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를 안 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 안 하고 미루던 것을 나처럼 이번 기회에 해보자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우습게도 길을 가다 빵을 잔뜩 사는 사람을 보면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재난지원금으로 먹고 싶던 것을 왕창 샀나보다."

시장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서도 말한다. 

"재난지원금 사용하려고 다들 오나 보다. 빨리 써야 하니까." 

마트나 대형 매장에 사람이 없어 한적하면 또 말한다. 

"사람들이 재난지원금 사용할 수 있는 재래시장으로 몰리나 보다. 재래시장은 사람이 넘쳤는데 여긴 한산하잖아."

매일이 재난지원금이 부여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코로나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부천 물류센터로부터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는 이후로 거리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럽다. 

2월부터 코로나가 내게 준 영향이 본격적이었던 것 같으니 이제 3개월이 지났다. 올 가을에는 더 강력한 놈이 온다는 말도 전해진다. 지금처럼만이라도 이렇게 일상을 유지하며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염려가 크다.

아직은 많은 걱정거리가 쌓여 있지만, 재난지원금이 한두 달 정도의 숨통을 국민들에게 준 것 같기는 하다. 경기도의 지원금과 국가에서 지금한 지원금을 사용하는 지금은 집안 경제나 생활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웃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고 받는 말이나 가게 문 앞에 붙어있는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팻말도 즐거운 상황임에 틀림 없다. 

당장 다음 달 외식을 하지 않아도, 반년은 넉근히 버틸 수 있는 파마도 이미 즐거운 변화를 맞이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들의 피부과 진료는 좀 더 해야 하겠지만 그도 괜찮다. 

누구는 재난지원금을 기부했다고 하고, 누구는 아예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부 의사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국가의 재정을 걱정하며 모두에게 주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에서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말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의견들이 있겠지만, 잘 쓰고 있는 나에게도 아직은 나라에서 주는 돈이 결코 자연스럽고 편하지는 않다. 이미 지급되었던 경기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 지급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시대가 또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다. 한 단계 산을 넘는 느낌이랄까. 거대한 시류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국가의 복지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해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다 쓸 때까지 감사의 마음으로 야무지게 잘 쓸 생각이다.

재난지원금을 기본 소득의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논의에 관심은 많지만 나까지 나서지 않아도 정책 입안하는 사람들이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코로나 관련 정부의 정책들에도 아직은 응원을 보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삶의 순간과, 책과 영화, 사회의 이야기를 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