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가로지른다.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가로지른다.
ⓒ 언플래쉬

관련사진보기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루종일 어딜 가든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니 갈수록 피로만 쌓이는 기분이다. 전보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빈도가 늘어났다.

부모님께서는 몸에 좋지 않다고 먹지 말라고 하신다. 나도 머리로는 알지만 이만큼 단시간에 체력을 보충해 주는 것이 없어 끊기가 어렵다. 결국 카페인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피로뿐만 아니라 살이 찌는 것 또한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었다. 늦게 끝나는 학원 시간 때문에 야식이 당연해져 버렸다. 게다가 운동 부족으로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는 내 몸은 살이 찌기에 아주 최적화 되었다.

결국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매번 실패했다. 이런 나에게 다가온 첫 번째 운동은 자전거였다. 초등학생 이후로 타지 않았던 자전거. 처음엔 단순히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학원에 갈 때 버스 대신 타면 조금이라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타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다이어트와 관계없이 자전거 타는 것이 점점 재미있어졌다.

걸어가는 것보다 빠르고, 버스비도 아끼게 되어서 이제는 꽤 먼 거리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내 다리는 지금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생 이후, 처음으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 된 나.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운동을 싫어하게 됐더라?'

어린 시절 나를 다시 생각해 보면,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학교 가을 운동회 달리기 대회에서 항상 반 대표로 뽑혔고, 수영도 상급까지 배우고, 줄넘기, 리듬체조 등 안 해 본 운동이 없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많은 운동을 배운다.   

하지만 그 이후론 급격히 줄어들면서 운동과 멀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다 그렇다. 중학교에서 그나마 운동과 관련 있는 활동은 댄스 동아리뿐. 자진해서 농구, 배구, 특히나 야구와 축구 등의 운동을 시작하는 여자아이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그나마 남여 모두 같이 운동장을 사용하며 술래잡기, 경도(경찰과 도둑), 얼음땡, 지탈(지상 탈출) 등 여러 놀이를 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농구장과 축구장은 남자아이들 차지였다. 여자아이들은 벤치에 앉아 구경을 하거나 응원하는 것이 대부분.

하지만 나는 여자아이들의 운동 욕구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것을 느낀 건 바로 작년 여름에 있었던 중학교 체육대회에서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작년 여름, 처음으로 여학생들을 위한 경기가 생겨났다.

벤치에 앉아 남학생들의 경기만 응원하던 우리에겐 꽤 생소한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종목별 팀을 짜고, 다른 반과 경쟁한다는 것을 인지하자, 어느새 반 전체가 경기에 대한 열기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속한 종목은 농구였고, 학교 수행 평가 때 빼곤 농구를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고, 상대 팀을 막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어 턱까지 차올라서 모두 헉헉거려도 눈빛만큼은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우리 반은 3학년 여자 농구팀 중 일등을 하게 되었다.
 
 여학생들과 운동장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여학생들과 운동장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 언플래쉬

관련사진보기

 
한 반씩 차례대로 이겨나가며 새로운 기록을 세울 때마다 모두 정말 기뻐했다. 우리는 경기에 진지했고, 체육 시간에 따로 시간을 내어 연습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모두 운동하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내가 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졌고, 무언가 끈끈히 묶인 소속감이 느껴졌다. '이래서 남자아이들이 운동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도 운동이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모두 이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공유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경기 때 그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하기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이 행복을 중학교 마지막 학년에서야 다시 느끼다니...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왠지 뭉클했다. 이 아이들은 이런 즐거움을 왜 이제서야 다시 알게 됐을까?

아무리 반별로 붙은 경기라지만 운동에 정말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아직도 운동장을 죽어라 뛰던 나를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흥분된다. 그렇다. 운동은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만 생각하기 때문에 점점 운동이 싫어지고 일처럼 느껴지는 것뿐이다. 운동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일상생활에서 생활화하면 몸이 더 건강해지고, 삶에 활력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운동을 왜 해?'라는 생각이 굳혀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편견을 깨주겠는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이 재미를 알 수 없다. 내 친구들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도 참 별나고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친구들에게 운동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소용없다는 걸 나는 안다.

여자아이들은 원래 운동을 싫어하지 않았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함께 뛰놀던 우리,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여학생들은 언젠가부터 운동의 세계에서 배제되고 있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운동장은 남학생들 거'라는 인식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서서히 박히기 시작했다.

올해 여자고등학교로 배정받는 나는, 이제부터 운동장의 주인이 여자아이들이 된다는 게 참 마음에 든다. 이제 나와 같이 운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축구와 농구를 하며 운동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엔 여자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아닌 거친 숨소리와 '야. 패스!'라는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힘차게, 학원으로 향하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을 좋아하고, 그림도 사진찍는것도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여고생입니다.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