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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 화폐 카드를 잃어버렸다.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카드가 없었다. 다시 온 길을 따라 되돌아가 보고, 상점에 분실 카드가 들어왔는지 물었지만 없었다.

우선 카드 분실 신고를 했다. 분실 신고만 하면 카드 사용이 중지되고 카드 재발급을 신청한 후에는 이전 카드를 찾아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룻 동안 집에서 다시 구석구석 찾아보았다. 가끔은 잃어버린 물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불쑥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도 눈에 띄지 않기에 카드 재발급을 신청했다. 신청하자마자 통장에서 카드 발급 비용 2000원이 빠져나갔다. 첫 카드는 무료 발급이지만 추가 카드는 비용이 청구된다. 

처음 카드를 신청했을 때는 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의 신청 시기와 맞물려 이십 일이 지나서야 카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신청자가 조금 줄어서인지 재발급 카드는 바로 다음날 발송되었고 신청한 지 이틀 만에 받았다. 카드를 발송할 때도, 카드를 받고 난 후에도 카드를 받은 후 등록하라는 알림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지역화폐 카드앱을 열었고 첫 화면에 뜨는 대로 새로 받은 카드를 등록했다. 이것이 오랜 기다림과 초조함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분실카드의 금액이 이동하지 않았다

카드는 새로운 카드로 등록되었고 내가 갖고 있던 카드, 그러니까 분실된 카드에 있던 금액은 새로운 카드로 옮겨지지 않았다. 잃어버린 카드에는 내 몫으로 받은 재난기본소득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세대주가 한꺼번에 신청할 수 있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달리 경기도에서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은 남편과 내가 따로 신청해야 했다. 뒤늦게 카드를 발급받고 신청한 나의 재난기본소득은 아직 소진되기 전이었다. 분실된 카드에 든 재난지원금은 환불 받을 수도 없다. 게다가 생활비로 사용하려고 카드에 이미 한달치 생활비를 충전해 둔 터라 카드에 든 금액은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카드로 돈을 옮길 수 있을지 앱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처음부터 분실 카드에서 카드를 등록했다면 자동으로 돈이 새 카드로 옮겨 간다고 쓰여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소용없는 일이었다. 혹시 내가 빠뜨린 게 있는지 앱을 훑어보고, 다시 찾아보았다. 그래도 돈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경기 지역화폐 앱에 나와 있는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상담문의가 많아 ARS를 통한 분실신고 등만 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뜻이었다. 상담문의가 많아서 기다리라는 것도 아니고 아예 상담원과 연결이 안된다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정부의 재난지원금 때문에 바빠서 그런 것이라 이해했다. 그리고 앱에 있는 1:1 문의를 남겼다. 새로운 카드를 등록했는데 이전 카드에 있던 금액을 옮기고 싶다고. '자주 하는 질문'을 찾아봐도 거기에 대한 답은 없었다.

대답 없는 고객센터

고객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고객센터 1:1 문의 글을 올린 후 평일 기준 4일을 기다렸다. 그동안 1:1 문의에 대한 답이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앱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카드를 삭제하면 될까 싶어 새로 등록한 카드를 삭제했다. 다시 등록하려고 하니 삭제된 카드는 등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카드 삭제 기능을 왜 만들었을까?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잘못 등록하는 경우 말고는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애초에 재발급 받은 카드를 등록할 때 새로운 카드로 등록하면 안되고 분실된 카드로 가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공지해주었더라면 나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을텐데 싶어 답답했다.

일주일쯤 지난 후 더는 소리없는 고객센터의 답을 기다릴 수 없어 고객센터에서 안내하는 정부 지원금 안내 전화로 걸었다. 그쪽은 상담원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대기 시간이 얼마가 되어도 좋다는 마음이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자동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이번에는 카드 발급 업무를 하는 코나 카드의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대기 시간이 길어 통화조차 할 수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으려고 앱을 다시 뒤졌다. 처음 분실한 카드는 이미 재발급이 신청된 상태고 재발급 받은 카드는 삭제되어 재발급을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새 카드를 받을 수 없는 건가? 분실 카드의 금액은 어떻게 되는 거지? 고객센터 상담원과 연결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카드가 동봉되어 왔던 종이를 다시 펼쳐 꼼꼼히 읽었다. 지역 화폐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전화하라는 시청 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로 전화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에게 하소연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이쪽 저쪽 몇십 통의 전화 끝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차저차 새 카드를 발급받고 싶은데 방법이 없더라고 얘기를 했다. 전화 저쪽에서 지친 목소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재발급 받은 카드를 새로운 카드로 등록해서 금액이 이동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내가 하려는 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새 카드로 등록된 카드를 삭제했고 다시 카드를 신청하려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까지만 말했는데. 나와 같은 민원자가 얼마나 많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상대의 지친 목소리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객센터 상담원은 커녕 앱에서 1:1 문의한 것에도 답이 없어 하도 답답하여 전화했다고 말했다. 시청 직원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내 전화번호와 주민번호 앞자리를 적었고 고객센터 측에 전하겠다고 했다. 요즘은 고객센터 측에 처리 시간이 길어 답변에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다. 전달 받으면 고객센터 쪽에서 내게 연락이 갈 거라고 했다. 일을 처리하는 데 일주일도 아니고 전달하는 데 일주일? 나는 민원 사항을 그냥 전달만 하는 것인데 왜 주민번호까지 필요한지 역시나 의아했지만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역시 고객센터에서는 연락이 없었지만 앱에 새로운 기능이 오픈되었다는 공지가 떴다. 카드 간 '돈 옮기기' 기능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자세히 보았다. 우리가 새로 받은 카드를 삭제하지 않았더라면 돈을 옮길 수 있었겠네, 이런 기능이 왜 이제야 생긴거야, 아쉬워 하면서. 하지만 그 기능은 재발급된 카드를 갖고 있어도 사용할 수 없었다. 분실 신고된 카드에서는 금액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같은 지역의 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을 때 하나의 카드로 돈을 통합하는 기능이었다. 나는 재난지원금 때문에 바쁜 이 시국에 이런 사족 같은 기능이 왜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여러 장의 카드에서 금액을 옮길 수 있다는 말은 카드를 여러 장 신청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동안 나는 카드를 한 장밖에 신청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새로운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카드를 다시 등록한 지 보름만에... 카드가 살아났다

나는 당장 새로운 카드를 신청했다. 카드 신청 비용이 또 들어갔고 3일 후 새로운 카드를 받았다. 분실카드에 대한 재발급만이 답이라고 여겼기에 혹시나 새로 신청한 카드가 대신 등록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일말의 불안이 있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했다. 앱 첫 화면의 '카드 등록하기'가 아니라 설정으로 들어가 '카드 분실신고/재발급 신청'을 클릭하고 카드를 등록했다. 그랬더니 거짓말 같이 금액이 새로운 카드로 옮겨졌다. 남아 있던 재난지원금까지. 

왜 여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보름동안 속앓이를 했을까 아쉬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앱에 있는 구멍들을 보완하고 수정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카드를 재발급 받는 경우 안내 문자를 주거나, 앱이 열릴 때 팝업창을 띄우면 나처럼 헤매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게다가 고객센터나 시청의 담당부서 업무도 확연히 줄어들 테고. 
 
 재발급 카드 등록할 때는 분실신고 카드로
 재발급 카드 등록할 때는 분실신고 카드로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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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하는 오픈뱅킹이 대세가 되기 전 인터넷 뱅킹을 주로 했다.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을 네 번 틀리면 식은땀이 났다. 다섯 번 틀리면 은행에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은 그때만 해야하는 게 아니었다. 분실 카드를 재발급 받고 카드를 등록할 때도 긴장해야 한다. 아직은 새로운 문물에 밝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지역화폐 카드앱을 사용하다가 낭패감을 맛봤다. 요즘 무인 결제가 늘어나면서 키오스크(Kiosk) 결제기 앞에서 작아지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들

이번 일을 겪으며 몇 가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첫째는 앱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어이없는 실수라 해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주면 좋겠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우의 수를 더 생각해 주시길. 둘째는 자주 일어나는 민원에 대한 빠른 피드백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객센터의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앱에 있는 작은 틈이 보완되어 더 완벽한 가이드가 되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셋째는 고객센터의 대응방식이다. 상담이 많아 ARS로만 기능하게 한다는 것은 고객센터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ARS로 하는 것은 모두 앱으로도 할 수 있는 기능들이고 주민번호와 카드 번호를 일일이 눌러야 하니 앱보다 오히려 더 불편하다. 또 상담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1:1 문의에 답하는 인원은 최소한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시청에 내 번호를 남긴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 없음은 물론 1:1 문의는 보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답변대기' 상태이다. 

카드를 분실하고 보름간 속앓이 해보니 재발급을 받으면 카드 등록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알겠다. 순간의 실수로 카드 발급 비용을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카드에 들어있는 지원금을 기간 안에 사용하지 못할까봐 마음까지 졸이게 된다. 하지만 역시나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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