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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문 대통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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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위기 좋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좋았다는 평과 달리 서로 주고받은 발언들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특히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과 관련,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문제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입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탈원전 정책 등 주요 현안마다 정부·여당과 다른 입장의 '견제구'를 던졌다.

[원구성 협상, 그리고 법사위] "대화와 협상" 강조했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6월 8일로 다가온 원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해진 시간에 국회가 개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가 '협조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태도에 달렸다"는 점을 부각했다. 법사위·예결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원구성 협상에 본격 돌입한 여야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께서 두 원내대표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들이라 기대가 크고, 국회법에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국회가 개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시자 주 원내대표도 협조하고 싶다고 하셨다"라며 "이번엔 날짜를 지키자고 저도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진행된 브리핑에서 주 원내대표는 "(코로나 사태)국가 위기 상황이므로 가급적 시간을 지켜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험에 의하면 서로 주장하다가 80일 넘게 끌고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구성은 의장단을 뽑고 상임위를 배정하는 과정인데 상임위 배정이 안 되면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할 수 있다. 야당으로선 협상력이 떨어지므로 국회의장을 뽑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라며 "그래서 (여야)합의에 이르면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제기되는 '상임위원장직 독점' 카드에 반기를 든 발언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한 견해도 대립됐다. 김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폐기 처분된 것만 56개"라고 한 반면, 주 원내대표는 "양원제가 있는 외국의 경우 법제 심의가 강화된 데 비해 우리 나라는 상임위 통과 법안들이 완성도가 높지 않아 위헌 법률과 관련 사회적 비용이 높다"고 반박했다.

[3차 추경] 주호영 '신중론'에 문 대통령 "IMF조차 이해 못해"

김 원내대표는 "추경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라고 짧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통 국회가 추경을 주어진 회기 안에 충실하게 심사하는 게 아니라, 정치현안으로 시간을 보내고, 회기 마치기 직전에야 부랴부랴 예결위를 열어, 대부분 마지막 날 12시에 통과시키는 이런 모습 아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추경 통과) 결정은 신속히 내려달라"라고도 주문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3차 추경 추진에 대해 꽤 긴 '신중론'을 피력했다. "한 해 들어 세 번이나 추경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라며 "추경이 필요하면 어느 항목에 추경이 필요하고, 효과는 무엇이고, 재원 대책은 어떤 것인지 국민들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라는 것.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달라"라는 게 그의 요구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야당으로서 당연한 요구"라며 "추경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재정 건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국가 부채가 40%를 넘어서면 어렵다는 주장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때 (대통령이) 한 적도 있다"라고 언급한 주 원내대표는 "지금 3차 추경까지 하게 되면 국가부채비율이 46.5%를 넘어서서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 IMF조차 '한국은 재정여력이 있는데 왜 확장재정을 안하느냐'고 이해를 못했다"라며 "다시 성장이 회복되어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라고 반박했다. "2/4분기를 지나 3/4분기 정도에는, 빠르게 U자로 가는 것인데, U자형이 아니더라도 아래가 좁은 V자에 가깝기를 바란다"라고도 부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분모를 높여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라고 첨언했다.

[7월 공수처 출범] 주호영 "검찰 통제 수단으로 공수처 만들려는 것이라 봐"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7월 공수처 출범' 협조 요청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법안 같은 것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며 "저는 공수처법에 대한 제 입장, 공수처장에 대한 당의 입장,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3년째 임명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결론은 '공수처 반대'였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공수처법은 여당이 하려는 법인데 많은 국민들과 저희 당은 검찰 통제 수단으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며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 때도 (논의 시한인)180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58일 부족했음에도 정의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서로 연관돼 통과된 절차상 의혹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추천하는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은 야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이다,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임명 안 된다는 것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해서는 "민주당 측에서 공수처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이 필요없다고 돼 (임명이) 지연돼 왔는데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조속히 채워지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에 대해 "대통령께서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수 있으니 같이 둘지 특별감찰관을 없앨지 국회의 논의를 바란다', '특별감찰관 임명도 양당에서 협의해 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다만, 김태년 원내대표는 "사실상 야당이 (공수처장 임명에)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서, 주 원내대표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본인도 적극 협조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7월 공수처 출범' 가능성에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 관련 대화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도 주 원내대표의 전언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강민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관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의)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권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특별감찰관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라고 주 원내대표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 주호영 "신한울 3, 4호기" 요구에 문 대통령 "예비율 30% 넘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을 두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신한울 3, 4호기에 7000억 원이 들어갔다"라며 "'2080년까지 서서히 원전 비율을 줄인다'라고 (정부가 추진)하는데, 신한울 3, 4호기를 건설하지 않음으로서 원전 산업 생태계가 깨지면 외국 수출에도 지장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원전의 안전 문제', '부품 수급 문제', '원전 지역의 어려움' 등을 거론하며,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신한울 3, 4호기를 건설)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칼 같은 탈원전이 아니다"라며 "이미 공론화가 끝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에너지 공급이 끄떡없어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란 점을 지적하며, 추가 원전이 불필요하다고 대응했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원전비중이 13%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다. 국회 산자위원장 출신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원전 상황 등에 말을 보탰다고 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 의제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면 그리고 특임장관] 주호영 "내가 특임장관 해봐서 아는데..."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모두 "사면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사면의 필요성을 에둘러 피력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도 말씀하셨고, 대통령의 통(統)자도 '통합(統合)'할 통 자"라며 "진정으로 국민통합에 나서 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는 "통합의 요체는 공정과 법치주의"라며 "공정하게 법치가 작동될 때 국민이 동의하고 통합이 이뤄지는데, 적폐청산과 관련해서 상대편에는 가혹하고 내 편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하는 건 일반 국민의 정의 관념에 맞지 않다"라고도 주장했다. "수사기관‧대법원‧헌법재판소의 구성도 중립적이지 못하다"라도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과거 민주화 대 독재 대결 구도는 끝난 지 오래"라며 "그런데 적대감을 갖고 있고, 상대가 타도 대상이다. 이걸 벗어나자면 이제 한 페이지씩 넘어가야 한다"라고 국민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주 원내대표는 "사면 이야기를 정식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국민통합과 협치의 환경조성이라는 부분으로 말씀드렸다"라고 갈음했다.

또한, 그는 '통합'과 '협치'의 수단 중 하나로 정무직 '특임장관'을 부활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 본인이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 출신이다. 그는 자신이 특임장관 시절 경험을 꺼내며 "특임장관실에서 정부제출 법안을 관리하니 통과율이 무려 4배가 늘었다"라며 "(특임장관실 예산) 몇십 억으로 (정부제출 법안 통과율이) 4배 늘 것 같으면 상당히 효율적인 것 아니냐"라고 제안했다.

[윤미향] 직접 거론 안 됐지만 외교 의제로 의견 교환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공개 비판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윤미향 민주당 당선자에 대한 우회적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전 정권(박근혜 정권)에서 (2015년 12월 한일)합의가 있었는데 이 정권에서 합의를 무력화했고, 그 과정에서 보상과 관련한 할머니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윤미향 사건도 나온 것이라고 대통령께 말씀 드렸다"라고 전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윤 당선자에 대한 수사 촉구나 이런 건 시간적 문제도 있어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도 "윤 당선자에 대한 얘기는 주제나 의제가 아니었다"라며 "외교 문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오찬 내내 윤 당선자의 이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주 원내대표의)질문 자체가 정의연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오늘에 이른 과정을 길게 설명하며 답변했다"고 전했다.

태그:#문재인, #주호영, #김태년, #삼자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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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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