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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서비스업종, 여성, 20대... 코로나19 속 '노동재난 종합세트']

*이 글은 경기도 소재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여성 A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보육교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지금 나에게 떠오르는 것은 누구나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 박봉, 여자들만 하는 직업... 사실 내가 처음 보육교사를 선택했을 때 보육교사라는 직업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는 것이 보람되고 좋아서, 그리고 학교선생님은 아니지만 교육자라 생각하여 선택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연차가 쌓일수록 대우가 나빠지는 게 기분 탓은 아닐 거다. 심지어 연차가 쌓일수록 민간어린이집에는 연봉 때문에 취업조차 어렵다. 일해보니 이 직종에 남성들이 거의 없는 이유도 결국 박봉에 여성들만 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그런 악조건들이 당연해졌다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보육교사들의 99%이상이 여성들이다.

8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것은 보육교사들은 분명히 4대 보험에 가입되어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불안감은 프리랜서나 특수고용노동자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노동자인데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어떤 방식으로 침해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익히 알고 있듯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가장 먼저 질타를 받는 대상은 보육교사인데 심지어 원장이 잘못해도 보육교사들은 해고위기에 처한다.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은 코로나19가 터지자 부모,형제,친지와도 왕래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타지역간 이동이나 여행은 꿈도 못 꾼다. 나 또한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 아빠, 언니, 동생을 못 본지 3달이 되어간다.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누가 알아주느냐고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도 걱정되고 혹여라도 내가 감염되면 보육교사 전체의 평가절하로 이어지는 것이 두렵다. 실제로 나뿐만 아니라 많은 보육교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의 주체'가 될 때 말고 '우리의 문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욱 온몸으로 와 닿았다.

"보육교사의 건강권은 누가 책임져주나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사회는 보육교사를 제대로 된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보육교사를 제대로 된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 사회, 긴급돌봄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량에 대한 해결 없이 '질 좋은 돌봄'을 바라는 것은 허상이다. 지금이라도 긴급돌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과 보육교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사진 무관)
 코로나19 이전부터 사회는 보육교사를 제대로 된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보육교사를 제대로 된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 사회, 긴급돌봄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량에 대한 해결 없이 "질 좋은 돌봄"을 바라는 것은 허상이다. 지금이라도 긴급돌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과 보육교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사진 무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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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이후 보건복지부에서는 부모가 긴급보육 신청 시 무조건 어린이집에서 받으라고 지침을 내렸고 그 때문에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일하는 교사 수는 줄었는데 무조건 받으라니... 게다가 우리의 안전에 대한 지침은 어디에도 없었다. 3월부터 동선공개를 하라는 원장들이 대부분이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과 어린이집만 가고 있다. 퇴근할 때 "우리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만나요~"가 일상적인 인사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이렇게 우리의 건강과 안전은 결국 원아들의 건강과 안전으로 직결된다. 점점 개원이 늦어지면서 해고, 연차사용 압박, 무기한 휴직, 취업유예... 모든 것이 오늘 당장 일어날지 모르는 생존의 위협이었지만 일단 긴급보육을 신청한 아이들은 돌봐야 했다. 국가에서 지급한 마스크지원금으로 마스크 한 장 사주지 않던 원장은 그와중에도 한 명의 원아라도 놓칠세라 선생님들에게 각 가정에 방문하여 선물을 돌리게 했다. 어떤 집에서는 문 앞에 놓고 가시라는데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차올랐다.

정부에서 긴급보육에 대한 지침이 내려오자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하루 종일 아이를 보게 된 부모들이 점점 긴급보육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육아가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서 보육교사들도 평소보다 훨씬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집단시설에서 이런 시국에 원아를 무조건 받는 것은 사실 겁이 났다. 지침대로 손을 잘 씻고 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의무로 착용하고 손 소독을 수시로 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은 답답하여 오래 쓰고 있기 힘드니 벗게 해달라며 강제로 쓰게 하면 아동학대라고 교사에게 으름장을 놓기까지 한다.
       
이런 당연한 것마저 실랑이해 가며 아이를 돌봐도 만약 보육교사가 감염되면 해고를 당하거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재감염위험이 있어 원장들의 블랙리스트에나 공유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체 보육교사들의 건강권은 누가 책임지고 보호해주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쓰는 게 많아 힘든데 남은 맥마저 빠진다.

이외에도 보육교사로서 겪는 불이익은 참 다양하다. 그 많은 불이익 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페이백인데 사실 페이백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하게 생긴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이후 보건복지부에서는 개원이 늦어져도 지원금을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원장들을 거치면 소용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원장님은 페이백(어린이집 원장이 교사에게 급여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돌려받는 관행으로 서류상으로는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행태를 가리킴. 주로 근무일수나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줄여 이에 상응하는 급여를 돌려받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다른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동료교사는 4대보험은 그대로 내줄테니 출근하지 말고 한 달치 월급을 그대로 원장에게 페이백하라 요구받았다고 한다.

이런 페이백 문제는 보육교사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고질적이면서도 심각한 문제이고 이제는 만연해진 원장갑질 중 하나이건만 보건복지부에 말해도 별 소득이 없었다. 신고할 거면 내가 일하는 어린이집, 내 이름을 대라는데 이 일을 아예 그만둘 각오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노동조건'을 원장의 인성에 기대야 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긴급보육을 실시했다. 보육교사들은 정부 지침대로 어린이들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도하고 있고 열 체크도 하며 방역에 힘쓰지만, 추가된 업무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진것을 체감하고 있다. (사진무관)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긴급보육을 실시했다. 보육교사들은 정부 지침대로 어린이들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도하고 있고 열 체크도 하며 방역에 힘쓰지만, 추가된 업무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진것을 체감하고 있다. (사진무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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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보육교사로서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그동안 있었던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달라진 점을 찾자면 우리가 내내 불합리하다 주장하고 변화시키려고 했던 상황이 더 가혹해지고 처참해졌다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직업 중에서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조건이 나빠지고 질타만 심해지는 직종이 또 있을까 싶다. 아이들의 교육은 시대가 갈수록 점점 중요해지는데 왜 이를 책임지는 주체인 우리의 노동조건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넘치고 여성다수직종이라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같은 상황에서 집에서 양육해야 할 영유아가 있다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 또한 어린이집이다.

언제까지 원장의 인성에 기대어 노동조건을 완화할 수 있길 기대해야 하는지 앞이 막막하다. 보육교사의 절대 다수인 여성노동자들은 임금 차별에, 필요할 때 휴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남성처럼 생계부양자라는 인식이 있다면 과연 우리에게 페이백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는다 하지만 해고도 쉽고 은밀하게 원장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취업방해가 이뤄진다. 우리는 그것이 두려워 평소 불합리한 상황에도, 심지어 재난상황 속에서도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기조차 어렵고 이는 고착화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까지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이는 우리를 온전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자이자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는 교육자다. 어린이집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원장자격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육의 공공성을 말하면서도 사실상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기대려는 안일한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이 결국 아이들의 보육의 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제발 더 이상 보육교사의 인내와 희생에 기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일상적인 상황보다 높은 노동 강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긴급돌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과 더불어 보육교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2월27일 정부는 전국 어린이집 휴원 명령 후 긴급돌봄을 대책으로 내놓았는데 긴급돌봄 이용률은 당시 10%였다가 4월에는 57%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긴급돌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감염위험 수준별로 긴급돌봄을 재정립하고 공간 운영에 대한 지침을 새로이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코로나 뿐 아니라 언제든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곳이 어린이집인 만큼 지속가능한 방역체계가 구축되고 재난상황에서도 육아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줄여야하며 사회적 거리 유지, 보육 및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 이번에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어느 때보다 보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보육의 일선에 있는 보육교사가 더 이상 돌봄 영역에서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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