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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 잊혀지는 그 날의 사건을 되짚어 봅니다.[편집자말]

2019년 5월 28일 새벽, 30대 남성 A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원룸에 사는 20대 여성을 골목에서 만나 뒤를 밟았다. 여성이 사는 건물 내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탄 그는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쫓아가 문을 잡았다. 문이 닫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 후로도 그는 10여 분 동안 그 집 앞에 머물렀다. 손잡이를 돌렸다. 집 앞에 물건을 주워 "떨어트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보라"고 말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 뒤에도 가지 않고 문 옆 벽에 몸을 딱 붙인 채 숨죽이고 기다렸다. 다시 집 앞으로 와 도어락에 손전등을 비추며 현관문을 열려고 했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A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사건의 범행 당시 상황이다. 그 A씨가, 오늘(28일) 석방된다. 사건 발생 1년 만이다.     
 
 2019년 5월 28일, SNS에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란 제목의 CCTV 화면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영상에는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2019년 5월 28일, SNS에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란 제목의 CCTV 화면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영상에는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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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A씨가 낸 구속취소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선 1심과 항소심 재판에서 A씨는 강간 미수 혐의는 무죄,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징역 1년 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상고했고, A씨는 불구속 상태로 대법원 재판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소식에 일부 누리꾼은 "법이 왜 있는지 의문스럽다"(네이버, guan****), "대체 법은 누구를 지켜줄 건가요?" (네이버, haha****), "헐... 당하기 전까지는 범죄가 아니네..."(네이버, 0323****) 등 법원 판단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A씨에 대한 '징역형 1년'에 주목해야 한다는 변호사가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이은의 변호사다. 그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징역 1년도 매우 의미가 있다, 왜냐, 여태까지 그렇게 안 해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주거침입에 대해 이 정도 판결이 난 건 기존 판결과 비교했을 때 재판부가 여론을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라며 "법이 응징만 중요한 게 아니라 예방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양형을 적용하겠다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이 판결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분을 사는 사건들만 '중하게 처벌해달라', 큰 의미가 없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서 '강간 미수 무죄'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 "대법원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게 옳지 않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 주거 침입의 의도 자체가 뻔하다고 해도 강간은 예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법 규정상으로도 (신림동 사건에 대한) 강간 미수는 적용이 어렵다"라며 "강간 성립 요건이 '폭행·협박'인데 이 사건에서 '문을 열라'고 한 걸 협박이라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뭐라고 보고 있을까. 그는 "언론에 보도됐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성폭력 사건 처리나 그 수위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건이 강도나 강간과 같은 중범죄를 예비한 걸로 보여지는 상황에 대해 중하게 처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변호사는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공분을 사는 사건들만 '중하게 처벌해달라' 이건 큰 의미가 없어요. 이런 류의 사건이 (앞으로도) 이 정도의 처벌을 받게끔 기자들이 비슷한 사건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게 필요합니다."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2019년 5월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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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사건 발생 후 벌어진 유사한 '주거침입' 사건에 대해 실제 어떤 판결이 내려지고 있을까.

귀가하는 여성을 현관 안까지 따라가 강제 추행해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지난 22일 집행유예(항소심, 서울고법 형사11부 구자헌·김봉원·이은혜 부장판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가 선고됐다.

한 중국인 남성은 피해 여성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거주지에 들어가려 했으나 실패했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김혜성 판사는 지난 해 11월,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길에서 처음 본 여성을 뒤따라가 주거지 침입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지난 3월, 징역 10월을 선고(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부장판사) 받은 사례도 있다. 다만 이 남성은 전과가 있었다. 가해자는 과거에도 강제추행을 범해 실형을 선고 받았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 받았다.

"주거 침입 징역형, 예방 효과 크다" 
 
 최근에는 신림동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샤워하는 여성을 훔쳐보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주거침입죄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고, 2019년 5월 있었던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사건과 비교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림동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샤워하는 여성을 훔쳐보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주거침입죄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고, 2019년 5월 있었던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사건과 비교되기도 했다.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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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 예비 사건들에 대한 실형 선고는 요원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 변호사는 "보통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도 주거 침입으로 봐야 하는데 법조계에서는 그렇게 잘 안 하는 게 관행이었다"라며 "경미하게 (주거 침입 등) 사건을 판단하니 검찰에서 약식 기소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서울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주거 침입 범죄는 무려 1421건에 달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848건, 경기도에서 573건 '주거 침입 범죄'가 발생했다. 매일 4회 이상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주거 침입이 징역형을 받으면, 예방 효과가 큽니다. 경찰도 신고 받고 그냥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선 경찰들도 '실형이 나올 수 있는 범죄'로 인식하면 지침이 달라질 거고요. 검찰도 기소할 때 약식 기소 안 할 겁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주거침입 징역형'이 확정되는 게 유의미한 겁니다."

신림동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변호사의 답은 간명했다.

"여론은 부정적이지만 신림동 사건의 경우 법원 의지가 작동한 판결입니다. 경찰·검찰·법원이 한 뜻이 돼서 한 발 나아갔는데 비판만 거세면 '이래도 저래도 불만이면 굳이'라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돼야 한다는 걸 강조해야 합니다. '더 큰 범죄로 나아갈 수 있는 범죄에 대해 실형이 내려졌음'을 경찰과 검찰이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이런 사건들을 예방할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그런 주거침입죄와는 달리, 피해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의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한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  (중략)

이 사건은 …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선량한 시민들 누구나 그와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높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동기와 관련하여 술을 한 잔 하자고 말을 걸기 위하여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뒤따라갔다고 진술하나, 그 경위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범행의 내용 및 태양(행태)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행위로 인한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 2019년 10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 1심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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