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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의집 국제실장 야지마 츠카사씨.
 나눔의집 국제실장 야지마 츠카사씨.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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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민주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 야지마 츠카사씨가 25일 <오마이뉴스>를 만나 '내부고발'의 이유를 묻자 꺼내든 말이다.

나눔의집에서 '국제실장'으로 일하는 그는 "2019년 2월에 다시 나눔의집에 돌아와 처음으로 느낀 것이 '나눔의집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라면서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전 사무국장 등 운영진과 조계종 출신 이사진들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할머니들과 직원들을 대했다. 그것이 호텔식 요양원을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지마씨는 지난 19일 나눔의집에서 근무하는 6명의 동료들과 함께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금해 70억 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강일출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총 26억 150만 원이지만 이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 넘어간 '전출금'은 6400만 원에 불과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야지마씨는 2003년 초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2년 봄과 가을 나눔의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후 야지마씨는 2006년 독일 여성과 결혼한 후 그곳에서 13년을 머물렀다. 독일에 머물면서도 그의 생활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집중됐다. 그는 "나눔의집에서 일하다 독일로 간 건데, 그곳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사진전과 영화제를 진행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독일에 두 번 모셔서 증언 활동을 했다"라면서 "13년 동안 독일에 살다왔지만 이번 복귀도 그 연장선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2015년부터 있었다. 당시에는 일이 있어서 오지 못했다. 2018년에 이옥선 할머니의 건강이 너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먹게 됐다. 돌아가야겠다고."

2019년 2월 그는 나눔의집으로 돌아왔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야지마씨에게 궁금했던 것이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일하는 동안 지금과 같은 문제가 없었느냐는 것이다. 야지마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때는 후원금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다. 후원금 규모도 지금과는 차이가 컸다. 다만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에게 직접 들은 말이 하나 있다.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전보다 위안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것이 많은 후원금으로 이어졌다고." 

야지마씨는 당시 일화도 덧붙였다.

"지금도 기억한다. 나눔의 집 운영진 중 한 명인데 대외적으로는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이 있어서 나눔의집이 있고 자신도 월급받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할머니들이 운영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면 '착각하지 말라. 나눔의집이 있어야 할머니들이 편하게 생활하는 거'라는 말을 했다."
 
 나눔의집 전경
 나눔의집 전경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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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로 떠나면서 그는 후임으로 무라야마 잇페이씨를 소개했다. 무라야마 잇페이씨는 야지마씨에 이어 2006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5년 동안 나눔의집 역사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는 2011년 초 "할머니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운영, 할머니의 생활복지를 충실히 할 것, 할머니의 식사와 영양에 관심을 기울일 것, 후원금의 출납을 투명하게 할 것" 등을 요구했다가 '업무지시 미이행'을 이유로 해고됐다고 한다. 

독일에 있던 야지마씨는 "무라야마 잇페이씨에게 연락이 왔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복기했다. 

"먼 곳에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다. 미안하다. 그런데 정말로 미안한 건 할머니들에게다. 내가 나눔의집에 없었던 13년 동안 후원금이 원래의 목적대로 쓰였다면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포함해 다들 지금보다는 더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할머니들 드시고 싶은 거 다 드시고, 가시고 싶은 데 다 가고, 입고 싶은 거 다 사드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그러라고 후원해 주신 건데, 운영진은 호텔식 요양원 짓는다고 하나도 쓰지 않았다."

후원금의 행방

야지마씨는 나눔의집에 복귀한 직후부터 내부 직원들과 함께 '나눔의집 민주화'를 위해 연대하고 움직였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폄훼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 내부에서 우선 해결하고자 했던 거다.

야지마씨를 비롯해 내부고발 직원들은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 3회에 걸쳐 내부개선안을 작성해 운영진과 이사회에 올렸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직원들은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무라야마 잇페이씨의 후임으로 온 일본인 A직원이 자신의 급여 중 일부를 나눔의집 기부금으로 김정숙 사무국장에게 전달했지만 행방이 묘연해진 것. 그 금액이 2700만 원 상당이다.

"이 사실도 우연히 발견했다.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이 A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동안 김 전 사무국장을 통해 기부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 전 사무국장이 관련 내용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김 전 사무국장을 찾아 관련 이체 기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사무국장은 '이름 없이 기부했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더라."

직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김 전 사무국장이 지난해 8월 돌연 잠적해 사실 확인 불가 상태가 됐다. 김 전 사무국장의 행방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후원금을 관리하던 김 전 사무국장이 떠나자 직원들은 회계 업무를 확인하려고 그의 책상 서랍을 열어봤다. 놀랍게도 거기서 엔화와 달러, 원화 뭉치가 든 봉투가 나왔는데 현금만 624만 원이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야지마씨는 김 전 사무국장의 책상 근처 책장에서 다시 한 번 의문의 돈봉투를 발견했다. 당시 야지마씨는 나눔의집 인포센터에 있는 책장에서 위안부 관련 일본 자료를 찾다가 책장에 '일본관련'이라고 적힌 폴더를 발견했다. 폴더를 열어보니 봉투가 나왔다고 한다.

"봉투에 연도가 적혀 있었는데 2014년, 2015년, 2016년이었다. 2014년만 따져도 6년 전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시민들이 할머니들 위해 쓰라고 건넨 돈인데 그대로 방치했다. 문제는 이렇게 현금으로 들어온 후원금을 기록한 장부가 없다는 점이다."

야지마씨는 인터뷰 도중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난다. 할머니들을 위해 쓰라고 후원금이 전달된 건데 그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것이야말로 할머니와 후원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야지마씨를 포함해 직원들은 지난 3월 김 전 사무국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사무국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 이외에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받고 있다.

나눔의집 직원 야지마가 바라는 것
  
 나눔의집 국제실장 야지마 츠카사씨.
 나눔의집 국제실장 야지마 츠카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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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서 야지마씨는 "나눔의집 사태의 데드라인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이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보내도 문제는 반복된다. 나눔의집 문제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조계종이 나눔의집에서 100% 손을 떼면 된다. 시민 여러분들이 나눔의 집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대책위'를 만들어 저희와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 문 열고 민주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

야지마씨는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을 살피며 식민지 문제, 전쟁범죄, 여성범죄, 노동착취 등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가 법적인 배상을 받고, 일본으로부터 만족스러운 사과를 받아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마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문제처럼 공유되고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의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역사를 계속 대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의 답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안 소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나눔의집 법인에도 문의를 했으나 "여기저기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안 소장이 통화가 어려운 상태"라면서 "질문은 전해드리겠다"라는 답만 전해왔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는 26일 성명을 통해 "오늘 새벽 나눔의집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별세하셨다"라면서 "할머니와 유가족 뜻에 따라 모든 장례 과정은 비공개로 한다.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7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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