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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유독 표지가 눈에 들어온 책입니다. 띠지가 없었다면 그저 '표지가 예쁘네' 하며 지나쳤을 거예요. 작가 이름이나 장르 정도 스캔하고 지나갔겠지요. 그런데 띠지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획 소설'이라고 적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 자리에 멈춰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결국 집에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답답해하기도 하면서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정명섭 작가 신작 <저수지의 아이들>
 정명섭 작가 신작 <저수지의 아이들>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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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0년 광주에서 태어나 5.18과 성장을 같이 한 광주의 딸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광주는 여전히 시위가 끊이지 않는 도시였습니다. 해마다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뒤덮이는 금남로 풍경은 전남 화순 출신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게 되자 6월 항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요.

30년 이상을 광주에서만 살았기에 잘 몰랐습니다. 5.18이 이렇게까지 잊혀진 사건일 줄은, 이렇게까지 왜곡된 내용을 믿으며 웃으며 넘기는 그냥 이야기가 될 줄은 말이에요. 광주를 떠나 이사 온 지 일곱 해. 작년 군산 책 읽는 모임 북클럽에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결심했습니다.

'40주년이 되는 내년 5.18은 조용히 넘어가지 말자. 그러면 안 된다. 광주의 딸로서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랬던 결심이 바로 이 책을 계기로 소환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마음껏 광주를 누비고 다니며 소개할 수는 없기에, 슬기로운 5.18 추모를 위해 관련 도서를 수집하고 SNS에 소개했습니다. 아직도 그 시리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 기억에서 5.18이 5.18로 끝나지 아니하고, 6월 항쟁으로 연결되는 것과 닮았습니다.

5월 광주와 관련된 책들을 지역서점에서 희망도서 바로대출로 빌려왔습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저수지의 아이들>을 권하며 같이 찾아보니 강연회를 오신다는 바로 그 작가님이셨어요. 현수막에 소개된 책들과 강연 주제가 '우리가 모르는 조선'이었기에 전혀 연결하지 못했거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전작주의 독서(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쭉 읽어보는 독서법)가 필요하다고요. 적어도 5.18을 이야기하는 작가님들만큼은 어떤 분이시기에 이런 작품을 쓰셨는지,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일단 믿고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윤덕 작가님의 <씩스틴>
 권윤덕 작가님의 <씩스틴>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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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식스틴>을 쓰신 권윤덕 작가님을 작품에서 만나보고 다른 작품들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95년 첫 그림책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한국 그림책 1세대 작가님이시지요.

한중일 공동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지만, 일본에서는 유독 출판이 쉽지 않았던 <꽃할머니>를 시작으로, 제주 4.3항쟁을 다룬 <나무도장>, 5.18 당시 계엄군 손에 들려졌던 M16이 들려주는 <씩스틴>까지 아파서 애써 지우고 빠뜨렸던 역사를 찾아내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해주신답니다.
 
 홍성담 작가님 작품
 홍성담 작가님 작품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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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비행기>를 쓰신 홍성담 화백은 '5월 화가', '5월 아들'이라 불리는 분이셨어요.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위에 서다>에서는 동학을 시작으로 제주 4.3부터 촛불까지의 현대사를 자신만의 색채로 그려주셨고, <오월>이라는 연작판화집도 있었어요.

회화를 전공한 분이 판화를 하게 된 이유는 당시 5.18을 알리기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얇게 말아 속옷에 들어가는 고무줄을 빼고 넣었는데, 계속 같은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서 판화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5.18 관련 그림을 원하던 당시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들을 통해 판화 그림이 전달되고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홍성담의 판화
 홍성담의 판화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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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봄날>을 쓰신 박상률 작가님은 시, 소설, 청소년문학, 동화, 희곡,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를 통해 5.18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계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역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작년에는 소설집 <눈동자>를 발표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전작주의 독서법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박상률 작가의 작품을 읽어가다
 박상률 작가의 작품을 읽어가다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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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한길문고에 정명섭 작가님이 오셨습니다. 큰 아이도 사전 신청을 해서 함께 갔습니다. 소설 뿐 아니라 청소년 작품들과 동화, 에세이까지 지난 15년 작가생활 동안 80여 편을 발표하셨다니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강연회가 끝나고 사인을 받으면서 광주가 고향이라서 특히 이 작품을 잘 읽었다고 말씀드렸어요. 옆집 삼촌같은 작가님은 시원시원하게 '내 친구 가은에게'라고 아이에게 사인을 해주셨고, SNS에서도 댓글을 남겨주셨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해서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민주화이니까요.'

맞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3번의 독재를 극복했기 때문에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40년 전 5.18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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