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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서비스센터 분회 소속 조합원인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 한 고객의 집에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울산 경동도시가스 노조의 파업은 약 5개월 간 이어졌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와 원청인 경동도시가스 모두 안전점검원들의 안전 문제에 책임을 회피하던 와중에 3명의 조합원이 울산시청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고, 바로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9월에 들어서야 노조와 사측은 성과제 폐지와 2인1조 시행을 두고 합의하게 되었다. 

이 투쟁의 성과로 조합원들은 작년 10월부터 2인 1조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위험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성과제도 폐지되었다. 2020년인 올해는 1년간 성과제 폐지와 '탄력적 2인1조'를 시행한 뒤 적합한 방문 세대 수 등 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노조에게 작년 투쟁만큼이나 올해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지난 4월 23일, 울산의 한 바닷가 동네에서 울산경동도시가스노조 조합원 네 분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 사이에서도 조합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진지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투쟁의 동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었다. 조합원들은 올해 1년 간 탄력적 2인1조와 성과제 폐지를 잘 시행하고, 이후 산재 중인 동료 조합원이 복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위험을 키운 성과제, 97% 점검율의 문제점 

울산 지역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하고 있는 가스 안전점검 업무는 검침, 고지서 송달 업무와 달리 가스누출을 확인해야 하기에 고객의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업무다.

박근혜 정부 시기 '안전점검' 업무를 도급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원래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던 도시가스검침원들이 업무 내용에 따라 안전점검원과 검침원으로 분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안전점검원들은 경동도시가스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직고용이 되었지만 검침원들은 오늘날까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며 각종 법적 보호 밖에 있는 형국이다. 

한편 안전점검원들은 분리 과정에서 검침 파트보다도 인력이 적어졌다. 점검율 등의 경영정책 속에서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인원이 줄어든 것은 더욱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였다. 또한 점검 업무 자체가 고객의 집에 들어가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검침, 고지서 송달보다 건당 시간도 오래 걸리며 까다로운 일이다. 업무의 종류 역시 여러 가지다.

보통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업무를 생각했을 때, 고객의 집에 들어가 가스누출 등을 확인하는 작업만 떠오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객과 방문약속을 잡고, 가스요금 등 도시가스 관련 민원에 대응하는 등 수많은 부수적인 업무들이 있다. 그런 와중에 점검율을 100%에 수렴하게 맞춰야 했으니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일에 매달려야 겨우 실적을 맞출 수 있었다.  

이신자 : "언론에서 이야기되는 성과제란 얼마나 누락 없이 전 담당 세대 점검을 완료했느냐를 말하는 점검율을 의미해요. 파업 전에는 저희가 일하는 경동도시가스 동울산센터의 점검율 기준이 97%에 달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1인 가구도 증가하고, 각자 스케줄이 바쁜 사회에서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 97% 점검율을 달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저희도 어떻게 해왔는지 모를 정도로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서 겨우 채워왔던 거죠."

이 점검율이 문제적인 지점은, 노동강도의 증가나 점검율과 연동되는 임금 삭감 등의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점검율을 채우기 위해 빨리 다음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안전점검원들로 하여금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해도 단순히 위험 상황을 모면하고 넘기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안전'을 위해 시작한 파업에서 왜 성과제가 가장 쟁점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희 : "예전에는 남자들이 속옷만 입고 문을 열어도 일단 들어가서 점검하기 급급했거든요.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은 하루 중에 굉장히 제한적이죠. 이른 오전이나 주로 저녁 시간대예요.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가정을 돌아야 겨우 점검율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는 특히 정신없이 일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던 중에 안전에 위협을 느끼더라도, 혹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성희롱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냥 모른척하며 들어가서 빨리 해치우고 나오는 것에 급급했었죠."

아침부터 밤까지 점검에 매달리도록 하는 '간주노동시간제' 

이때, 성과제 문제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시간이 '간주노동시간'으로 되어있다는 점 속에서 더욱 가중된다. 간주노동시간이란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고, 대신 하루에 정한만큼의 시간을 일했다고 간주한다는 의미다. 안전점검원들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책정한다. 

여기서, 정해진 노동'시간'만 있고 '시간대'의 규정이 없으니 우선 노동시간이 어떻게 배치될지 알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보통 오전에 출근을 하거나 일을 보러 나가서 저녁쯤 들어오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 간주노동시간제가 얼마나 그 자체로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시간을 악화시키는 지 알 수 있다. 

파업 전 안전점검원들은 사람들이 집에 있을 8시 반 쯤 담당 구역을 돌고, 대개 빈집일 오후 시간대는 집에 돌아가 오후부터 저녁에 이르는 방문약속을 잡고 오후 근무의 동선을 짰다. 그리고 사람들이 퇴근해서 집에 있을 저녁시간 대부터 많게는 밤 10시에 이르는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점검을 해왔다. 한편 이 지점은 안전점검원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심화된다. 종종 사측은 비는 시간대에는 쉬고 사람들이 있는 시간대에 가서 일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희 : "그런데 중간 비는 시간에 쉰다고 해도 그게 쉬는 건가요? 어떤 고객은 1시에 오라고 하고, 어떤 고객은 3시에 오라고 해요. 그러니 늘 대기하는 상태로 있는 거죠. 또 오후 시간대에도 전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어요. 고객들과 방문 약속을 잡고 동선을 짜는 등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는 그 시간들을 인정을 안 하고 있지만요."

노조에서는 이 간주노동시간제와 성과제로 인해 조합원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에 매여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파업을 시작하기 직전인 작년 4월에는 전 조합원이 점검율을 맞추기 위해 고무줄처럼 노동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노동시간과 배치를 정하고서 일을 했을 경우에 어느 정도의 점검율이 나오는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97%라는 터무니없는 점검율을 폐지할 근거를 사측에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이신자 : "안전점검원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했을 때 도대체 몇 세대를 점검할 수 있고, 점검율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노동량은 어떻게 되는지 그걸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어요. 이전까지는 한 번도 사측은 물론 노조에서도 데이터화를 해본 적이 없었죠. 전 조합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근무를 하기로 했죠.

한 달 동안 실험해본 결과 점검율이 70%정도 나오더라고요. 나머지 30% 가까이 되는 수치 만큼은 조합원들이 자기 시간들을 들여서 채우고 있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파업을 하게 되면서 다른 국면으로 흘러갔지만, 점검율에 대한 노조의 비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죠."


2인 1조 시행 이후 조합원들은 근무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먼저 1인당 1200세대를 방문하던 이전보다, 2인 1조로 총 2060세대를 방문하는 지금이 방문하는 세대의 숫자는 두 배 가까이 되어 양적인 강도 자체는 높아졌다. 이런 구체적인 세대 수에 대해서는 이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변화점이다. 실제로도 조합원들은 걸음 수는 증가했을지 몰라도 2명이 근무함으로써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는 말을 전했다. 이후로는 문답 형식으로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현장 변화를 전한다. 

2인 1조 근무 시행 이후 현장의 변화
 
 왼쪽부터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분회 김정희 여성부장, 권미순, 이신자, 안미선 조합원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분회 김정희 여성부장, 권미순, 이신자, 안미선 조합원의 모습이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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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 간 합의 내용이 '탄력적 2인 1조'라고 발표가 되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2인 1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요? 
이신자 : "우선 두 명이서 근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9시부터 6시로 정했어요. 근무를 하는 동안 2인이 함께 움직이게 되는데요. 모든 세대에 2인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방문한 가정에서 여성 고객이 나오면 1명만 들어가서 점검을 진행하고 나머지 1명은 옆집으로 가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해서 효율적이면서도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 안전점검 업무를 어떻게 2명이 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근무하는 방식이 안전해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명이 소화하는 세대 수 자체는 많아졌으니 그만큼의 부담은 없으신가요? 
이신자 : "저희도 직접 시행해보기 전에는 2인 1조를 하면 인력도 배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막상 해보니 이전에 인당 1200세대를 담당했다면, 현재는 둘이 2060세대를 담당하니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거죠. 몸의 무리가 오긴 하지만 2명이서 일을 한다는 게 훨씬 장점이 많아요. 제일 중요한 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성과제를 폐지했다는 점이 주요한 성과입니다. 15년 넘게 가스검침, 점검 일을 해왔는데요. 항상 사고는 급할 때 나더라고요. 정상적인 속도로 일할 때는 사고가 안 나는데, 마음이 급하고 시간에 쫓길 때 꼭 사고가 나요. 그러니 안전점검원들을 몰아세우던 성과제가 없어졌다는 것도 안전문제에 있어 중요한 변화였죠."

- 2명이 방문을 하니 아무래도 위험에 대한 대응력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들을 가장 체감하시나요? 
김정희 : "가장 먼저 물리적으로 안전이 확보된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아요. 고객과의 마찰이나 성희롱 등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제재하거나 대응할 사람이 내 옆에 한명이 있다는 점이 일단 든든해요. 두 번째로는 혼자 근무를 할 때는 고객 집에 들어가면 아무 일이 없어도 주눅이 들 때가 많았어요.

평소에 감정노동도 많이 했고, 고객이 요구하면 무조건 사과를 해야하는 악습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고객과의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는 무조건 안전점검원들이 사과하도록 요구했어요. 2인 1조 시행하고 나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당당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안미선 : "주로 고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인 저녁시간대에 점검을 하러 가면, '고객님 죄송합니다. 1분이면 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이렇게 비굴하게 말하며 들어가곤 했어요. 사실은 고객들이 낮에 집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개인 시간을 들여서 저녁에 점검을 하러 다니는 건데도, 항상 우리가 죄인이었죠.

2인 1조를 하고 있는 지금은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문을 여는 고객이 있는 경우에는 '고객님, 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나와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요. 두 명이서 일을 한다는 그 작지만 큰 차이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일할 때의 당당함을 주더라고요."

여전히 남은 과제는 많다.  투쟁 합의 사항 중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보급, 예약점검제 시행 등 다른 사항들이 1/4분기가 지나간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약속된 합의 내용이 모두 지켜지는 일이 필요하다.

보다 중요하게는 성과제 폐지와 2인 1조 근무가 올해를 거쳐 제대로 안착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비조합원이나 타 센터, 타 지역의 안전점검원들에게도 2인 1조 근무가 그동안 줄곧 논의가 되고 있는 안전문제의 해답으로써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의 노동환경이 성과제 폐지를 넘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권미순 : "일하다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는 일이 필요해요. 지금까지는 병가 사용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논의가 안 되었어요. 2인 1조 근무인 만큼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게 보강이 필요할 것 같고, 이후로는 산재 중인 피해자가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싶어요.

저희가 경험하는 현장변화가 타 센터와 다른 지역 안전점검원들에게도 꼭 전해져 전국의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김지안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5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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