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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블루베리농장 김병도씨
 함양블루베리농장 김병도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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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이에게는 와 닿지 않을 '귀향의 꿈', 금의환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고향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 힘의 원천은 아마도 추억이지 싶다.

타지에 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노래를 불렀다는 김병도(67세)씨는 2008년 그 꿈을 이뤘다. 3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는 7남매가 오기종기 살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땅을 샀다. 함양읍 뇌산마을이 고향인 김병도씨는 이곳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다.

김병도씨의 농장에는 이제 막 익어가는 블루베리가 알알이 맺혀 있었다. "아내와 난 지금도 시력이 1.2야, 블루베리 덕분이지. 그리고 블루베리 농사를 선택한 것도 약을 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야"라며 블루베리 농사의 이점을 전했다.

블루베리 판매는 아내의 몫이다. 아내는 판매부장이다. 김병도씨의 부인은 서울에서 수영강사로 활동해 제자는 물론 폭넓은 인맥으로 해마다 블루베리를 기다리는 고객이 줄을 선다. 알이 크고 당도노 높고 일찍 수확하는 김씨의 블루베리는 일찌감치 품절된다.
 
함양블루베리 김병도씨
 함양블루베리 김병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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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로 뒤에 농장을 가꾼 김병도씨는 혼자 700여 블루베리 묘목을 가꾼다. 벌통 80여 개도 줄을 서 있다. 하우스 안에는 삽목을 해서 한창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 묘목을 볼 수 있었다. 2년간 잘 가꾼 묘목은 판매한다. 김병도씨의 묘목은 우량 품종으로 소문이 나 있어 묘목상에게도 인기다.

혼자서 이 모든 농사가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 비결이 공개됐다. 블루베리 농사에 필요한 거름을 섞는 기계. 고철상자처럼 생긴 이 녀석은 김병도씨가 설계하고 용접하며 직접 제작한 것으로 딱딱하고 무거운 거름을 한 번에 섞어준다. 또 하나의 비결은 하우스 옆에 설치된 전기 컨트롤 박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햇빛조절은 물론 시간설정에 따라 모든 묘목에 물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전기 컨트롤 박스도 김병도씨 작품이다. 블루베리백도 직접 미싱을 해서 제작했다. 한마디로 함양블루베리 농장은 전자동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그의 과거 이력 덕분이다.

김병도씨가 선생님이 된 것은 아버지의 바램 때문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선생님이 되라 하셨지. 그래서 했어" 김씨는 경상대학교 농과대학 1기를 졸업하고 함양중, 마천중학교 교사를 지내다 동서약품, 국제상사를 거친 후 30여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널뛰기를 하듯 직업은 변화무쌍 했지만 그 속에서 그는 '배움'을 놓지 않는 호기심 청년이었다.
 
김병도씨
 김병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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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서는 약품계발에 참여하고 국제상사에서는 수입기계를 다루고 밤마다 일하는 상사 곁을 지키며 기계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김병도씨는 컴퓨터와 더 가까이 지냈다. "서울에서 교사생활하면서 멀티미디어강사로 각 학교에 교육을 나갔지. 컴퓨터 강의를 도맡아 했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교실에 인터넷을 깔았어. 컴퓨터 조립부터 프로그램까지 전부 교육해 줬지"

시대를 앞서가는 배움 덕분에 60대인 그는 스마트한 농부가 되어 있었다. 스마트폰을 TV, 컴퓨터와 자유롭게 연결하고 블로그(http://blog.daum.net/noisan)도 직접 운영하며 온라인 세상에서의 활동도 거침없다.

함양에서 거의 처음 블루베리를 재배했던 김병도씨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바 같은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를 위해 정보제공에도 열심히다. 함양군 블루베리작목반을 맡고 있는 김병도씨는 27개 회원농가에 지침서를 배포하며 노하우를 전수하고 삽목을 통해 우수한 블루베리 종자도 보급한다.

김병도씨의 좌우명은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음을 뜻하는 '자강불식'이다. 좌우명대로 삶을 살아가는 김병도씨의 인생은 블루베리 알맹이처럼 알알이 알차다. 운동, 오락, 음악, 컴퓨터, 뭐든 쉬지 않고 배웠고 배움의 갈증은 끊임없다. 기타를 치며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를 불렀던 당신을 회상하는 김병도씨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맘껏 누리며 고향에서의 삶을 즐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태그:#341- 뇌산마을 함양블루베리농장 김병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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