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초의 4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쾌조의 개막 3연승을 내달리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은 24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같은 날 경쟁자 울산이 부산과 1-1로 비기면서 전북은 단독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앞선 2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뒀음에도 전북의 경기력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원(1-0)과의 개막전에서는 베테랑 이동국의 후반 막판 결승골로 신승했고, 부산(2-1)과의 2라운드에서도 내내 고전하다가 후반 추가시간 터진 벨트비크의 극장골로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로페즈, 문선민, 김신욱 등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던 공격수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며 선수진의 변동이 많아 새로운 조합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2선에서 스피드와 폭발력을 갖춘 윙어 자원의 부재로 측면 공격의 활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 시즌 울산에서 K리그 MVP까지 차지했던 김보경이 돌아온 전북에서 시즌 초반 잘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전북의 중원 활력이 떨어진 이유였다. K리그 부동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전북을 상대로 현재까지 만난 모든 팀들이 라인을 내리고 지지 않는 축구에 무게를 둔 전략을 매번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대구전은 모처럼 전북이 특유의 시원한 '닥공' 색채를 회복한 경기였다. 전북은 전반부터 주도권을 움켜쥐고 공세를 이어갔다. 아쉽게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대구가 전반까지 슈팅을 하나도 시도하지 못했을 만큼 전북의 기세에 억눌린 흐름이었다. 대구 공격의 핵심으로 꼽히는 외국인 공격수 세징야가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결장하며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 것도 전북에게는 행운이었다.
결국 전북은 후반 1분만에 무릴로의 K리그 데뷔골로 아슬아슬하던 균형을 깨뜨렸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패스를 이어받은 무릴로가 멋진 드리블로 대구 수비 두 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을 시도한 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기세가 오른 전북은 후반 24분에는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쿠니모토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최영은 대구 골키퍼가 첫 번째는 막아냈으나 쇄도한 조규성이 다시 밀어넣으며 2-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무릴로와 조규성 모두 전북 입단 이후 첫 득점이었다. 다만 조규성은 K리그 데뷔골을 넣은 날, 후반 막판 경고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은 옥의 티였다.
올시즌 전북은 3경기에서 5골을 넣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아직 멀티골을 터뜨린 선수가 없고 득점자(이동국, 홍정호, 벨트비크, 무릴로, 조규성)가 전부 다르다는 사실이다. 개막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동국과 부산전 극장골을 터뜨린 벨트비크는 이날 선발에서 제외되어 교체명단에서 대기했지만 전북이 완승을 거두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벨트비크-무릴로-조규성까지 올시즌 새롭게 전북에 합류한 '뉴페이스'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골맛을 보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쿠니모토 역시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조규성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쳤다. 앞선 2경기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김보경이 선발에서 제외되어 후반 교체 출전했음에도 크게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다. 특정 선수에게 의지하지 않고, 누구든 해결사가 될 수 있는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경기운영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벤치에서 출발한 김보경처럼 전북에서는 어떤 선수도 전략에 맞춰 선발이나 혹은 교체로 출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격진의 교통정리와 밀집수비 대처법은 앞으로도 모라이스 감독이 고민해야할 숙제다. 3경기 연속 승리하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볼점유율과 슈팅 찬스에 비하여 5골에 그친 것은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수치다. 모두 후반에야 결승골이 터졌을만큼 초반에는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
전북의 원톱 자리는 조규성이 대구전에서 퇴장당한 탓에 30일 4라운드 강원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동국이나 벨트비크가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2선 조합이다. 4-1-4-1을 주전술로 쓰고있는 모라이스 전북에서 한교원을 제외하고는 2선 공격수들이 대부분 중앙지향적인 선수들이다. 팀이 기록한 2골에 기여한 무릴로와 쿠니모토의 플레이도 모두 배후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통하여 이뤄졌다.
아직 풀지 못한 김보경과의 공존 문제는 장기적으로 전북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승기까지 포함하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만 무려 4명인데 이들 모두 볼을 잡고 주도하는 플레이에 익숙한 데다 선발로 오랜 시간을 뛰었을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들이다.
올시즌 코로나 사태로 경기수가 줄어들며 특히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은 에이스급 선수들도 주전경쟁이나 로테이션 체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전으로 뛰어야 할 수준의 선수들이 어쩔수 없이 팀사정에 따라 벤치로 밀려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동기부여 문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약팀과의 대결에서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손준호 혼자 버티고 있는 3선과 2선간의 간격 유지와 수비가담 부족 등은 전술적으로 더 보완이 필요하다.
다음 라운드에서 만날 강원은 '병수볼'이라고 불릴 만큼 미드필드가 탄탄하고 패스게임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전북을 상대로도 마냥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진정한 중원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초반 고전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선수층과 강력한 뒷심을 앞세워 우승후보다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북이 앞으로도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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