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키움과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5할 승률을 사수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패했을 경우 4연속 루징시리즈와 함께 5할 승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던 롯데는 중요한 경기를 잡아내며 5할이 넘는 승률을 유지하며 2주 만에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9승8패).

롯데는 3회 2사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린 민병헌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8회 대타로 나온 안치홍이 1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9회 시작과 함께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이 1이닝을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고 시즌 4번째 선발 등판한 이 선수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롯데 마운드의 미래로 불리는 2년 차 사이드암 서준원이 그 주인공이다.

2017 U-17 야구월드컵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고속 사이드암

유신고의 이성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은 2017 U-18 야구월드컵을 앞두고 기대가 매우 컸다. 우승을 차지했던 2006년과 2008년을 능가하는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비록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나 성영훈 같은 '슈퍼에이스'는 없었지만 강백호, 김민(이상 kt 위즈), 곽빈(두산 베어스), 김영준(LG 트윈스),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고교 무대를 주름 잡는 특급 유망주들이 즐비했다.

20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에 2학년 선수는 단 2명이었다. 광주동성고의 좌완 유망주 김기훈(KIA타이거즈)과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고교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불리던 경남고의 서준원이었다. 특히 서준원은 잠수함 투수를 낯설어 하는 국제대회에서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 서준원은 호주전과 쿠바전 선발을 비롯해 대회기간 내내 4경기에 등판해 열흘 동안 무려 259개의 공을 던지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3학년 때도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뿌리며 경남고를 봉황대기 4강으로 이끈 서준원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1차지명으로 선택됐다. 당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한동희를 지명했던 2018년 신인 드래프트때부터 "다음 해 롯데의 1차지명은 무조건 서준원"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롯데는 이변 없이 서준원을 1차지명으로 선택하며 3억5000만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다.

8,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강철(kt감독)이 1989년에 15승, 박충식이 1993년에 14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잠수함 투수가 입단과 동시에 선발투수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대현(대표팀 불펜코치)이나 한현희(키움) 같은 특급 잠수함이 프로에 입단했을 때도 현대야구에서 잠수함 투수는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따라서 서준원이 롯데에 입단했을 때 야구팬들은 막연한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서준원은 고교시절부터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던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작년 롯데를 이끌었던 양상문 감독 역시 서준원이 '즉시 전력감'임을 인정하면서 1군에서 키울 거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서준원은 작년 시즌 여느 선배들처럼 '신인으로서 큰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데뷔 2년 차 시즌 풀타임 선발로 활약, 4경기 2승 수확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롯데 경기. 1회 초 롯데 선발투수 서준원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5.24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롯데 경기. 1회 초 롯데 선발투수 서준원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5.24 ⓒ 연합뉴스

 
작년 시즌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신인 잠수함 투수가 투수로는 12년 만에 순수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서준원이 아닌 56경기에서 4승 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한 LG의 정우영이었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서준원은 5월말부터 선발로 변신했지만 33경기에서 4승 11패 ERA 5.47의 성적으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낀 시즌을 보냈다.

롯데는 박세웅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노경은이 복귀하면서 서준원은 2년 차가 된 올해 김원중과 5선발 경쟁이 유력했다. 하지만 손승락의 은퇴와 함께 김원중이 마무리로 변신하면서 서준원이 5선발로 낙점됐다. 작년 시즌 11번의 패배에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연봉이 70.4%가 인상(4600만 원) 된 서준원은 올 시즌을 통해 반드시 성장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시즌 개막 후 4번의 등판에서 보여준 결과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서준원은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21.2이닝을 던지며 2승 1패 ERA 4.98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린 후 2경기 성적(9이닝12실점)이 좋지 않을 정도로 기복은 있지만 선발투수로서 꾸준히 평균 5이닝을 소화해 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21.2이닝 동안 볼넷이 6개에 불과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리는 여느 젊은 투수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준원은 24일 키움전에서 프로 데뷔 후 가장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7회 2아웃을 잡을 때까지 23명의 타자를 상대한 서준원은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국가대표급 상위타선을 자랑하는 키움 타선을 완벽히 틀어 막았다. 서준원은 이날 싱커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키움 타선으로부터 10개의 땅볼을 유도했다.

롯데는 지역연고 1차지명이 부활한 2014년 이후 김유영, 박종무, 윤성빈까지 3명의 투수를 지명하면서 도합 7억6000만 원의 계약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1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서준원은 이미 1군에서 6승을 올리며 롯데의 1차 지명 잔혹사를 끊어내고 있다. 그리고 롯데 팬들은 아직 한계가 보이지 않는 서준원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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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잠수함 1차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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