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10연패에서 탈출한 SK 염경엽 감독

SK 염경엽 감독 ⓒ SK 와이번스

 
2020시즌 개막전까지 다수의 프로야구 전문가들이 예상한 SK 와이번스의 전력은 대체로 약 2~3위권 정도였다. 강력한 원투펀치 김광현과 산체스가 이탈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두터운 선발진과 강력한 타선의 화력을 앞세워 충분히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등과 우승을 놓고 다툴 수 있을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SK는 초반부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16경기를 치른 현재 2승 14패, 승률이 .125에 불과하다. 악몽같은 10연패에 허덕이다가 지난 20일 키움전(5-3)에서 간신히 연패수렁을 끊고 기사회생하는 듯 했으나, 한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또다시 3연패에 빠졌다.

벌써 선두 NC와는 11게임차, 가을야구 진출권인 공동 4위 키움-기아와도 7.5게임차이로 벌어졌다. 이제는 시즌 초반의 일시적인 부진이나 이변으로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불과 작년만 해도 정규리그 공동 최다승률, 심지어 2년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팀이 부진하면 자연히 리더들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SK의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집중적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있는 것은 바로 수장인 염경엽 감독과 간판타자 최정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팀을 이끌어줘야 할 기둥들이 제몫을 못하면서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팬들의 불만이다.

염경엽 감독은 2016년 히어로즈 감독직에서 사임하고 SK의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비룡군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18년에는 트레이 힐만 감독을 지원하며 프런트에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힐만 감독이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자 그해 겨울 후임으로 SK의 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우승전력을 물려받은 첫해였던 2019시즌에는 전반기 압도적인 승률로 1위를 질주하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후반기 두산의 맹추격에 흔들리며 거짓말같은 대역전극을 허용한 끝에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친정팀인 키움에 덜미를 잡혀 3연패로 허무하게 탈락했다. SK 팬들에게는 이때부터 염경엽 감독의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0시즌은 염경엽 감독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오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염감독은 히어로즈 재임 시절 팀을 최초로 포스트시즌 및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키며 '염갈량'이라는 찬사를 얻기도 했지만, 정작 밴 헤켄,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등 호화멤버를 보유하고도 끝내 우승에는 실패하면서 '단기전 운용'과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그리고 SK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독으로서 1군 관리와 경기운영에만 집중했던 히어로즈 시절과 달리, SK는 염경엽 감독이 단장과 감독을 거치며 선수단 구성에서부터 팀컬러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한 팀이다. 전임 힐만 감독으로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전력까지 큰 누수없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광현의 해외진출이나 몇몇 부상자의 공백을 감안해도 SK가 이 정도로 속절없이 무너질 전력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단의 동기부여와 집중력을 이끌어낼수 있는 장악능력이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현재 SK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고있는 것이 '염경엽 사단'의 코칭스태프 교체이후 2019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계속되고 있는 타선의 집단 슬럼프 현상, 불펜진의 급격한 구위 하락이다. 염경엽 감독이 SK에 갓 부임한 초보 사령탑도 아니고 감독이 직접 주도한 시스템과 선수운용 하에서 팀이 1년반도 안되어 역주행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것은 책임론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목이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SK 최정

SK 최정 ⓒ SK 와이번스

 
SK 타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정의 부진도 치명타다. SK는 한때 '최정 와이번스'라는 별명이 붙었을만큼 최정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최정은 올시즌 16경기에 모두 출장하고도 타율 .130, 1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다. 타율은 올시즌 현재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62명중 62위, 한마디로 최악이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최고의 거포 3루수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세부기록도 심각한데 출루율이 .288, 장타율은 .222에 그치고 있으며.득점권 타율은 .182에 머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최정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23일 경기에서 다시 최정을 5번타자로 기용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개막전 연습경기까지만 해도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기에 최정의 부진은 모두에게 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시즌 SK는 패한 경기에서도 4~5승 정도는 충분히 챙길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고비마다 찬스를 잡고도 후속 타선 불발로 흐름을 망친 경기가 많았고 여기에는 최정의 책임이 적지않았다. 23일 기아전에서도 2-4로 뒤진 6회 2사 1.2루에서 최정에게 기회가 돌아왔으나 내야 땅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염 감독은 최정을 잠시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거나 이리저리 타순도 옮겨보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최정을 잠시라도 2군에 내리는 극약처방이라도 시도하여 타격감을 회복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연패의 부담에 시달리는데다 대체자가 마땅하지않은 SK로서는 그 정도의 여유마저 없다는 게 악순환이다.

이대로라면 SK는 개막 5월을 넘기기도 전에 일찌감치 꼴찌가 사실상 굳어지는 불명예 시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팀을 차근차근 재건하여 6월 이후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에서는 정작 염 감독 본인이 그때까지 자리에서 버틸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SK가 이제라도 반전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정의 부활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SK 부진의 책임을 짊어진 '위기의 두 남자' 염경엽과 최정의 어깨가 무겁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SK와이번스 염갈량 최정와이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