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두산 주장의 중책을 맡은 베테랑 오재원

올시즌 두산 주장의 중책을 맡은 베테랑 오재원 ⓒ 두산 베어스


두산이 적지에서 삼성을 연파하고 공동 2위 자리를 되찾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10-6으로 승리했다. 전날 12-7 승리에 이어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두산은 이날 kt 위즈에게 2-6으로 패한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없애고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10승6패).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홈런 2방을 포함해 6피안타로 4실점(3자책)을 기록했지만 6이닝을 책임지며 시즌 3승을 챙겼고 이현승과 함덕주로 이어지는 좌완 듀오도 무실점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석에서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동점홈런을 포함해 4안타1타점3득점, 최주환이 결승 홈런을 포함해 2안타2타점2득점으로 활약한 가운데 5번에 배치된 두산의 '캡틴' 오재원이 5회 만루홈런을 작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고의 시즌 보낸 후 작년 1할대 타자로 전락한 두산의 캡틴

야구에서 베테랑 선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꾸준한 활약이 중요하다. 30대 중반이 지나 부진한 시즌을 보내면 팬들과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자들의 경우 나이를 먹으면 스윙스피드나 순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지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기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박용택(LG 트윈스) 같은 노장 선수들이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도 철저한 자기 관리 때문이다.

두산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2010년대 중·후반 KBO리그를 지배하던 시절, 두산의 주장을 맡으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오재원도 몸 관리를 잘한 대표적인 베테랑 선수로 꼽힌다. 비록 오재원은 팀 내 다른 스타 선수들과 비교해 썩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진 못했지만 매년 꾸준한 활약으로 두산이 2010년대 3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입단 당시부터 호리호리한 체격과 빠른 발을 앞세운 '똑딱이 내야수'였던 오재원은 언제나 장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이에 오재원은 확실하게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한 후부터 꾸준히 체격을 키웠고 많은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 점점 큰 스윙을 가져갔다. 실제로 오재원이 데뷔 후 첫 우승반지를 차지했던 2015년에는 11홈런59타점31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형 타자'로 발돋움했다. 

오재원은 최주환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등장한 2016년과 2017년 잠시 주춤했지만 최주환이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은 2018년 타율 .313 15홈런81타점15도루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오재원은 15홈런을 칠 수 있는 준수한 장타력과 언제든지 단독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을 겸비한 내야수였고 그런 오재원 을 테이블 세터와 하위타선을 오가며 배치할 수 있는 김태형 감독은 복이 많은 지도자였다. 

하지만 작년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지면서 오재원은 98경기에서 타율 .164 3홈런18타점이라는 상상하기 싫은 추락을 현실로 경험하고 말았다. 페르난데스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준 최주환이 2루에 들어오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재원은 팀 내에서 입지가 더욱 줄어들고 말았다. 아무리 주장으로 팀 내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서 1할 타자를 주전으로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활의 맹타, 누가 오재원에게 '한 물 갔다' 하는가

그렇게 팀 내에서 존재감이 작아지다 못해 거의 사라지는 듯 했던 오재원은 작년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를 통해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1차전에서 대주자로 출전하고 2차전에서는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때린 오재원은 3,4차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최주환 대신 주전 2루수로 출전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0타수5안타3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다.

작년 시즌 종료 후 2번째 FA자격을 얻은 오재원은 많은 나이와 부진한 타격 때문에 FA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결국 지난 1월 두산과 총액 3년 최대 19억 원(계약금 4억, 연봉 3억,옵션 총액6억)에 계약했지만 두산팬들 사이에서도 오재원의 계약이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주환뿐 아니라 이유찬,서예일 같은 대체자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전성기가 지난 오재원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는 의미였다.

오재원은 개막전부터 최주환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서 시즌을 출발했다. 혹자는 홍성흔(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필드코치)이 선수생활 말년애 그랬던 처럼 오재원도 남은 계약기간 동안 주로 '벤치의 응원단장'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재원은 시즌 개막 후 두산이 치른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87 3홈런10타점9득점 OPS(출루율+장타율)1.122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올리고 있다.

22일 경기에서 1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한 오재원은 23일에도 장타 2방(홈런, 2루타)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두산의 연승을 견인했다. 특히 2-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5회 공격에서는 무사만루 기회에서 삼성의 고졸루키 황동재의 초구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삼성이 경기 후반 4점 차까지 추격했음을 고려하면 오재원의 만루홈런이 두산 승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셈이다.

현재 두산은 시즌 초반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던 거포 1루수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1루수에 최주환, 2루수에 오재원이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물론 부동의 3번타자 오재일의 빈자리는 결코 작지 않지만 오재원의 예상을 뛰어 넘는 맹활약 덕분에 두산은 오재일 없이도 공동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재원은 자신에게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내린 야구팬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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