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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웰 호수에 내려앚은 저녁 노을
 파웰 호수에 내려앚은 저녁 노을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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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롬(Alstrom)'이라는 곳이 있다. 미국 유타주의 최남단, 애리조나주와 접경 지역에 있는 빅 워터(Big Water) 근방, 파웰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망대로 알려진 곳이다.

파웰 호수(Lake Powell)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이 호수는 콜로라도 강에 댐을 만들어 생긴 인공 호수다. 호수가 생긴 이 구간을 글렌 캐니언(Glen Canyon)이라고 불렀고, 댐을 만들어 호수가 생기자 캐니언 구간을 국립 휴양지(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로 지정하였다. 콜로라도 강이 만든 아름다운 계곡에 물이 고이면서 오밀조밀한 지형과 어울려 전과는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자동차 도로는 물론이고 걸을 수 있는 트레일, 거기에 뱃길까지 다양한 길이 만들어졌다. '홀인 더 락(Hole in the Rock)'과 같이 자동차와 배로 접근할 수 있는 곳도 있고, '리플렉션 캐니언(Reflection Canyon)'처럼 트레일과 배로 접근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반면 자동차로만 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번에 소개할 '알스트롬 포인트(Alstrom Point)'다. 물론 배를 타고 이 전망대 아래까지는 갈 수 있지만, 주변 풍경을 한눈에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알스트롬 포인트와는 전혀 다른 경치를 보게 된다.
 
 알스트롬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레이크 파웰
 알스트롬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레이크 파웰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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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롬 포인트로 가려면 빅 워터에서 시작하는 비포장 길을 약 25마일(약 40Km) 정도 들어가야 한다. 비포장이기는 해도 대체로 도로 상태가 좋아 승용차로도 충분하다. 다만, 마지막 2마일 정도는 길이 험하기 때문에 지상고가 높은 차가 필요하다. 승용차로 가야 하는 경우라면, 마지막 구간 전에 차를 대놓고 약 2마일쯤 걸어 들어가면 된다. 물론 이경우 캠핑을 계획한다면 백팩을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벌판 끝무렵부터 험한 2마일 구간이다
 벌판 끝무렵부터 험한 2마일 구간이다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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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롬 포인트 여행의 매력은 단지 그곳에 도착해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해돋이나 해넘이를 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으로 가는 약 25마일 길을 가는 동안 볼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산세는 지나는 이의 발길을 기어이 멈추게 만든다. 오랜 세월 빚어진 오묘한 빛깔의 바위산들이 만들어낸 수려한 경치 말이다.

지난 <세상에 똑같은 건 없다, 겉보기 보다 아름다운 풍경들>에서 이야기한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테'의 일부이기도 한 이곳의 지형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차라리 웅장하다. 켜켜이 쌓인 거대한 산들이 늘어서 있는 곳을 천천히 지나노라면 마치 원시시대에 와있는 착각이 든다.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것 같은 지형, 풀과 나무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 앙상한 바윗덩어리의 집합체, 그러나 빛깔만큼은 이것저것 다양하게 분포되어있는 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풍경을 보고 어떻게 그냥 갈 수 있을까?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25마일 길도 짧게 느껴진다.
 
ⓒ 이만섭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전망대라고 해서 무슨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망대는 널찍한 바위지만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다. 발을 헛디디면 바로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안전시설도 없다. 하다못해 경고문도 없다. 모든 것은 자기 책임 아래 행동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국립기념물, 또는 주립공원 등 공원 시설에는 최소한 안전 표지판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는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찾는 까닭은 그만큼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일 것이다.
 
 알스트롬 포인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는 없다
 알스트롬 포인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는 없다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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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그레한 황톳빛 바위가 만들어 내는 호숫가의 자잘한 곡선들,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얀 구름, 그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잔잔한 호수와 반영이 빚어내는 풍경은 말로는 다 드러내지 못할 아름다움이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호수의 전체가 아니라 아주 일부분이다.

건사이트 베이(Gunsitht Bay)로 부르는 이곳은 파웰 호수에서도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여기서 보는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런 지형 때문이다. 본래 굴곡이 큰 글랜 캐니언의 바위 지형에 보를 막아 물을 가뒀으니 호안선(shore line)이 복잡해졌고, 그 덕에 사람의 눈에는 더 아름다워 보인다.
 
 복잡한 호안선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웰 호수
 복잡한 호안선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웰 호수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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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한낮은 지난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해는 조금 기울었고, 호숫가에 드리운 짙은 바위 그림자들이 차츰 길어지는 시간이다. 아직 햇살이 비치는 수면 위로 짙게 드리운 산 그림자를 보면서 잠시 호수를 천천히 훑어볼 수 있었다. 오밀조밀한 호안선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따라 시선을 움직여봤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수면을 지날 때마다 생기는 그림자들이 강렬한 햇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곡선을 잘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부드럽다가도 때로는 거칠게 휘감기는 호안선, 수면을 쓰다듬는 잔잔한 미풍, 천천히 몸집을 늘이며 영역을 확장해가는 산 그림자, 거기에 세찬 바람에 살랑이는 물결이 만들어내는 거친 반영까지 알스트롬 포인트의 풍경이 눈에 익어갔다.
   
'빛'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어둠에만 잠겨있을 시간에도 교교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그들의 때가 되면 어느 것 하나 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때로 적나라한 현실을 살짝 가려주거나 들뜨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의 영향을 받아 세상은 실재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음습하고 칙칙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눈을 사로잡는 것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고 다짐을 해보지만, 빛의 마술이 펼쳐지면 속절없이 넋을 놓게 된다.  
 
 해가 넘어가면서 하늘은 수놓은 구름이 인상적이다
 해가 넘어가면서 하늘은 수놓은 구름이 인상적이다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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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브런치(https://brunch.co.kr/@leemansup/179)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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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노동자,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여행을 하려고 애쓰며, 여행에서 얻은 생각을 사진과 글로 정리하고 있다. 빛에 홀려 떠나는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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