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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학생생활 자문관입니다.[편집자말]
올해의 스승의 날 5.15일에는 학생과 교사들의 만남이 전면 차단된 채 원격수업 화면 혹은 SNS를 통해 축하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제자들과의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교권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를 우려하면서 미묘한 정서에 놓이곤 한다. 

교권은 교사들의 복지와 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으로서 교육력 향상과 관련이 깊다. 이것이 더 절실하게 대책을 고민할 이유다. 2020년 2월 4일자 연합뉴스 기사제목은 부산지역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다. <"교단 떠나고 싶다"…교사 명퇴 신청 너무 많아 반려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교직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 교사가 고뇌하고 있다. 출처: CNBC
▲ 고뇌하는 영국의 한 교사 교직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 교사가 고뇌하고 있다. 출처: CNBC
ⓒ 신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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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는 교권침해에 대해 기술적 대응이 미약하다. 즉 교권침해 유형, 구체적인 대응방식과 처벌내용, 대응절차를 매뉴얼로 만들어 알리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우리도 교원지위법이 있어 법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 교권침해 사례는 여전히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럼 교권 회복의 근본적인 걸림돌이 무엇인가? 첫째, 입시위주의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입시에 과도하게 노출된 환경은 학교 교사들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킨다. 점수경쟁에 유리한 교과서와 문제지, EBS 강의, 학원강사가 중심에 놓이고 교사들은 사실상 비교우위에서 밀려나 암묵적인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교사들은 교권침해의 가능성에 충분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입시위주의 환경은 학생들의 적성별 이동수업을 불필요하게 만들며 있어도 형식에 그친다. 왜냐하면 마치 무기경쟁 같은 점수따기 경쟁만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배열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추어 수업을 보장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목공수업에 흥미를 보이면서 국어, 수학, 과학 등에 능력을 보이지 않는 중고생이 있다면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으로 연결되는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울러 이들에 대해 사무직 노동자들과 큰 차별없이 돈벌이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즉 임금차별, 학력차별이 사실상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특정 교과목에 흥미없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과목시간에 종일토록 앉아있도록 하는 것은 한창 움직이는 성향을 지닌 초중고 학생들에게 그 자체로 고문에 가깝다. 이것은 사실상 아동학대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의 억압된 욕망은 교사에 대해 인내력에 한계를 보이면서 교권침해 가능성을 높인다.  일단 전교생이 500~600명 정도로 학교규모를 줄여나가면서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주고 단계적으로 시험위주의 환경에서 탈피해야 한다.

둘째, 전근대적인 교장승진제도를 방치하는 것이 문제다. 기존 점수제 교장승진제도하의 교장들은 학교내에서는 거의 무제약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이는 교육내부에서 지속적으로 교사들의 교육내용 선정 등 교육적 권리 즉 교권을 제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이 상시적으로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에서 어느 교장이 교사들로 하여금 특정 원격수업 프로그램만을 쓰도록 함으로써 교사들의 선택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 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하게 한 적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우발적인 헤프닝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지시-복종의 구도를 속성으로 하는 현 교장승진제,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정부의 역량부족이 문제다.

정부는 아래와 같은 전교조와 교총의 상반된 주장 앞에서 원칙없이 대응하고 있다. 교총에서 교장공모제는 전문성을 해친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유포하는데 이에 사실상 승복하고 있다.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는 학교 자치와 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교장자격증제·교장승진제도의 폐지와 교장선출보직제의 제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가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와 교장 공모지정 권고비율 폐지 방안을 동시에 철회한 것은 60일 넘게 지속돼온 교총의 강력한 반대 투쟁과 교육현장의 반대 여론을 수렴한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출처: 뉴시스, 전교조 "교장공모제 후퇴 유감" vs 교총 "현장 우려 반영", 2018.3.13.).

일전에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학생들에게 프랑스의 30여분 짜리 독립영화 '억압받는 다수(Oppressed Majority)를 상영해주고 일부 여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미투로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현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그런데 이 문제의 초기에 가장 먼저 사안의 성격을 파악하고 교권문제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했어야 할 이는 바로 교장이었다. 교장이 어떻게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교내의 갈등조차도 교육적인 소재로 만들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교장승진제는 점수따서 개인적인 성취욕망을 충족하는 성격을 벗어나지 못할 만큼 공공성과 민주적 성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이 제도는 이렇게 교육문제에 대해 무력하다.  

셋째, 교원의 노동권 보장이 교권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최대 교원노조이면서 교육자협회인 전미교육협회(NEA)에서 2018년 3월 12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교권에 대한 매뉴얼 성격의 7가지 Q&A를 제시한 바 있다. 즉 미 수정헌법 1조에서는 교사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가, 정당한 이유로 학생들이 시위를 할 경우에 교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이렇게 교권문제에 대해 직접 대응력을 갖추게 하는 것도 노조의 존재가 허용될 때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아울러 교원노조는 정부의 짐을 덜어주기는 기능도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과 같이 노조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함으로써 교육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데 크나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참정권이 교권을 회복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식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프랑스의 교사들이 교직경험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모습은 특히  OECD 국가 중에서 참정권을 제약하기로 유명한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국외대 전학선 교수의 논문, '프랑스 교육제도와 교원이 정치활동의 자유'에 따르면, 1997년 국회의원 전체 577석 중에서 교사출신이 150석, 1981년에는 491석 중에서 167석이었다. 3명 중 1명꼴로 교사출신이다. 반면 한국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단 1명 뿐이다.

프랑스 시민이 교사를 신뢰하는 이유는 이렇다. '자본주의 사회질서를 감안한다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는 사람들은 주로 자본가 계급의 지역 유지들뿐이다. 설사 재력은 없으나 특출한 정치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더라도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었다.' 대신 교사들은 파벌적 계급이익으로부터 가장 자유롭다고 본 것이다.

 
프랑스의 교사에 대한 신뢰의 정도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출처: 전학교 수의 논문. 표작업 : 필자)
▲ 프랑스와 한국의 교사출신 국회의원 비교 프랑스의 교사에 대한 신뢰의 정도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출처: 전학교 수의 논문. 표작업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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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교원이 선거에 참여하고 출마하는데 거의 제약이 없다. 교사가 가르치는 업무가 종료되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리는데 차별받지 않는다. 퇴근하면 정치적 중립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직무 이외의 시간에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어떤 제약의 대상도 될 수 없고, 만일 제약이 가해진다면 그것은 정치적 박해로 규정된다.'

교사들이 휴직하거나 퇴직 이후에 의정활동을 하면 교육관련 제규정 및 법의 개정이 월등히 속도를 낼 뿐만 아니라 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정책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위스의 교사들은 현직에 있으면서 수업을 대체교사에게 넘겨주고 국회로 등원하기도 한다. 교육문제를 시차없이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교장제도 뿐만 아니라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사진의 오랜 전횡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사립학교 실태를 개선하는 사립학교법 개정,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끊이지 않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전문계고 졸업생들의 현장실습 관련 법의 개정 등 적지않은 교육관련 난제들은 교육력 제고와 더불어 교권확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2020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는 교사가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것이 합법임을 밝혔다. 즉 정치적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무원과 초·중등 교원 등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정당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앞뒤가 안맞는 모순된 판결이다(관련기사 : 연합뉴스, <헌재 "교사 정치단체 결성 금지 위헌…정치적 자유 침해>2020.4.23).

아직도 한국의 법관들은 학생들이 정치적 중립하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것과 교사들이 근무시간 이외에 인간의 생활권적 기본권을 누리는 것을 분리하는데 미숙하다. 그러니 교사들이 정치적 선호도를 개입시키지 않고 정치현실을 가감없이 교실로 가져와 토론에 부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임과 동시에 발전적인 민주시민교육임을 아는 데까지는 또 얼마나 더 시간이 걸려야 할까?  

법관들이 편견에서 벗어나는 날까지 유예될 수 밖에 없는 민주시민교육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단결력과 인내에 달려있을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력과 함께 포괄적 의미의 교권신장을 위해서 좀더 고단한 여정을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프레시안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교권회복, #교사의 노동권, #교사의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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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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