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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 잊혀지는 그 날의 사건을 되짚어 봅니다.[편집자말]
"홍영이가 내게 언젠가 이런 말을 했지요.
아버지! 우리나라가 망할 것 같아요.
희망이 없어요... 라고요.

그땐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했는데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네요.
청운의 뜻이 너무 맞지 않았구나.

(중략)

나는 이제 아들 홍영이를 만나지 못합니다.
내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고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8세)씨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에게 "오늘이 홍영이가 떠난 지 723일째 되는 날"이라며 2018년 5월 보낸 문자 중 일부다.

"김대현 전 부장검사... 아직까지 반성의 기미 없어"
 
 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 중.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김진태씨의 모습이다.
 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 중.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김진태씨의 모습이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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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9일, 상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괴로워하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벌써 4년이 흘렀다.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 김씨는 "세월이 훌쩍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가 비워야 또 다른 뭔가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이와 같은 바람은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마음을 비워내기 어려웠다.

아들을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된 김대현 당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2016년 8월 해임됐다. 같은 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에 불복했고, 2019년 3월에 이르러서야 대법원에서 그의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그가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같은 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4개월이나 지난 뒤인 지난 3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를 두고 한 말이었다. 김씨에게 다시 물었다.

- 아직까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렇죠. 자기가 참, 그동안, 혼자라도 와서, 한 번 정도라도 진심으로 뭔가 행동이 있었다면 좀 제 마음이 나아질텐데..."

국가 상대로 손배 소송 제기... 그의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49재가 고향 부산의 한 사찰에서 진행됐다.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4)씨가 오열하며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2016년 7월 6일,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49재가 고향 부산의 한 사찰에서 진행됐다.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씨가 오열하며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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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씨는 지난 해 11월 방영됐던 KBS <시사직격> 이야기를 했다.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에서 제작진을 만난 김 전 부장검사는 "유족들에게 당연히 사과를 했다"면서 "장례식장에도 가고 사과를 했는데 유가족 입장하고 저하고는 다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제작진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용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는 김씨의 뜻을 김 전 부장검사에게 전하고 함께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김 전 부장검사는 제작진에게 전화를 통해 "얼마 전 교통사고 당한 아버지 때문에 (지역에) 내려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 날 아버지는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방송에서 김씨는 제작진에게 물었다. "서글프다, 그죠?"

아버지의 마음은 여전히 그런 듯 했다. 김씨는 "당시에 내가 먼저 김 전 부장을 용서하는 마음에서 그런 스케줄도 잡고, 이렇게 저렇게 서울로 내가 가고 했는데도 참..."이라면서 "아직까지 다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처벌도 제대로 안 이뤄졌다고 생각하시나요?
"해임으로 끝났으니까요. 아직까지는."

- 답답함이 여전히 크신 것 같습니다.
"정말, 평생을,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런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평생 안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도, 정말, 마음적으로 제 책임의 한계를 정리하고 싶어서..."

2019년 11월 28일, 고인의 유족들은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2억2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소장을 통해 "김 전 부장검사의 가혹행위나 간부들의 주의 의무 위반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과 휴식 시간 박탈 역시 자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서 아버지는 이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의 설명은 단순했다.

"과연 국가가 얼마만큼 잘못을 했는지, 나는 얼마만큼 잘못을 하고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선을 찾고 싶어 소송을 했습니다. 어떻게 판결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저도 마음을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하고 그런 뜻에서요.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우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또 받아들여야 하고, 또 국가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만큼 적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 날... 아들 산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부산지검 검사장
 
 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의 한 장면. 아들의 묘에는 고인의 동료들이 만들어준 재직 기념패가 있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대한민국 검사로 치열하게 살다 대한민국 검사로 고요히 잠들다".
 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의 한 장면. 아들의 묘에는 고인의 동료들이 만들어준 재직 기념패가 있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대한민국 검사로 치열하게 살다 대한민국 검사로 고요히 잠들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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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그 날' 이야기를 꺼내 봤다. 2009년 11월 4일 김씨는 한 장학재단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아들의 사법고시 2차 합격 소식을 접한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글이었다.
 
"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장학금을 받은 김홍영군의 아버지 김진태입니다. 지난 10월 20일 아들의 제51회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몇 일 전, 모든 시험 일정이 끝나고 나면 빠른 시일에 방문 인사를 꼭 해야된다고 하니 (아들의) 대답은 '예'라고 약속 받았습니다만 그 시기가 늦어질까 조금은 걱정도 됩니다. 실례인 줄 아오나 우선 이렇게라도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아 실례를 합니다. 다시 한 번 장학생이었다는 것을 감사드리며, 이사장님 이하 여러 관계자님 감사합니다."

-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선명하실 것 같습니다.
"그 때 재단에서 참 많이 도와주시고 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 때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한 번 씩 그렇게 옛날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 울컥했다가 또... 허허. 또 잊어버렸다가 혼자 산에 가서 이렇게 다섯 시간, 여섯 시간 씩 생각 없이 그래보기도 하고, 또 뭔가 자꾸 내가 비워야 채워질 수 있다는 걸 되새기면서 생활하고 있는 거죠."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우리 애가 떠나고 이렇게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검찰 친구들이라든지, 학교 친구들이라든지, 또 사회 친구들이라든지, 이런 친구들이 지난 추모식에 상당히 많이, 30∼40명 정도 모여서 이렇게 해주시니까 좀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리고, 19일 아들 산소에 갔는데, 부산지검 검사장님, 부장검사님하고 같이 7∼8분 오셨더라고요. 그 분들은 제 마음이 아플까 싶어 조용히 살짝 왔다 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우연히 저랑 마주쳤어요. 그렇게 만나가지고 얼굴도 보고 얘기도 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주시는 걸 보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이, 잠시 검찰에 머물렀고 그랬지만, 그나마, '짧은 인생이란 걸 잘 살다 갔구나'. 그렇게 위로를 나에게 하고 왔습니다. 임은정 검사도 수시로 위로 많이 해주시고 그래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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