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14일 오전 시민들이 검체 채취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검사원이 검체 채취 전 시민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14일 오전 시민들이 검체 채취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검사원이 검체 채취 전 시민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가 이제 우리의 일상에 정착되는 듯하다. 이 고약한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평범한 일상이 되는 중이다. 사람들은 때가 되면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산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후 약국 방문은 일주일의 중요한 일정이 돼버렸다. 집 안 거실 식탁에도, 사무실 서랍에도, 외출용 가방에도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인간의 적응력으로 처음보다 누그러졌으나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현실은 사람들의 일상에 그대로 투영되고, 확인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해 수많은 의견, 예측이 쏟아진다. 언론 보도, SNS에서 공유되는 전문가들의 발언과 함께 출판업계는 발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를 가늠할 수 있는 서적들을 출간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일상의 변화를 느끼는 사람들은 시대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관련 기사와 서적에 관심을 보인다. 코로나19 위기가 만든 변화하는 시대에 이슈를 선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모습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 코로나19가 원인이 된 큰 변화로서 '거대한 전환'을 예견한다. 여기서 '전환'은 용어 자체로 가치 중립적 표현이다. 아직 미래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의미를 지닌 셈이다.

불공평한 기회가 여전한 현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직면할 거대한 전환이 존재한다면, 그 전환으로 발생할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는 위기를 발판 삼아 경쟁자를 제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위기가 정말 위기가 되어 고통과 시련의 시간, 어쩌면 이전보다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재난이 될 수 있다. 이 두 '누군가'는 기존에 소유한 자본과 권력의 크기, 기술과 시장 지배력, 경험과 네트워크 등의 격차에서 갈리게 된다. 이런 불공평한 '갈림'이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어 안타깝다.

기업들은 기존에 경영상 장애물로 생각한 규제들을 완화할 기회로 여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노사관계 재정립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근로시간제도 개선,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률 인하, 투자세액공제제도 개선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이라며 제시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다. 거대한 전환을 언급하지만, 그들의 요구가 이뤄진들 현재와 같은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득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너무 편협하고, 근시안적 대책들이 아닌가.

경영자 단체들이 기업 회장들을 대동하고, 기자들을 불러놓고, 호기롭게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모습을 전혀 다른 세상의 일처럼 바라보는 다른 누군가는 정부 정책에서도 멀어져 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에게 코로나19 위기는 생계를 위협하는 대상이다. 정부와 협의는커녕 단체를 만들 꿈도 꿀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이번 위기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기 어렵다.

정책적 배려로 기회가 공유돼야

정부 정책이 만들어지는 보통의 방식과 원리를 생각한다면 현재 논의되고, 발표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목표로 한 대책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10대 산업분야 65개 규제 혁신 방안'과 지난 7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도 목소리 큰 누군가의 요구,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었던 정책수단의 흐름, 코로나19라는 절묘한 기회가 만나 탄생한 산물이다. 코로나19 관련 정책이 발표된 후 정부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것일까, 이것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전문가, 시민사회에서 팽배했던 건 당연하다. 거대한 전환이라는 수식과 어울리지 않는 정부의 위기의식,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괴리된 정책감수성이 원인일 것이다.

이번 위기와 정책 발표의 흐름 속에서 탐탁지 않은 여론에 정점을 찍은 건 아마도 원격의료의 흔적이 엿보이는 '비대면 진료'가 아닐까.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전화나 영상통화로 진료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이전에 의료민영화의 한 축으로 거론된 원격의료와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시민들의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원격의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한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든다는 '언택트(untact)' 시대에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수익 창출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후 비대면 진료 기반 조성을 위해 도입될 구체적 정책수단이 결정된 후 정확한 정책성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의료민영화의 빗장을 열고, 기업에만 새로운 기회, 국민 대다수에게는 또 다른 위기로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

거대한 전환에 어울리는 정책결정과정이 필요하다. '보통'의 절차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이 절실한 때다. 위기 극복을 통해 만들어진 기회의 과실이 모두에게 최대한 골고루 분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큰 희망 사항인 줄 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기대할 뿐이다. 이번 위기가 누군가에게만 기회여서는 안 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