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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수도권 곳곳의 버스 정류장에 서면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안내기가 있다. 스마트폰을 따로 꺼내지 않고도 버스가 어디쯤 왔는지를 알려주는 안내기인데, 요즈음 이 안내기에 '혼잡', '여유' 등의 괄호가 붙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혼잡'으로 뜬 버스는 어김없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상태로 도착한다.

요즘은 지하철을 타도 어디가 여유로운지 알 수 있다. 최근 도입되는 서울 2호선 전동차에는 실시간으로 열차 내에서 여유로운 칸이나 혼잡한 칸을 알려주는 기능이 생겼다. 어떤 칸이 사람이 덜 붐벼 쾌적하게 열차를 탈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혼잡' 여부는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

좌석 다 찼다고 혼잡도 100%가 아닙니다
 
'만원 지하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혼잡도 100%를 갓 넘긴 상태이다. (코로나19 범유행 이전 촬영)
 "만원 지하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혼잡도 100%를 갓 넘긴 상태이다. (코로나19 범유행 이전 촬영)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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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지하철의 혼잡도는 퍼센트로 계산한다. 가령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 노선인 9호선의 경우 평균적으로 175%의 혼잡도를 보인다. 보통은 전철의 좌석에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으면 100%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혼잡도 100%는 서울 지하철에서 쓰는 대형 전동차 기준 한 칸에 160명의 사람이 타고 있어야 성립된다. 보통 전동차 한 칸에 64개의 좌석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90여 명의 사람이 더 탑승해야만 한다. 부산 지하철, 대구 지하철 등에서 쓰는 중형 전동차는 한 칸에 148명을 100% 정원으로 계산한다.

단순히 사람의 수로는 체감이 어렵다. 어떻게 사람들이 서야 160명이 채워질까. 먼저 앉아 있는 승객 앞에 사람이 한 명씩 손잡이를 잡고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출입문 앞에는 두 명이 끄트머리의 봉을 잡고 있고, 객실 가운데에도 여러 사람들이 봉이나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비로소 혼잡도 100%가 완성된다.

보통 혼잡도 100%는 열차 내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리를 이동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혼잡도 150%, 즉 칸당 240명까지는 서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신문이나 서류를 읽을 수 있지만 180%에 도달하면 열차가 흔들릴 때 몸이 부딪히기 시작한다고 한다.

보통 심각한 혼잡상황으로 여겨지는 200%부터는 열차에 서서 스마트폰 정도만을 볼 수 있다. 출근 시간 서울 2호선이나 9호선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250%, 칸당 400명 탑승 정도가 되면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옆사람들과 함께 물아일체가 된다. 열차에 내가 탔는지, 내가 열차인지 모를 지경이 되는 셈이다.

버스의 정원은 버스마다 제각각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현대 뉴 슈퍼 에어로시티 저상버스의 경우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26개의 좌석에 사람이 앉고 31명 정도가 더 탑승하면 정원 100%가 탑승한 것으로 본다. 물론 입석 공간에는 공간만 만들면 사람들이 더 탈 수 있으니 콩나물시루 버스를 심심찮게 보는 것이다.

혼잡도를 계산하는 키워드, '무게'와 '교통카드'
 
서울 지하철 2호선 일부 객차에서 제공되기 시작한 차내 혼잡도 안내.
 서울 지하철 2호선 일부 객차에서 제공되기 시작한 차내 혼잡도 안내.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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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등에 도입된 신형 전동차는 차내 LCD를 통해 어떤 칸이 혼잡한지, 여유로운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5호선, 4호선 등에도 이런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경의중앙선 등에도 승차 위치에 따라 혼잡도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서비스는 차량마다 차에 걸리는 무게를 계산하는 센서가 있기에 제공된다. 전동차의 바닥마다 저울이 달려 탑승한 사람들의 무게를 재는데, 모든 사람의 몸무게를 65kg으로, 혼잡도 100%가 약 10.5t 정도라 가정하고 정원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가 걸리는지를 측정한다.

그래서 객차에 걸리는 무게가 약 8t 정도 이하라면 여유, 약 8t에서 약 13.5t 사이는 보통, 약 13.5t이 넘어가면 혼잡으로 표시된다. 이는 앞서 설명한 혼잡도 계산 방법에서 기인한 것인데, 씨름 선수들이 단체로 열차에 탑승하거나 누군가 쌀 몇 섬씩 들고 열차에 타는 등 변수만 없다면 비교적 정확하게 혼잡도를 알 수 있다.

더욱 정확한 데이터는 교통카드 등을 활용한다. 어떤 승객이 어느 역부터 어느 역까지 이동했는지의 데이터를 합산해 혼잡도를 계산한다. 특히 시내버스에서 이 방법이 애용되는데, 2017년부터 해당 데이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한 서울특별시의 경우 98.9%의 승객들이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꼭 하차태그를 하는 덕분에 계산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한다.

그래서 교통카드 실시간 데이터로 차내 승객을 계산해 스무 명 이하, 즉 좌석에 앉을 수 있으면 '여유', 35명 이하로 손잡이 정도를 건사할 수 있으면 '보통', 그 이상은 '혼잡'으로 분류된다. 해당 서비스 덕분에 정류소에서 '빨리 가는 혼잡 버스냐, 조금 늦는 여유 버스냐'와 같은 소소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 되었다. 

지하철 역시 혼잡도를 계산하는 주요한 데이터는 교통카드를 통해 계산한다. 교통카드의 승하차 시각, 승하차 역의 데이터를 보면 이 사람이 급행열차를 이용했는지, 어떤 구간을 이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뉴스에 자주 뜨곤 하는 '몇 호선이 혼잡도 몇 퍼센트를 기록했다더라' 하는 정보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다.

배차간격 조정에, 코로나19 대응까지
 
교통카드 통계, 센서 등을 활용한 대중교통의 혼잡도 데이터는 교통 정책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교통카드 통계, 센서 등을 활용한 대중교통의 혼잡도 데이터는 교통 정책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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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이러한 승하차 데이터를 활용한 혼잡도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혼잡도가 높은 구간을 SNS 등을 통해 이용객들에게 예보하고 해당 구간에 추가적인 열차를 투입하는 등 어느 구간, 어느 역에서 열차가 혼잡한지의 데이터를 활용한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합산된 데이터는 여러 곳에 사용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시간에도,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여러 장점을 가져다준다. 당장 혼잡하다고 알려진 구간이나 시간대를 피해 열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장기적으로는 특정 구간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교통편이 마련될 수도 있다.

교통 정책을 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하철의 경우 특정 시간과 구간에 탑승객이 몰린다면 배차간격을 좁히거나 해당 구간에 열차를 집중 투입할 수 있다. 버스의 경우에는 혼잡도 데이터를 활용해 '다람쥐버스' 등을 운행하거나, 노선을 조정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출퇴근하는 길 찍은 교통카드가, 밟았던 열차 안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이터와 자료가 되는 셈이다.

태그:#지하철, #버스, #대중교통, #혼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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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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