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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알 피뜨르 2020  디자인
▲ 이드 알 피뜨르 2020 이드 알 피뜨르 2020 디자인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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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력은 1년이 354/355일이다. 이슬람력으로 9번째 축제의 달인 금식월 라마단(Ramadan, رَمَضَان)은 태양이 기울며 첫 번째 초승달이 뜰 때 시작된다. 29/30일간 해가 뜨면 금식하고, (대륙마다 시차가 있으나) 이때만큼은 대부분 성지 메카(Mecca)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표준시간에 따른다.

라마단 뜻은 '강렬한 더위'다. 올해 라마단은 4월 23일 시작해 5월 23일 끝난다.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인(人) 무슬림은 하루 5번 기도하고, 원칙적으로 태양이 뜨면 먹고 마시거나, 흡연, 성관계도 금한다.

하루에 점심을 뺀 두 끼만 먹으니 단순해 보이지만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전 아침을 든든히 먹고, 해가 진 후 늦은 저녁이 돼야 배를 채울 수 있으니, 하루 12시간 가까이 침도 못 삼키고 굶는 고통을 한 달 내내 느껴야 한다.

구약을 믿는 유대인도 기리는 축제인 라마단은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금식을 통해 인내, 겸손, 희생정신을 배운다. 참회하고, 올바른 삶을 위해 기도하며, 욕심을 자제하며, 자신을 정화하는 목적이 있다.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기도하고 아침 식사, 수후르(Suhur)를 먹고 목욕 후 깨끗한 옷을 입고 무슬림용 무알코올 향수를 뿌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라마단 27번째 날 밤은 꾸란(Quran)의 첫 번째 구절에 나온 계시인 '능력의 밤(Laylat al Qadr)'이다. 하느님이 수많은 날 중 이날을 선택해서 이날의 기도가 가장 능력 있다고 무슬림들은 믿는다.

라마단의 마지막 날, 단식종료제

종교색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는 라마단 기간 중 관공서 업무시간과 상점 영업시간 등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정부 기관, 민간기업 모두 계산서를 발행 안 하고 요금, 세금 등도 유예된다.

집 주위와 크고 작은 식당, 상점, 쇼핑몰, 빌딩 등의 외벽과 실내에 화려한 형형색색의 불을 밝힌다. 저녁마다 동네의 라마단 바자(Ramadan Bazaars)에서는 다양한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다 같이 모여 쇼핑하고 모스크에서 아잔이 울리면 식사를 시작한다.

12살 이하 어린이나, 임산부, 환자는 금식을 안 해도 된다. 집을 떠나 비 이슬람국가로 단기 여행 중이면 먹고 마실 수도 있다. 그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금식을 못 했다면 나중에 그 횟수만큼 금식하거나 종교시설, 봉사단체에 돈이나 음식을 기부해 금식 못 한 죄를 씻는다.

태양이 떠 있는 한 달간 금식하는 성스러운 달,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 단식종료제 이드 알-피뜨르(يد الفطر)다. 무슬림의 중요한 두 가지 축제 중 하나는 이슬람력 12월 10일인 희생절 이드 알-아다(Eid al-Adha), 그리고 이드 알-피뜨르(Eid al-Fitr)다. Eid는 아랍어로 축제, 잔치, Fitr는 금식을 깬다는 뜻이다.
 
라마단바자의 다양한 말레이시아 음식들. 음식을 산 사람들은 집에 가지고 가 가족친지와 다 같이 먹는다.
▲ 라마단 바자의 음식들  라마단바자의 다양한 말레이시아 음식들. 음식을 산 사람들은 집에 가지고 가 가족친지와 다 같이 먹는다.
ⓒ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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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마호메트는 라마단 달이 끝나고 시작된 10번째 달, 샤왈(Syawal)의 첫째 날을 이드 알-피뜨르라고 공표했다. 대추야자 몇 개로 아침을 먹고, 모스크에서 살랏(Salaat) 특별기도를 드리고, 탁비랏(Takbeerat)을 암송하며 신의 위대함을 기억하며 축제를 시작한다.  

각 지역에 따라 말레이어는 '하리 라야 푸아사(Hari Raya Puasa)', 중국어는 '카이 재 제(开斋节)', 터키에서는 '슈거 피스트(Suger Feast)', 등으로 불린다. 아랍권에서는 '축제를 축하한다(Eid Mubarak)', '즐거운 성찬(Eid Said)' 등 여기저기서 서로에게 축복을 비는 아랍어 인사가 들린다.

총리관저, 왕궁, 장·차관, 이슬람 국가 대사관, 유명인사, 지역유지 등은 대문을 활짝 열고 모든 방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브루나이에서는 왕이 약 100만 원 정도의 하사금을 주기에, 왕궁 앞에는 온종일 알현하려는 행렬이 길다. 또한, 이때 왕에게 소원 쪽지를 건넬 수 있고 왕은 대부분의 소원을 들어준단다

일반가정도 쌀국수(Laksa), 고기조림(Rendang), 매운 양념(Sambal), 쌀밥(Nasi), 면(Mee), 생선소시지(Keropok) 등 전통 음식을 차려 손님을 받고, 친척과 지인 집을 방문한다. 몇 년 전 이때 이슬람국가에 체류 중이었는데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매일 여러 집을 방문해 먹어대니 나중엔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슬라맛 하리 라야(Selamat Hari Raya)'는 '라마단을 잘 마친 축제의 날이다'라는 뜻의 인사다. 하리 라야는 동남아에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과 비 무슬림 모두에게 우리의 추석 같은 최고의 명절이다.

무슬림은 가족, 친구, 지인 등 서로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조상의 묘를 찾고, 모스크에서 기도를 드리고, 친구, 친척 등과 전통음식을 나눠 먹는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이웃과 어렵고 궁한 사람 등에게 음식과 금전을 베푼다.

라마단도 코로나19를 피하진 못했다
 
음식도 사고 구경도 한다
▲ 라마단바자 음식도 사고 구경도 한다
ⓒ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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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0년, 이슬람력 1441년 세계 17억 무슬림의 신성한 축제 이드 알-피뜨르는 5월 23일 저녁에 시작해 24일 저녁에 끝난다. 그리고, 2주간 관공서, 학교가 문을 닫고, 타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방문해 축복을 빌고, 음식을 나눈다. 일부 식당과 상점들도 이때만큼은 문을 닫고 고향으로 향하고, 공원, 극장, 백화점 등이 북적인다.

해마다, 국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대사관과 중앙 모스크 등에서는 오픈하우스를 열었다. 무대에서는 남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음악과 노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밤까지 계속된다. 모든 방문객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고 선물도 받았다.

성스러운 라마단 종교의식은 끝나가지만, 올해 이드 알 피뜨르는 절대로 축제 분위기가 안 날 것이다. 고향을 방문하고, 오랜만에 가족과 친인척을 만나 악수, 포옹하며 인사하고, 다 같이 모스크에서 코란을 암송하고, 친인척 집을 돌며 식사하고 밤새 웃고 떠드는 이드 알-피뜨르. 올해엔 꿈으로만 꿀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슬람국가에서도 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고, 대규모 이동을 막고, 모임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이슬람국가 대사관들도 자국민을 위한 종교행사를 취소했다. 코로나19는 종교 환경까지 통째로 뒤집어 버렸다.

덧붙이는 글 | 2018년 7월 2일 <뉴스프로>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기사입니다.


태그:##코로나바이러스, ##말레이시아 , ##조마초 , ##마초의 잡설 , #라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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