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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쉬고 있다. 지난 번에는 책 <회복탄력성>으로 카톡 토론을 시도했는데, 모두들 답답하다며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순서를 정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길(자판에 치기를) 기다리는데 한세월이었다. 얼굴을 보면 표정으로 할 말이 남았는지 내가 말해도 될지 알 수 있지만 카톡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독서모임은 다시 휴면기에 들어갔다.

독서모임 멤버 Y도 휴면기였다. 무기력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나름에 이유가 있고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 넉 달의 시간이 지났고, 김설원 작가 강연이 있었다. Y가 참석하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Y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괜한 오지랖을 떨면서 생각해주는 척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먼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어쩌면 귀찮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주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주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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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양배추 초절임이 생각났다. 원래는 대구로 갈 운명이었던 양배추. 아빠가 위궤양으로 잠을 못 주무신다는 엄마 말을 듣고 만들었는데, 아빠는 코로나19 때문에 택배 받기도 겁난다며 보내지 말라고 했다. 장보는 게 더 전염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건 자신이 조절하고 조심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안심하는 아빠. 그래도 그런 조심스런 아빠덕분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참 대구에 확진자가 늘어날 때는 반찬과 마스크를 택배를 보냈다. 그것도 안 하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던 시간이었다. 

Y에게 조금 우습게 보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배추 초절임과 깨, 오미자청, 매실청, 김치를 담아 Y에게 우편함에 책을 꽂아두겠다며 아파트 동과 호수를 물었다. 그리고 7층인 그의 집 앞에 보따리를 두고 얼른 내려왔다. 혹시 인기척에 문이라도 열어볼까 봐서였다. 비대면 배송을 해야 하니까.

Y는 나와는 다른 친구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나와 정적이고 차분한 Y의 성향은 분명한 대조를 보인다. 하지만 열성적인 부분이 다를 뿐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Y 앞에서는 뭐든지 털어놓게 된다. 그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다. 모르긴 해도 많은 이들의 비밀을 그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 나도 그가 필요해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 쓰면서 답답할 때 Y가 생각나고, Y가 좋아할 만한 책을 발견했을 때도, 강연을 듣다가도 갑자기 떠올랐다. 의논을 하고 싶고,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싶었다. 나를 위하는 마음과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같은 게 아닐까?

배송을 받은 Y는 요즘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는 묻지 못했다.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괜히 이래라 저래라 충고를 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그런 식으로 그를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에서, 강연에서 빈번하게 만날 때라면 Y에 대한 생각을 이토록 골똘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대했던 나의 방식을 되돌아보는 일조차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생활속 거리두기가 어쩌면 사람들의 관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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