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월이 오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핀다. 아카시 꽃과 찔레꽃이다. 유난히도 향기가 좋은 꽃들이다. 아카시 꽃을 따다가 그늘에서 말려 차도 만들어 먹지만 맛있는 떡도 만든다. 꽃이 너무 만발해 버리면 싱그러운 맛이 덜해 꽃이 조롱조롱 맺혀있을 때 따다가 떡을 찌는 게 더 상큼하다.

어제 남편과 산책길에 아카시 꽃을 따왔다. 안경집 마냥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꽃들이 귀엽기조차 하다. 이 싱그럽고 향기로운 꽃으로 떡을 찔 생각에 마음부터 설레며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따라 숲속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도 반갑게 들린다.

정말 별스럽지 않은 소소한 것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림으로 아직 소녀같은 마음을 지니고 살고 있다니 혼자 웃음이 나온다. 꽃이 피면 꽃과 자연이 주는 내어줌을 받고 계절을 다 안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봄에 만나는 진달래 화전과 쑥으로 찌는 개떡, 쑥버무리 등도 봄에만 만나는 음식들이다. 가족과 나누는 먹거리이면서 생명을 주는 기운이 깃들어 있어 포근한 마음이다.
 
 아카시 꽃 다듬기
 아카시 꽃 다듬기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집에 돌아와 소쿠리에 쏟아 놓고 꽃만 예쁘게 정리를 한다. 꽃향기가 온 집안 가득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다. 머리가 맑아지는 듯 마음도 환해진다. 어제 종일 불려 곱게 빻아온 쌀가루 위에 삶은 팥과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놓은 단호박을 함께 섞는다. 삼베포를 찜솥에 깔고 20분쯤 정도 찐다. 처음엔 센 불에서 찌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쪄내면 된다.

호박과 팥이 들어가 달달하면서도 포근한 맛이 씹을수록 촉촉하고 단백해서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지난번 쪘던 쑥떡과 쑥버무리를 다 먹은 후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좋다. 특히 톡 쏘는 뽀얀 국물이 일품인 물김치와 함께 먹을 때 맛이 더욱 좋다. 커다란 접시에 쪄 놓은 떡은 가족들의 마음이 다 담겨있다.   

떡재료를 보면서도 가족이 떠오른다. 향기나는 꽃은 딸같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박은 사위같다. 거기에 탱글탱글한 팥은 똘망똘망한 우리 손자들 같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품고도 티를 내지는 쌀가루는 마음이 넉넉한 남편같다. 비록 한 접시의 떡이지만, 나는 그곳에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사랑과 에너지를 담고 싶다. 
 
 아카시 사랑떡
 아카시 사랑떡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지난 몇 개월 코로나를 겪고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를 두고 생활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들과 소통이 줄어든 대신 가족과는 하루 세끼 같이 한솥밥을 먹고 한공간안에 생활하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불편한 상황도 올 수 있다. 

집이란 공간 안에서도 실은 각자의 공간과 거리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바라만 보아주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작은 공간 안에서도 편안히 숨쉴 수 있도록 마음의 거리가 필요하다. 사랑이란 명분 아래 구속을 말아야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거리두기를 통해 내가 보내왔던 시간들, 인연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삶에서 덜어내야 할 것들, 만나지 않아도 될 인연들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내 삶에서 빼고 더하기가 정확해진다.

오랜 시간 만남이 없어도,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마음을 나누는 따뜻하고 귀한 인연들이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마스크를 사지 못할 땐 그 귀한 마스크와 손수 뜬 뜨개 마스크를 말없이 건네 준 뜨개방 선생님, 차와 인연이 된 후배 선생님이 직접 차 밭에 가서 만들어 전해준 녹차, 어제는 손바느질 잘하는 지인이 본인이 만든 마스크를 전해주고 갔다.
 
 선물받은 마스크
 선물받은 마스크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만남도 연락도 드물지만 마음 안에 진실은 언제나 깊이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귀한 인연들이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회가 각박해지고 거리가 멀어졌어도 따뜻한 마음의 거리는 더 좁혀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사회적 거리'라는 명분 아래 어쩌면 더 열심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일상에서 해내고 있다. 많아진 가족을 위해 무얼 먹을까,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고민하게 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 예전보다 더 부지런히 떡도 쪄 낸다.

그 속에, 잃어버려서는 안 될, 온전한 마음이 담기기를 소망한다. 잊히지 않는 고마운 분들에게도 만나지는 못하지만 글로라도 따뜻함을 전해본다. 어디에 계시든 외롭지 않도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