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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제목의 책을 쓴 경영인이 있었다. 얼핏 봐도 기업인으로서 거대한 포부가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그 경영인은 자신만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룹을 운영하면서 기업 경영의 신화를 썼다.

그 그룹은 41조원의 분식 회계로 이루어진 회사였고, 결국 해체됐다. 대우 그룹과 김우중 회장 이야기다. 이 사례는 이름있는 거대 그룹이라고 해도 엉터리 회계로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회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돈의 흐름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분석되는 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공포다. 역사상 회계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회계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다.
 
 회계는어떻게역사를지배해왔는가
 회계는어떻게역사를지배해왔는가
ⓒ 제이컵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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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역사학과 회게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제이컵 솔의 책이다. 제이컵 솔은 서유럽의 제도사를 연구하는 학자로, 이 책에서 역사 속에서 회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회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이들은 의외로 과거에도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이자 제2차 삼두정치의 승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전쟁을 통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을 쳐부쉈고, 로마를 다시 하나의 나라로 만들었기에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을 받았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자신의 통치에 대해 '업적록'이라는 책을 써서 기록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로마 군인들에게 지불한 금액을 기록하고 재무 수치에 대해 정리했다. 아우구스투스는 회계장부가 보편화되어 있고 가장이 회계장부 사용법을 아는 국가인 로마인이었다. 그는 회계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아우구스투스 이후 다른 정치 지도자가 회계장부를 바탕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1700여년이 걸렸다고 한다. 회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오랜 세월 흔들려왔던 것이다. 회계는 매우 효과적인 발명품인 동시에, 매우 위험한 발명품이었기 때문이다.

회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재무 현황을 점검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상인들은 깔끔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회계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국가에 긴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회계의 공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어떤 정치인들도 회계에 책임을 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회계가 국가에 이득이 됨을 알면서도 회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회계의 등장과 몰락, 발전과 거부를 순환적으로 묘사한다.

14세기 무렵 이탈리아 북부에서 복식부기가 등장했다. 이를 적극 수용하고 받아들인 지역은 바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었다. 제노바와 피렌체 같은 발전한 국가들은 재정을 회계를 이용해서 정리했다.

이들 도시국가는 국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복식부기를 사용했다. 일례로, 제노바는 중앙정부에 대형 등록부를 두고 도시의 재정을 복식부기로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공화정체를 이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쇠락하자, 복식부기 회계는 일부 소수 국가를 제외하곤 사라지고 말았다. 재무 책임은 정치 책임과 관련이 있었기에 왕정제 국가의 국왕들은 회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제목을 금박으로 싼 고급 회계 장부를 휴대용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이건 그냥 시늉이었고, 실제로는 투명한 회계관리에 별다른 의욕이 없어서 대신들이 재무 기록을 개인 재산으로 관리하도록 방치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프랑스를 약화시켰다.
 
재무 정보가 국가의 중앙 원장으로 가지 못하자 프랑스는 계속 중세의 전통에 머물렀다. 한 대신의 재무 기록은 국가의 재산이 아닌 개인의 소중한 재산으로 간주되었다. 18세기 프랑스 정부의 끝없는 실패는 비밀스럽고 어리석은 국왕의 명령과 끔찍한 재정관리에서 기인했을 뿐아니라, 국가 기구를 분열시킨 루이 14세의 정책에서도 기인한다. -188~189P
 
결국 회계를 손에서 내려놓고 단순한 은폐를 택한 나라들의 결말은 비극적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네덜란드처럼 회계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공화정의 이상을 위해 노력한 나라들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회계는 단순한 재정 거래가 아니다. 회계와 회계를 둘러싼 시민들의 사고방식은 도덕적, 문화적 체계의 일부다. 장기적인 신뢰와 재무 책임에 힘을 쏟은 사회야말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성공적인 사회는 회계와 상거래 문화가 풍부하고, 회계를 무시하고 날조하려고 하는 인간의 습성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의 회계 문화가 이런 모습에 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아직도 회계와 투명성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에, 공화국의 시민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 르네상스부터 리먼사태까지 회계로 본 번영과 몰락의 세계사

제이컵 솔 (지은이), 정해영 (옮긴이), 전성호, 메멘토(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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