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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선거 직후 후보자들의 선거홍보물은 눈앞에서 사라져 재활용처리장과 소각장으로 옮겨졌다. 쓰레기가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선거철 발생한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의 홍보물로 사용된 종이는 총 1만 3820톤에 달한다. 선거벽보 총 64만 부, 선거공보 총 4억5천만 부, 투표용지 등을 산정한 수치다. 후보자의 현수막은 3만 580여장이 사용되었다고 밝혔지만 후보자별 선거사무소에 게시된 현수막 양까지 포함하면 총 사용량은 더 많다.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발송되는 종이공보물이 쓰레기장에 쌓여있다.
▲ 선거공보물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발송되는 종이공보물이 쓰레기장에 쌓여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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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선거홍보기간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걸린다
▲ 선거 현수막  2주간의 선거홍보기간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걸린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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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홍보물 쓰레기 처리 대책 중 우선해결과제에 대한 시민 설문을 진행했다. 시민 설문조사는 4월1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되었고 233명의 시민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 시민들은 <종이사용을 최소화, 온라인 공보물로 전환(42.9%)>이 가장 개선되어야 한다 답했고, 재생종이 사용의무화(33.9%), 현수막 규격 및 수량 제한(12.9%)이 필요하다 답했다. 시민들 다수는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재활용 하기(40.3%)보다 생산 단계부터 쓰레기 발생을 줄여야 한다(55.9%)고 생각했다.  
 
선거철 홍보물 쓰레기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보물의 온라인 전환이다.
▲ 선거홍보물 쓰레기 대책에 관한 시민설문결과  선거철 홍보물 쓰레기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보물의 온라인 전환이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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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응답한 시민들은 20-50대에 고르게 분포한다
▲ 선거홍보물 쓰레기 대책에 관한 시민설문결과  설문에 응답한 시민들은 20-50대에 고르게 분포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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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은 환경부와 선관위에 시민 설문 결과를 전달하며 선거 홍보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두 기관은 선거 홍보물 관련 공동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두 곳 모두 한 달이 지나도록 회의 경과나 대책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쓰레기 대란' 시대에 대량의 쓰레기가 남는 지금의 선거 홍보물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소관부처인 선관위는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 홍보물 쓰레기 문제는 반복되어 왔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최근 폐비닐 수거 대란, 방치 쓰레기산 문제, 폐기물 불법 수출 등 쓰레기 문제로 사회가 들썩일 정도로 이슈가 되었음에도 선거철 쓰레기 대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한 언론 (매일경제. 20.4.13)에 따르면 '선관위는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정당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관련 법이나 규칙을 개정할 권한이 없다. 지난 20여년간 선거철에 과도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문제가 개선되지 못했던 이유다. 

폐현수막 재활용보다 감량 전제해야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은 1990년대부터 도입되었고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다. 보통 장바구니, 파우치, 마대자루 등으로 만들어진다. 성남시처럼 지자체 조례로 폐현수막을 재활용하여 청소용 마대자루를 만들게 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각한다.

환경부는 21대 총선 열흘 앞두고 선거철 쓰레기 재활용 지침을 발표했다. 선거 현수막을 재활용 하라는 지침이고, 5월말까지 지자체별로 재활용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일부 지자체는 선풍기 커버, 다용도 주머니를 제작한다고 알려졌지만 다수의 지자체들은 재활용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재활용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환경부의 재활용 지침대로라면 현수막 재활용품 제작비용은 지자체가 감당해야한다. 쓰레기는 후보자가 발생시켰는데 왜 지자체 예산으로 재활용해야 하는가. 환경부가 선거 열흘 전에 내놓은 지침 하나로 지자체는 없는 예산을 만들어 재활용을 해야 한다. 법에서 규정하듯이 선거홍보물로 사용된 현수막 처리는 해당 후보자가 해야 한다. 처리 의무가 후보자에게 있듯이 재활용 비용이 발생하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부담해야 한다. 

폐현수막 재활용업체들은 "선거현수막의 경우 후보자의 얼굴이 있어 마대자루를 만들기 어렵다", " 식품 등을 담아야 하는 장바구니로 폐현수막을 사용하는것은 잉크냄새가 나고, 반복해서 사용하는 재질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

선거 현수막을 재활용 한다는 명분으로 사용하지도 않을 장바구니, 마대자루를 만드는 것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현수막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선거 홍보물로 현수막 사용을 중단, 최소화 하는 것이야말로 공공에서 자원을 절약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현재 현수막은 공직선거관리규칙 32조에 따라 일정한 장소, 시설에 고정하여 내걸도록 되어 있어 특별한 제재 기준이 없다. 불가피하게 현수막을 사용한다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해 해당 지자체가 지정한 거치대만을 이용하도록 최소화하고, 재활용 의무를 후보자에게 부여해야 한다.
 
폐현수막은 일부 청소마대, 장바구니로 재활용되지만 대부분 소각된다.
▲ 폐현수막  폐현수막은 일부 청소마대, 장바구니로 재활용되지만 대부분 소각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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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해야 

또 선거 정보 제공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를 선별적으로 병행함으로써 쓰레기 총량을 줄일 수도 있다. 각 지자체가 발송하는 재난문자나 각종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본다면 후보자의 정보를 선거구별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선거 전 온라인 공보물을 신청한 유권자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 약자나 종이 공보물을 원하는 시민들에게는 종이공보물 제공을 통해 충분히 후보자 정보를 고루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공보물은 후보자의 홍보물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예산이 부족해 유권자 전체에게 공보물을 제공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선거 홍보에 대한 문제도 일부 해소될 것이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환경부의 재활용 처리 지침으로는 선거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공직선거관리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선관위 역할이 중요하고 책임이 크다. 

기후위기시대, 자원을 보다 가치있게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생활에 많은 변화들이 요구된다.

시민들의 생활은 달라지고 있는데 자원순환 정책은 뒤따라오기 바쁘다. 문제가 터져야 수습되는 형국이다. 선거 한 번을 위해 30년된 나무 23만 5천여그루의 나무를 베어내 제작할 만큼 종이 공보물이 꼭 필요한지, 효과적인지 다시 묻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수막이 아닌 다른 홍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리배출 안내와 재활용 처리라는 20세기 삶의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제 다른 삶을 상상해야 한다. 환경부와 선관위는 쓰레기 없는 선거를 위해 조속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태그:#선거, #폐현수막, #쓰레기, #선거쓰레기,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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