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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니 동생 우짜노... 우짜노.. "
"왜? 뭔 일인데?"
"갸가 일 관뒀다카매. 촌에 들어왔다. 인자 농사짓는단다."


엄마는 초상이라도 난 듯 계속해서 '아이고' '아이고'만 외쳐댔다. 나와 한 살 터울인 남동생은 예전부터 '농사를 짓겠다'고 농담처럼 말해왔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전포고를 하다니. 엄마가 놀랄 만도 했다. 20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단번에 때려치운 건 필시 말 못 할 이유라도 있는 걸까? 엄마를 진정시키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니 와 그만뒀는데?"
"원래 그만두려 했다."
"그럼 미리 상의라도 해야지."
"옛날부터 얘기했잖아."
"엄마 지금 병났다. 니 땜에."
"안다. 괜찮다 걱정 마라."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그저 '괜찮다'만 반복하는 동생이 나 역시 걱정스럽기도 했다. 동생 나이 이제 서른아홉,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3학년 딸이 있다. 엄마 입장은 이랬다. 평생 농사 지으며 자식을 키웠던 그 힘겨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아들이 또 그 길을 걷겠다 하니 하늘이 무너질 노릇 아니겠냐고.
 
양봉하는 남동생 아빠의 권유로 양봉을 시작한 남동생
▲ 양봉하는 남동생 아빠의 권유로 양봉을 시작한 남동생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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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똑같이 농부의 자식으로 살아온 나와 동생인데, 난 농촌이 싫어서 기를 쓰고 서울로 왔고, 동생은 기를 쓰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올케가 걱정됐다. 혹여 이 일로 둘이 다투진 않았을지 동생의 사표가 정말 괜찮은 건지 확인해야 했다.

"올케... OO이가 일 관뒀다며."
"네, 언니."
"괜찮아?"
"괜찮아요. 오빠 잘 할 거예요."
"애들 이제 돈 많이 들어가는 시긴데 진짜 괜찮겠어?"
"힘들면 제가 벌면 되죠 뭐."


세상 쿨한 올케의 대답과 엄마의 눈물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동생의 귀농이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평생직장이 어딨다고. 나이 들어서 회사 관두고 뒤늦게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것보다 농사에 뜻이 있다면 일찌감치 농사를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듣자 하니 젊은 농부에겐 정부 지원도 많고 혜택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엄마에게 아무리 들려줘도 엄마는 여전히 눈물바람이다. 그런데 아빠는 의외로 "잘했다" 한마디만 할 뿐 별 말이 없다. 
 
말 관리하는 남동생 친정에서 키우던 말 관리를 맡은 남동생
▲ 말 관리하는 남동생 친정에서 키우던 말 관리를 맡은 남동생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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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생은 양봉 기술과 엄마 아빠가 키우던 말들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특용작물과 체험학교를 운영할 계획을 내비쳤다. 고정적 수입은 없지만 얼굴 표정은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밝고 안정돼 보였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아들의 계획을 못 미더워하신다.

"쉬운 줄 아나, 어데?" 하며 한숨만 푹푹 쉬신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나친 걱정과 우려가 불러온 병인 것이다. 엄마 맘도 모르는 게 아니다. 만약 내 아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다면 나 역시 쌍수 들고 반기지만은 못하겠지. 하지만, 믿어줄 순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니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응원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농사가 꼽히기도 하지 않았나. 엄마가 생각하는 농사와 지금의 농사는 다르다. 엄마 아빠가 평생 해 온 농사 기술과 동생의 젊은 감각이 더해지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난 생각한다.

"동생아, 귀농 잘했다."

난, 이렇게 응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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