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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성동구 성수동 성당 맞은편에 신발과 유모차를 세탁하는 작은 세탁소(화이트 토탈크리닝)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신발이 소복한 선반 사이에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비롯한 책이 삼십여 권 놓여 있습니다. 세탁소에 책이라니 생뚱맞지요? 이날 꼬마평화도서관(아래 꼬평)도 함께 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 이름패 전달식 왼쪽 꼬평 살림지이 황온숙, 오른쪽 세탁소 주인 김기욱
▲ 꼬마평화도서관 이름패 전달식 왼쪽 꼬평 살림지이 황온숙, 오른쪽 세탁소 주인 김기욱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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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마을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 동네 바닥나기 쥔장인 김기욱씨가 마음을 내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곳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평화 책을 읽고 작게는 마을, 크게는 한반도가 평화로워지는 데 작으나마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열었답니다.

이곳 성수동에 있는 경동초등학교를 나온 기욱 씨는 후배들을 보듬는 일을 퍽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를 비롯해 결식아동들을 아우르는 일을 비롯해 동문회지를 발행하며 기사를 쓰는 가슴이 따뜻한 마당발입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벽에 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평화 나무인데요. 아직은 비어 있지만, 평화 책을 빌려다 본 손님들이 받은 느낌을 "평화는 OO이다"라고 적어오면 나무에 평화 잎새가 하나둘 생겨 날 것입니다. 나뭇가지에 소복하니 마을 사람들이 그리는 평화가 우거지면 그 얘기를 길어 올려 싣도록 하겠습니다. 
   
평화나무 이 나무에 '평화는 OO다'가 소복히 달려 평화롭기를
▲ 평화나무 이 나무에 "평화는 OO다"가 소복히 달려 평화롭기를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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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명패 전달식만 했습니다. 꼬평이 열릴 때마다 하던 소리 내어 그림책 나눠 읽기는 뒤로 미뤘습니다. 기욱씨가 이곳 바닥나기인지라 좁은 가게 안에 축하 손님들이 빼곡하니 들어서 옴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살림지이 온숙 씨와 바라지이 늘보는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세탁소에서 성수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어느 찻집에 앉아 2020년 하반기 평화 그림책 후보에 오른 <두근두근>(이석구, 고래이야기)와 <이름을 알고 싶어>(M.B. 고프스타인, M창비)를 나눠 읽고 돌아왔습니다. 머잖아 이 '화이트 토탈크리닝'에서 평화 책 읽는 소식을 기다리기로 하고 말이지요.

궁금해하실까 봐 귀띔해 드리는데요. <두근두근>은 아주 소심해서 누구와 마주쳐도 금세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 쩔쩔매는 브레드씨가 빵을 구울 때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짐승들과 가까워지는 얼거리가 담긴 그림책이에요. 맨 나중에 사자 한 마리가 나오는데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보다 더 숫기가 없어요. <이름을 알고 싶어>는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란 말씀이나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꽃이 되'듯이 어울리는 자연들이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 하며 다가서려는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을 결고이 드러낸 그림책입니다.
  
평화 그림책 나눠읽기 2020년 하반기 평화 책 후보 <두근두근>을 읽는 살림지이 온숙 씨
▲ 평화 그림책 나눠읽기 2020년 하반기 평화 책 후보 <두근두근>을 읽는 살림지이 온숙 씨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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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잘 다루는 엔지니어인 기욱씨는 커다란 자외선 살균 세탁기를 만들어 다른 세탁소와는 달리 균이 많이 달라붙은 유모차나 신발을 자외선을 쬐어 균을 싹 없앤다고 합니다. 

세탁을 맡기려고 부르실 때 "아이와 함께 읽을 평화 그림책도 빌려보고 싶어요" 하거나 "차별을 다룬 평화 책을 읽었으면 해요" 하고 말씀하면 여러 해 동안 평화 책을 읽으며 평화 바라지를 해온 기욱씨가 알맞은 책을 골라드릴 겁니다. 빌린 책은 말끔한 세탁물을 받으실 때 돌려주시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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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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