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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강북구 우이동 소재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근무하셨던 고 최희석씨가 한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일 만에 34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를 표했고, 이후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구성된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촉구 추모모임(이하 추모모임)>에 120여 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강북구 주민들은 사건 다음 날인 11일, 대응을 위한 초동모임을 갖고 <고 최희석님 추모와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강북구 지역대책위(이하 지역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응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아파트 앞 추모 기자회견, 폭행 가해자 고발 기자회견, 강북구청 앞 추모 촛불, 경비실 앞 노제 등 추모모임과 함께 진행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SNS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진행하고 조의금을 모금해 360여만 원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경비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
 
지역대책위 참여단체인 두루두루배움터 우성구 대표가 5월 13일 추모촛불에서 추도사를 하는 모습
 지역대책위 참여단체인 두루두루배움터 우성구 대표가 5월 13일 추모촛불에서 추도사를 하는 모습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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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2018년에도 70대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는 등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과 폭력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부재하고 불안정한 고용으로 갑질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억울한 죽음은 반복될 것입니다. 하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비노동자의 눈물'을 멈추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의 갑질로부터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입주민이 경비원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사용자 위치에 있음에도, 이들과의 실질적 근로계약관계는 맺지 않는 탓에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갑질로부터 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개선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경비업법 개정 관련 논의에 경비원들의 갑질 피해 방지책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정책위원회수석부의장은 14일 오전에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부당한 업무지시를 금지하고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폭행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주기적 검사와 신고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21대에서 신속히 대안을 마련해 보완입법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14일 오전에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갑질·폭행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과 사용자의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을 적용해야 한다"며 "전국의 30만 경비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지자체 단위의 조례 개정을 통한 조치를 먼저 취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관련해서 경기도 고양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경비업 종사자들의 최소한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는 '경비원 인권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강북구를 원합니다.
 
지난 14일, 고인이 근무했던 경비초소 앞에서 노제가 진행되었다
 지난 14일, 고인이 근무했던 경비초소 앞에서 노제가 진행되었다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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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책위도 이후 과제로 지역에서부터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후속활동을 진행하기로 하고 강북구청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https://forms.gle/UbvLM9nyZFK7zMku5)을 시작했습니다.

구청이 주관하는 공동주택노동자 인권존중, 인식개선사업 시행, 경비원 근무환경 실태조사 전면 실시 및 후속대책 마련, 경비원 인권존중·권익보호를 위한 조례 제·개정, 노동권익센터 설치로 일상적 노동보호 인권존중 실현 등을 강북구청에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14일 낮 12시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15일 오전 10시 기준, 50여 개 단체와 14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역대책위는 오는 18일 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취합된 서명용지와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경비노동자의 참담하고 억울한 죽음이 벌어진 강북구에서 주민들이 먼저 나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강북구청의 전향적인 화답으로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강북구에서부터 시작되길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일웅씨는 정의당 강북구 지역위원장입니다.


태그:#강북구, #경비원, #경비노동자, #갑질, #노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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