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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이는 특출난 행동에 대해 그 원인을 뇌와 결부시키곤 한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뇌가 섹시한 남자'라고 하는 식이다. 이는 사람들이 인간이 가진 특징을 뇌와 연결시켜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간의 뇌가 아니라 심장이 핵심이라는 사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닌 듯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독특한 사람, 인간의 사고를 벗어난 사람들 말이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다양한 뇌도 존재하지 않을까.
 
 집에서길을잃는이상한여자
 집에서길을잃는이상한여자
ⓒ 헬렌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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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헬렌 톰슨이 비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신경과학 학사와 과학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취득하고, BBC에 글을 기고해 왔다. 신경과 뇌에 대해 오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세계 어디든 찾아갔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이 책에는 자기가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동물처럼 울부짖는 사람, 죽었다고 생각하고 죽은 시체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나온다. 책의 제목대로 자신의 집 안에서 길을 잃는 사람도 등장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 중 하나인 샤론은, 어릴 적부터 주변 환경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 샤론은 눈을 가리고 주변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려 했으나, 가린 눈을 뜨자 주변을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샤론은 이 문제를 어머니와 상담했지만 어머니는 마녀로 몰리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며 일축했다.

그 결과 샤론은 25년간 자신의 뇌 문제를 침묵하고 살았다. 그녀는 집 안에서도 길을 잃었다. 뒤늦게 진단받은 결과 '발달성 지형학적 방향감각상실 장애'라는 문제를 앓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샤론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때문에 샤론은 혼자 있을 때마다 길을 잃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특정 버스만 타고, 정류장을 외우고, 직장 근처에 있는 건물을 외워서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
 
 "나는 '좋아, 내가 정확히 내 부엌에 있는 척해 보자'라고 중얼거려요. 그러면 내 부엌에는 숟가락이 냉장고 오른쪽에 있는 서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 '낯선' 부엌에 있는 냉장고를 보고 말하죠. '좋아, 저기 숟가락이 있겠네'라고요." -90~91P
 
어떤 의사는 샤론이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다중 인격 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서 정신과에 다닐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 결과, 샤론의 뇌는 방향감각에 관련된 일부 영역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책에는 남과 다른 뇌를 가지고 있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길을 잃는 샤론 이외에도 자신이 죽었다고 느끼는 그레이엄, 타인이 겪는 감정을 본인이 그대로 느껴서 고통받는 조엘, 자신이 진짜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호랑이처럼 위협하는 마타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은 확실히 일반인과 큰 차이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삶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매우 기이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단순한 흥미로운 가십거리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이들의 뇌는 남들과 다르고, 그 사실은 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그레이엄의 뇌는 검사 결과 대사 활동이 너무 낮아서 혼수상태나 수면상태의 뇌와 비슷했다. 뇌 활성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어서 있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사실이 과학자에게 충격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단순한 허풍이나 우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과학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자신이 죽었다고 믿으려면 특출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뇌는 혼란을 싫어한다.  -294P
 
과거에는 수많은 일들이 단순한 정신이상이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시각을 비판한다. 어떤 사람들은 뇌의 이상으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타인의 잘못을 정말로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해도 되는 것일까?

저자는 흥미로운 일상에 대한 인터뷰에 뇌의 각 영역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혼합한다. 이렇게 엮어낸 매 장을 읽고 곱씹다 보면 궁극적으로 철학적인 사고가 떠오르게 된다. 인간을 연구하고 싶다는 저자의 고심이 한 땀 한 땀 엮여 만들어진 좋은 책이다.

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헬렌 톰슨 (지은이), 김보은 (옮긴이), 한국경제신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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