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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GP 모습.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GP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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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지난 3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당시 군은 북한군 GP 2곳에 조준 사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K-6 기관총 원격사격체계(RCWS·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로 첫 대응 사격을 시도했으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수동으로 전환해 K-3(1차), K-6(수동·2차) 기관총으로 대응했다.

군은 사건 발생 직후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되자 열흘 만에 자세한 대응 조치를 뒤늦게 알려 '늑장 공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합참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7시 41분께 GP 근무자들이 GP 외벽에 섬광과 충격음 발생을 청취한 후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근무자들은 당시 GP에서 충격음에 따른 진동을 느끼고 피격 사실을 인지했다.

GP장이 즉각 비상벨을 눌렀고, 7시 45분 GP 근무자 전원이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이어 부GP장이 오전 7시 51분 GP 외벽에 총알에 맞은 흔적 3개를 식별했다. 나머지 1개는 오전 8시 5분에 발견됐다. 북한군이 사격한 총탄은 전방을 감시하기 위해 GP 관측실에 설치된 방탄 창문 아래에 맞았다. 4발은 1∼2m 내에 탄착군이 형성됐다.

군은 북한군 GP에 '쌍열 고사총'이 설치된 것으로 미뤄 4발 이상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지만, GP 근무자들은 총성을 연속으로 세 차례 청취했다고 증언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당시 GP장은 GP 우측에 있는 북한군 GP에서 총탄이 발사된 것으로 판단했다.

오전 7시 56분 GOP(일반전초) 대대장이 북한군 GP에 사격을 지시했다. 그는 전날 오후 4시에 퇴근해, 당일 오전 출근하던 차량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시 1분부터 3분까지 GP장 통제하에 K-6 기관총 원격사격체계로 타격을 시도했으나, 이 체계의 기능 고장으로 불발됐다. 원격사격체계는 피격을 막고자 지휘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사격하는 시스템이다.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 세 차례 응급조치를 했으나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오전 8시 13분 화상 시스템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던 연대장이 K-3 기관총 사격을 지시했다. GP에서 K-3를 신속히 옆으로 옮겨 북한군 GP 하단부를 향해 15발을 발사했다.

첫 조준 사격은 총알에 맞은 흔적 3개를 발견한 지 22분 만이다. 처음 충격음을 청취한 지 32분 만의 대응이다.

GP장이 바닥에 떨어진 탄두를 발견해 확인한 결과 북한군 14.5㎜ 고사총으로 나타났다.

오전 8시 18분 사단장이 북한군 고사총과 동종의 K-6 수동 사격을 지시했고, 북한군 GP 감시소를 향해 15발로 2차 대응 사격했다. 두 차례 총 30발을 조준 사격한 것이다.

합참은 "북한군이 우리 GP를 맞췄기 때문에 우리도 조준해서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두차례 조준 사격 후 북한군 GP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미뤄 북한군 GP에 타격됐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이번 대응 과정과 관련, GP장이 아닌 대대장이 첫 대응 사격을 지시한 것이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에 위배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K-6 등 중화기는 대대장이 사격을 지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GP장이 선조치할 수도 있다"면서 "그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GP장이 첫 사격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당시 (총탄이 날아온) 원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해당 GP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이번 총격 사건이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군이 두 번이나 대응 사격을 했지만, 북한 반응이 없었고, 북한군은 일상적인 영농 활동을 했다"면서 "특히 당시 북한군 GP 근무자들이 철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군은 우발적 상황이라는 정황을 분명히 입수했으나 그것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 북한군 총격 사건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3일 오전 9시 35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내 북측에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4일 북한군의 총탄에 맞은 한국군 GP에 특별조사팀을 파견해 조사했다.

현재 보고서를 작성 중인 유엔사가 북한군 4발 이상에 한국군이 30발로 응사한 것에 대해 '과잉대응'으로 판단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유엔사 교전수칙은 접경지역에서 '비례성 원칙'으로 대응하게 되어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응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K-6 원격사격체계가 고장 난 것에 대해 기관총의 공이(뇌관을 쳐서 폭발토록 하는 쇠막대)가 파열된 것을 확인했다.

GP에서 매일 한 차례 점검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GP 총격, #합참, #9.19 군사합의, #북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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