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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인구 550만의 소국이지만 우리에게 다양한 화두로 유명한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는 인기 만화 캐릭터 무민, 정치권에 화두가 된 기본소득 정책,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핀란드인들은 과거 오랜 세월 타국의 지배를 받았다. 중세에는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스웨덴의 지배 이후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한 후에는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핀란드는 역사적 고난과 대국 러시아에 인접한 인구가 적은 소국이라는 지형적 단점을 물리치고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그들의 사회와 복지 제도는 한국인들의 호기심의 대상이다. 
 
핀란드가천국을만드는법
 핀란드가천국을만드는법
ⓒ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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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은 핀란드에서 머물렀던 언론인 출신 저자가 핀란드 사회를 관찰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핀란드 사회의 두 가지 장점을 찾아냈고, 이를 중심으로 책을 썼다.

저자가 말하는 핀란드의 핵심은 교육 철학과 사회적 신뢰다. 핀란드인들은 사교육에 거의 투자하지 않으며, 교육에서 경쟁을 강조하지 않는다. 당연히 핀란드인들도 사람이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헬싱키 법대를 가고 싶어하는 등 나름의 선망하는 목표가 있다. 그렇지만 핀란드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경쟁이 아닌 낙오자 없는 '평등 교육'이다.

핀란드인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받는다. 교사는 자율성과 권한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며, 낙오자가 없도록 노력한다. 책에 따르면 핀란드인들은 학생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뒤처지기 시작하면 졸업 후 세상에서도 낙오할 것을 염려한다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핀란드식 교육의 배경에는 '독립적인 시민'을 키워야 한다는 교육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핀란드 시민들의 사고는 효율적인 산업 역군을 양성하거나, 경쟁에서 잘 살아남는 강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그들은 평등 교육을 통해서 사회에서 제몫을 할 수 있는 시민을 키우고자 한다.
 
핀란드 교육위원회는 '교육은 사회 경쟁력과 복지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95P
 
저자가 강조하는 핀란드의 다른 한 가지 장점은 바로 사회적 신뢰다. 핀란드인들은 다양성이 적고 공통점이 많은 고맥락 사회에서 살아가며, 제도와 사람을 신뢰하는 편이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예측대로 행동한다. 

책은 핀란드 사회에 신뢰가 쌓이게 된 원인으로 무상 교육, 군 복무, 척박하고 추운 환경 등을 언급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쌓인 신뢰는 핀란드 사회를 끈끈하게 잇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게 하는 자산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법과 규칙을 지킨다. 내가 지켜야 남도 지키고, 그래야 우리 공동체가 문제없이 돌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동네의 2차로에서도 빨간불이 보이면 횡단보도를 절대 건너지 않는다. 만약 무단 횡단하는 외국인을 보면 뒤에서 혀를 찬다는 핀란드인들의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200P
 
물론, 이 책은 핀란드의 골칫거리도 소개한다. 핀란드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청년 실업이다. 핀란드인의 청년 실업률은 16.8%로, 유럽 연합 평균보다 높다. 목재 산업의 인력 감축과 노키아의 붕괴로 많은 핀란드인들이 실업에 내몰렸다.

핀란드는 대기업 지분을 사들어 수혈하는 대신 스타트업 창업을 대책으로 선택했다. 덕분에 젊은 창업가가 늘었고 기술과 인터넷 분야의 스타트업이 성장했다. 문제는 기술과 인터넷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사람을 매우 적게 고용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을 개발해 연매출 2조 8천억을 기록한 기업 슈퍼셀은 핀란드에서 겨우 150명을 고용했다. 많은 사람을 고용할 계획도 딱히 없다. 여기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21.9%의 고령화까지 겹친 상황이다.

인재의 유출도 심각하다. 핀란드 정부가 고등 교육 예산을 삭감하자 사방으로 인재가 탈출하고 있다. 박사급 인력들이 핀란드를 버리고 다른 유럽 국가로 떠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20~40세 핀란드인들은 80%가 핀란드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조사도 있다고 한다. 일자리와 기회 부족, 사회의 폐쇄성 때문이다.

이 책은 핀란드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통계와 일화를 조합해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핀란드는 완벽한 이상 속의 나라가 아니다.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강점으로 삼아서 나아가고 있는 나라에 가깝다. 이들은 자신들의 특징을 인지하고 평등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책에 소개된 핀란드인들은 투명한 제도를 바탕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고,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선순환이 있기를 희망한다.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정경화 (지은이), 틈새책방(2020)


태그:#핀란드, #사회, #교육, #신뢰,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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