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로티> 영화 포스터

▲ <파바로티> 영화 포스터 ⓒ 오드(AUD)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엔리코 카루소, 마리아 칼라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성공한 성악가다. 1961년 오페라 <라 보엠>의 로돌프 역으로 데뷔한 후 60개국 1000만 관객 앞 공연, 역대 최다 앙코르 수, 역사상 최초 클래식으로 음악차트 올킬, 전 세계 음반 판매량 1억 장 이상 등 음악사의 전설을 써 내려갔다. 2007년 9월 파바로티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까지 어떤 성악가도 그만큼의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파바로티>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소재로 삼았다. 연출은 <분노의 역류>(1991), <아폴로 13>(1995), <그린치>(2000), <다빈치 코드>(2006), <러시-더 라이벌>(2013),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2002년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맡았다.

최근 론 하워드 감독은 힙합 아티스트 제이 지를 다룬 <제이 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2013), 1963년부터 1966년까지의 비틀스를 담은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러즈>(2016) 등 음악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오페라의 문외한이던 론 하워드 감독은 어떻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을까?

그는 "오페라계의 록스타가 된 창조적인 예술가이자 음악계의 거성인 파바로티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파바로티의 삶은 한 편의 오페라다. 이 영화를 보고 모두 전율을 느꼈으면 좋겠다.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오드(AUD)


<파바로티>는 TV 영상과 광고, 지인들이 찍은 홈 비디오, 뉴스와 잡지의 자료, 무대 영상, 가족, 동료, 후배, 평론가 등과 가진 인터뷰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파바로티의 음악 세계와 인간미를 조명한다. 론 하워드 감독은 한 편의 오페라와 같았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에 맞추어 영화의 구조 역시 오페라의 3막 형식을 취했다.

1막은 평범하게 지내던 파바로티가 1955년 웨일스에서 열린 경연 대회에서 우승하며 예상치 못한 성악가로의 성공을 거둔 삶의 초창기를 그린다. 중간 부분인 2막에선 '쓰리 테너' 콘서트 등 오페라 스타를 넘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던 성공의 시기를 담았다. 결말에 이르는 3막은 '파바로티와 친구들' 콘서트로 자선에 힘을 쏟고 스캔들로 얼룩졌던 시간이다.

<파바로티>는 흥미로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영화는 1995년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홈 비디오로 담은 파바로티를 첫 장면으로 보여준다. 아마존을 여행하던 파바로티는 갑자기 100년 전 엔리코 카루소가 노래했던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한다.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른 파바로티의 모습은 어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았던 삶,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수많은 사람과 나눈 인터뷰에서 콘서트 기획자 하비 골드 스미스가 공개한 일화가 가장 눈길을 끈다. 그는 파바로티가 소리와 카리스마로 공간을 채우는 존재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부모님을 따로 불러 노래를 들려주었던 사실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오드(AUD)


자료 영상 중엔 매번 공연 전에 엄청나게 긴장하여 죽으러 간다고 말하던 파바로티가 인상적이다. 가장 완벽한 테너로 칭송받던 그도 무대공포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파바로티는 토크쇼에서 주머니에 구부린 못을 부적처럼 지닌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영화에 삽입된 여러 무대 영상들 가운데 1990년 7월 7일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쓰리 테너 콘서트'는 백미를 장식한다. 3대 테너라 불리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부른 <네순 도르마> 장면은 데카 레코드의 닉슨 스테이너가 "마치 해일과 같았다"고 표현한 그날의 분위기를 일부나마 관객에게 전달한다. 아카데미 3회 수상에 빛나는 크리스 젠킨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해 존경심을 표했다"고 밝혔다.

<파바로티>는 논쟁적인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영화는 파바로티의 탈세 문제나 그의 사후에 벌어진 유언장과 유산 분배 논란 등 어두운 면은 언급하지 않는다. 말년에 벌어졌던 35살 연하 개인비서와의 스캔들 문제도 살짝 언급하는 선에 머문다. 대신에 인간적인 면을 파고든다.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파바로티> 영화의 한 장면 ⓒ 오드(AUD)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생전에 "100년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란 질문을 받고 "나는 오페라를 친근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저 명성을 위해서 새로운 오페라를 추구한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늘 비평의 대상이었으니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 그의 테너로서의 역량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 인간으로서의 파바로티는요?"란 질문에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면 좋겠어. 그리고 좋은 친구로. 내 친구들과 주변 사람 모두에게"라고 답한다. 그의 바람처럼 <파바로티>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파바로티를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파바로티의 대단한 재능은 테너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한 사실에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전파하는 행복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가 설립한 '파바로티 국제 성악 콩쿠르'는 많은 오페라 가수를 배출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세운 구호 센터, 자선 단체, 재단도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파바로티는 자신의 시그니처 아리아였던 <네순 도르마>의 가사를 현실로 만들었다.

"가거라, 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새벽이 오면 내가 승리하리라! 내가 승리하리라!"
파바로티 다큐멘터리 론 하워드 오페라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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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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