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충남 예산의 한 농가에서는 제비와 고령의 농부 사이에 작은 신경전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렇죠, 제 아버지께서 살고 계신 시골집 이야기입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잠시 시골 고향집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버지와 제비의 신경전에서 아버지가 의문의 1승을 거두셨습니다. 상황을 보니 당사자 중 하나인 제비도 이번에는 꽤 당황스러웠을 것 같네요.
매년 시골집을 찾아오는 제비는 마루로 통하는 환풍구 앞에 집을 짓기를 원하는 듯 보입니다. 흙을 반죽해서 벽에 하나씩 이어 붙이는 제비의 건축 기법상 아마도 환풍구 쪽이 집짓기가 편한 모양인데요.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제비의 습성이 달가울리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비가 환풍구에 집을 지을 경우, 마루 천장에 습기가 차서 천장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고 수리비가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계시거든요. 제비와 아버지, 둘 사이의 마찰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아버지가 제비의 '고집'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꺾으셨네요. 85세 고령의 농부가 거둔 의문의 1승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제비가 집짓기를 원하는 환풍구 옆에 긴 양파망으로 감싼 긴 대나무를 놓아두셨네요. 제 아무리 건축 기술이 좋은 제비도 아버지가 쳐놓은 방어막을 뚫고 집을 짓기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제비는 아버지가 원하는 자리에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제비와 아버지의 동거가 불편하지 않고 평화로워 보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말 못하는 미물과 자기 방식으로 소통하는 아버지를 보면 소통의 방식이 꼭 말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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