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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뉴스사이트 고고통신에서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의 검사 키트에 결함 속출, 70~80%가 불량 발각>(4/25)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고고통신은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키트에서 많은 불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많은 국가에 수출된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키트이지만, 제조사에서 공급된 검사 키트에서 대량의 불량이 발견됐다고 4월 24일에 보도되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산 코로나19 검사 키트에서 대량의 불량이 발생했고 그 불량률이 80%에 이른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니코니코뉴스라는 다른 일본 매체도 이를 그대로 받아썼고 일본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산 진단 키트 80% 불량'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급기야 4월 28일, 일본 후생성은 공식적으로 한국산 코로나 진단 키트에 불신을 표해, 우리 정부도 '일본에 지원할 계획이 없다'라고 맞불을 놨죠.

일본에서 퍼진 '한국산 진단 키트 80% 불량'이라는 소문은 그야말로 허위조작정보입니다. 4월 25일 보도를 낸 일본 고고통신 보도를 중반부부터 자세히 읽어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키트'가 아니라, 검사를 위해 환자로부터 채취한 가래 등 검체를 보관하고 이송하는 용기인 '수송배지' 제품에서 불량이 나왔다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검사 키트', '불량 키트'라는 용어와 섞어 보도하면서 '한국산 진단 키트 80% 불량'이라는 허위조작정보를 야기한 것이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일본 고고통신은 이러한 소식이 "4월 24일에 보도되었다"고 했습니다. 출처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그 출처는 한국 언론 채널A였습니다. 일본 매체들은 채널A의 보도 화면을 캡처해 일본어 자막을 넣어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허위조작정보'의 실마리가 한국의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보도였던 겁니다.

일본 내 '가짜뉴스'의 원인이 된 채널A 뉴스

채널A는 4월 24일 <단독/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 무더기 적발>(4/24 이지운 기자)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습니다. 제목만 보면 한국 코로나19 '진단 키트' 중에서 '불량 키트'가 대량 발생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판 제목 또한 <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 보건소‧미군부대 납품>으로 '불량 키트'라는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앵커 역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만 58만 명이 넘었습니다. 빨리 많이 검사하기 위해 진단 키트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며 '진단 키트' 전체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말했습니다. 채널A는 다음날 낮 시간대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리포트로 넘어가서야 '검체 수송배지'라는 정확한 용어를 썼습니다. 감염 여부 판단과는 무관한 보관 및 이송용 용기의 문제라는 걸 정확히 짚어줘야 시청자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제목과 도입부 앵커 멘트에서 '진단 키트'라 칭하며 혼란을 자초한 것이죠. 설상가상, 채널A의 보도를 '인사이트'가 <해외 수출까지 하는 국내산 '코로나 진단키트'서 '불량품' 무더기로 나왔다>(4/24 강유정 기자)(현재 삭제된 상태)란 제목으로 바로 받아썼습니다.

채널A '불량 키트' 단독 보도의 정확한 내용은?
 
 △ 채널A를 출처로 가짜뉴스를 만든 일본의 고고통신(4/25)
 △ 채널A를 출처로 가짜뉴스를 만든 일본의 고고통신(4/25)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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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보도로 '일본산 헛소문'의 소재가 된 채널A가 심각한 왜곡이나 오보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리포트에서 검체 수송 용기의 불량임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채널A 기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쓰이는 검체 수송배지입니다. 환자 몸에서 검체를 채취해 변질되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정상 제품은 용액이 분홍빛을 띠는데, 오염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노란색으로 변하고, 침전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설명은 이게 전부입니다. 채널A 보도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리포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송배지의 용도와 그 불량 양태만 간단히 설명하고, 진단 키트의 핵심인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단의 정확성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짚어주지 않은 겁니다.
  
 △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불량 키트’로 왜곡 보도한 채널A(4/24)
 △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불량 키트’로 왜곡 보도한 채널A(4/24)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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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채널A 보도 내용은 "불량률이 70~80% 정도 됐던 것 같다"라는 보건소 직원의 인터뷰 등 '불량의 심각성'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제목과 앵커 멘트에서 '진단 키트 불량'이라 칭하고 리포트에서도 설명이 많지 않으니 '한국산 진단 키트 자체에 불량이 많구나'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진단 키트‧검체 수송용 용기는 다른 제품
 

채널A가 뭉뚱그려 쓴 '진단 키트'와 '검체 수송배지'는 엄연히 다른 제품입니다. 검체 수송배지란 코나 목에서 분비물을 채취해 담아 검사하는 곳까지 보낼 때 사용하는 용기입니다. 진단 키트라고 하면 검체를 채취하고 수송‧보존하는 수송배지와 감염 여부를 가려내는 검사 키트, 두 종류로 구성됩니다. 채널A처럼 '불량 키트', '진단 키트'라는 용어를 쓰면 검체 수송배지와 검사 키트 모두를 일컫게 되거나 무엇이 불량이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게 됩니다. 왜곡의 여지를 처음부터 지닌 보도입니다.

게다가 채널A가 '단독 보도'한 내용은 채널A 보도 4일 전, 검체 수송배지의 정확한 용도까지 담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도자료로 공표한 바 있습니다. 식약처는 4월 20일, <"검체 수송배지" 영업자 회수 조치>(4/20)를 내, 의료기기제조업체인 아산제약이 제조‧판매한 '검체 수송배지' 중 4월 1일 자 생산 일부 제조번호에서 변색되는 품질 불량이 있었고 4월 16일부터 영업자 자진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송배지의 용도와 함께, 불량품은 육안 구분이 쉬워 의료기관에서 불량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고도 덧붙였죠.

이를 뉴시스 <검체 수송배지 2만6천여 개 영업자 회수 조치>(4/20), 뉴스1 <식약처 "노랗게 변한 '코로나19' 검체 수송배지 쓰지 마세요">(4/20) 등 많은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채널A와 달리 '수송배지 불량'이라고 정확하게 표기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채널A가 '단독'을 붙인 이유는 뭘까요? 식약처가 밝힌 날짜와 생산라인이 아닌, 다른 날짜와 다른 생산라인에서 만든 같은 회사 제품에서 불량이 나왔다는 겁니다. '단독'에서 '특종'이라 할 수 있는 요소는 매우 제한적인데, '불량 키트'라는 말을 써 사태를 과장했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미 식약처가 보도자료로 알린 일이라면 더 정확하게, 감염 여부 판정과는 무관함을 더 구체적으로 보도했어야 합니다. 채널A 보도는 일본의 헛소문과 별개로 그 자체로도 부실했던 겁니다.

일본으로 가 '헛소문' 되는 국내 보수 언론 기사, 이대로 괜찮은가
  
우리나라 보수 언론이 쓴 기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가짜뉴스로 이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일본이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을 때, 조선일보에서는 <대량 살상무기로 전용 가능한데... 한국, 전략물자 불법수출 3년새 3배>(2019/5/17)란 기사를 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전략물자'가 대량으로 불법 수출돼 북한이나 이란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일본 내에서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가 북한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니 수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기사는 사실을 왜곡해 비약적인 추측을 내놓은 허점뿐인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와 달리 한국은 전략물자 수출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는 반면 오히려 일본이 더 부실하다는 사실이 보수정당 소속 하태경 의원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채널A 보도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실하고 모호한 보도로 자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태에 왜곡의 여지를 남겼고, 실제로 일본 인터넷 여론에서 헛소문으로 이용됐습니다. 감염병 대응은 전략물자 수출 등 외교, 안보 이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더 엄밀한 보도, 국익 및 공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각이 반드시 전제되어 있어야 하죠. 이런 상식을 우리 언론에 요구하는 게 그렇게도 힘든 일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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