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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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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잡은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빠져 나간 수목원은 고요했다. 봄날 오후의 부드러운 햇빛이 키큰 나무들과 작은 야생화들에 두루두루 미치고 있었다. 숲이 아니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아름다움이다.

숲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계절의 여왕 5월의 숲은 단단한 땅을 뚫고 기어히 피어난 새 생명들이 질러대는 환호성으로 가득하다. 연초록 나뭇잎들의 일렁임은 넘실대는 생명력에 다름 아니다.
 
 숲길을 산책하는 시민들
▲ 국립수목원숲  숲길을 산책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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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장애인 인권운동가 헬렌 켈러는 "만일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맨 첫날에는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설리번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마음 속에 담은 다음, 숲으로 가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들과 들꽃을 바라보고 노을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겠다"라고 했다. 그녀에게 어느 계절의 숲을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봄, 특히 5월의 숲이라고 답하지 않았을까.

국립수목원의 모태, 광릉숲·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수목원 입구에서는 새로 열리는 둘레길 명칭 현장 투표를 실시하고 있었다. 산림기술 경영 연구소에서 봉선사까지 약 4km 구간의 둘레길이 새로 열리는 것이다. 총 4차례의 현장투표 결과를 종합해 최종 이름이 선정될 것이라 한다. 
 
 새로 개장되는 둘레길 명칭 현장 투표 장면
▲ 국립수목원숲  새로 개장되는 둘레길 명칭 현장 투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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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음에 드는 이름에 표시를 해서 투표함에 넣었다. 후보군에 오른 '포천 수목원 가는길' '천년 누리숲길' '광릉 숲길' '유네스코 국립수목원길' '광릉 천년 숲길' 중 과연 어떤 이름이 선정될 지 궁금하다.

1999년 5월 24일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에서 독립해 신설된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림연구기관으로 수목원 내에 산림박물관을 비롯해 산림생물표본관 등 다양한 연구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저녁 햇살이 숲으로 스민다. 숲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 국립수목원 전나무 길  저녁 햇살이 숲으로 스민다. 숲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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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의 전신은 1987년 개원한 광릉수목원으로 광릉숲이 모태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필요한 큰 나무들을 생산하고 왕실 사람들의 사냥과 활쏘기 장소였던 광릉숲은 1468년 세조의 능이 조성된 이후 왕릉숲으로 관리되었다.

50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숲생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보존된 광릉숲은 전 세계적으로 온대 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루고 있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크낙새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장수하늘소, 까막딱따구리, 오색딱다구리와 같은 희귀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낙원이다. 광릉숲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종류가 610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숲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2010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면적 2만4465ha, 서식종 5710종).
 
 국립수목원은 2010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 국립수목원숲  국립수목원은 2010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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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확대되어 왔다. 오늘날 수목원은 동서 길이가 4km, 남북 길이가 8km에 이른다. 남양주시 진접읍과 별내면, 포천시 소흘읍과 내촌면, 의정부시 민락동 등 3개 시에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건강이 가득한 곳, 전나무 숲길

수목원 탐방코스는 테마별로 모두 24개 구역 - 화양목이 즐비한 비밀의 뜰, 어린이정원, 수국원, 백합과 붓꽃으로 꾸며진 백합원, 소리정원, 난대식물 온실, 수생식물원, 양치식물원, 약용식물원 등 - 으로 조성되어 있다. 워낙에 넓으니 몇 차례에 나누어 탐방하는 것이 좋다.
 
 육림호를 산책하는 시민
▲ 국립수목원숲  육림호를 산책하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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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안내책자에는 '국립수목원 걷고 싶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탐방로가 소개되어 있다. 수목원 방문자들을 위한 '느티나무, 박물관길', 연인이나 부부를 위한 '러빙 연리목길', 건강을 위한 '힐링 전나무숲길', 혼자 걷고 싶은 길 '소소한 행복길' 등이 대표적이다. 60~90분 정도의 트래킹과 휴식을 겸할 수 있게 짜여져 있어 자신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숲속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매우 특별하다.
▲ 육림호 카페 숲속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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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전나무숲길은 4.5km 정도의 구간으로 육림호와 침엽수원과 전나무 숲을 품고 있는 구간이다. 숲 속의 호수 '육림호'는 연두빛으로 부서지는 햇살과 어린 새순이 뿜어내는 알싸한 피톤치드향에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육림호 목조카페에서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은 잊을 수 없는 인생 커피맛이다.
 
 저녁햇살이 부서지는 육림호 풍경
▲ 육림호   저녁햇살이 부서지는 육림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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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림호를 지나면 침엽수원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육중한 모양의 독일 가문비 나무가 압권이다. 미처 수령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인다. 경외감까지 느껴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데도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혼자 숲 속에 갇힌 듯하다. 
 
국립수목원 침엽수원
 국립수목원 침엽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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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늘푸른 바늘잎나무, 섬잣나무, 솔송나무, 구상나무, 금방향나무 등 130여 종의 침엽수가 식재되어 있는 곳으로 매우 이국적인 풍광을 만나볼 수 있다.

침엽수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를 증식해 1927년에 조림된 전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200m구간에 수령 90년 이상의 전나무들이 즐비한 이 숲길은 오대산 숲길, 내소사 숲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에 속한다.
 
 200m 길이의 국립수목원 전나무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길에 속한다.
▲ 국립수목원 전나무 길  200m 길이의 국립수목원 전나무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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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는 '젓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상처가 나면 하얀 우유같은 액체가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뻗은 전나무 숲속에 서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다. 코로나19도 두렵지 않을 면역력이 팍팍 생기는 듯 하다. 전나무 숲 한켠에는 제68회 식목일 기념 조림지에서 어린 전나무 묘목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룰 것을 생각하니 고맙기까지 하다.
 
 2013년 68회 식목일에 조성된 전나무 조림지
▲ 국립수목원 침엽수원  2013년 68회 식목일에 조성된 전나무 조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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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오르면 정상이다. 그후터는 내리막이 시작되고 벌개미취길과 약욕식물원으로 이어진다. 정상에 채 못미쳐 수목원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오늘 완주하지 못한 구간은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전나무 잎 사이로 황금빛 저녁 햇살이 내려 앉고 있다.

* 힐링 전나무 숲길 (총 4.5km, 7000보, 90분 소요)
출발 - 어린이정원 - 숲사이 오솔길 - 전나무길 -계곡 나무다리 -육림호 -습지원 - 화장실 - 전나무숲 '쉼의자' - 비밀나무 - 벌개미취길 - 약용식물원

국립수목원 이용안내
 
국립수목원 육림호
 국립수목원 육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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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은 사전 예약입장제로 운영된다. 단 보행, 자전거 이용객등은 사전 예약없이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 주차장 이용은 할 수 없으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지역주민(포천시, 남양주시, 송산 1·2동 거주 의정부시 주민)은 화~일요일 500명이 입장 가능하다.

추후 별도 공고가 있을 때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산림 박물관, 난대온실, 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는 잠정 휴관하니 이용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폐쇄되었던 광릉 숲길 둘레길은 지난 6일 개방됐다. 

개원일: 화요일~일요일
휴원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예약: 전화ARS(031-540-2000), 홈페이지(www.kna.go.kr), 웹사이트(reservenew.kna.go.kr)
관람료: 성인 1000원, 청소년(만13~18세) 700원, 어린이(만 7~12세) 500원
무료: 만 6세 이하인 자 및 만 65세 이상, 장애인과 보호자 1인
주차료: 버스 5000원/일, 승용차 3000원/일, 이륜차 1000원/일
문의: 031-540-200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포천소식'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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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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