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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신이 기르던 개를, 그것도 젖이 불어 있는 어미개를 새끼들이 보는 앞에서 매달아놓고 죽였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며칠 전에는 살아있는 새끼고양이 세 마리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사람도 있었고, 전기가 통하는 쇠꼬챙이를 강아지 입에 꽂고 끝까지 고통 속에 죽게 만든 개농장주가 발각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코로나19 이후 마트에 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어제 먹거리를 사러 집 근처 대형마트에 잠시 들렀다. 에스컬레이트가 지하매장 입구에 멈추고 나는 버릇처름 한쪽에 있는 작은 우리(Cage) 안을 살핀다. 그곳에는 금붕어들이 떠다니는 여러 개의 수조와 작은 우리 세 개가 포개어져 있다.
 
 대형마트 매장 한쪽, 작고 비좁은 우리안에 아직 어미의 돌봄이 필요해 보이는 어린 토끼 두 마리가 서로를 의지하고 오두마니 앉아 있다.
 대형마트 매장 한쪽, 작고 비좁은 우리안에 아직 어미의 돌봄이 필요해 보이는 어린 토끼 두 마리가 서로를 의지하고 오두마니 앉아 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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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는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햄스터가 구석에 숨어있기도 하고 아직은 어미의 돌봄이 필요해 보이는 작은 아기 토끼가 오두마니 앉아 있기도 하다. 두 마리가 함께 있다가 한 마리만 남아있는 모습을 볼 때면 더 안쓰럽고 화가 난다. 

대형마트에서 왜 저렇게 작은 동물까지 파는 걸까. 토끼가 있던 우리가 텅 비어 있으면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적어도 그 작은 토끼가 세 번도 폴짝 뛸 수 없을 만큼 비좁은 곳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부모손을 이끌고 온 꼬마가 팔짝팔짝 뛰며 토끼 우리를 톡톡 건드린다. 부모는 꼬마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그저 귀엽다는 듯 바라본다. 판매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작은 그릇에 사료를 담아와 우리 문을 열더니 앉아 있는 토끼를 밀치고 사료 그릇을 놓은 뒤 문을 닫는다.

만약 꼬마의 성화에 못이겨 토끼를 키우는 일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부모가 충동적으로 토끼를 사간다면 기르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할까. 제발 그러길 바란다. 

마트가 문을 닫는 늦은 시각까지 밝은 빛과 소음에 시달리며 비좁은 우리 안에서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어린 토끼가 가엾고 안쓰럽기만 하다.

봄비가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날. 비가 오는 날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녀석을 위해 밥을 준비한다. 마스크와 우산을 챙겨 집 근처 차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간다. 저만치 차 밑에 몸을 숨기고 있던 녀석이 나를 보고는 쪼르르 뛰어온다.
 
 밥을 주던 길냥이 세 마리중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았다. 새끼때부터 2년 
넘게 밥을 주던 한 마리가 한 달 전쯤부터 보이지 않아 자꾸 걱정이 된다.
 밥을 주던 길냥이 세 마리중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았다. 새끼때부터 2년 넘게 밥을 주던 한 마리가 한 달 전쯤부터 보이지 않아 자꾸 걱정이 된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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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그릇을 챙겨 집으로 향하면 녀석은 밥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들도 이별의 아픔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가 배고픔을 참고 새끼에게 먹이를 양보하는 광경은 자주 보았다.

또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가 한 달 가까이 밥을 거부하고 야위어 가는 모습이나 늘 같이 다니던 친구의 주검을 지키며 사람들이 주는 먹이도 마다하고 곁에 오지 못하게 경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는 동물보호운동가가 아니다. 그저 측은지심을 지닌 보통 사람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진 도심에 야생동물이 나타나 활보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는 기사를 여러 번 읽었다. 어쩌면 그것이 지구의 원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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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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