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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이천제일고 교사입니다.[편집자말]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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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근처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수십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이 공사현장에 인화성 물질이 다량 반입되고 밀폐된 공간에 유증기가 가득찼지만 제대로 된 환기도, 유증기 검침 장치 작동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안전관리 감독관이 있었네, 없었네 하며 시끄럽다. 특히 이천지역에서는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로 노동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위험물이 산재한 장소에서 전기설비 공사와 가스충전 작업을 진행하다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애쓰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셨던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디 영혼만이라도 평안하시기를 기원한다. 특히 멀리 이국땅에서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자라는 손가락질과 설움까지 참아가며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던 외국인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생명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귀하며,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생명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2000여명이 노동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2019년 산재 사망자는 2,020명이고, 산업재해 재해자수는 109,242명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의 수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재인정을 보수적으로 판정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수치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다치고, 죽임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번 사고를 보다, 문득 몇 년 전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기아차 실습생 사고... 짚어야 할 게 더 있다' (2011.12.25.)-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았다. 당시에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로 쓰러졌을 때 작성한 글이었다. 당시에 이런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후 학교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이 조금씩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2~3시간씩이라도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현장실습을 나가야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에게는 사이버 교육도 시키고는 있다. 또한 몇몇 시도에서는 노동인권교육조례를 제정하고, 학습자료를 개발하는 등 노동인권교육에 관심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노동인권교육은 특성화고에서 멈춰서 있고, 그나마도 시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일반고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하면 대부분 노동자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또한 중학교와 초등학교로까지 확대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63번에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부 출범이후 얼마나 노동이 존중을 받는 사회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오래 전에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간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느냐? 그는 '감수성'이라 대답했다. 안전장치와 관리 감독과 구조와 시스템을 제치고, '감수성'이라니.
그는 인간이 일하다 죽는 것을 아파하는 감수성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대답이 오래 남은 까닭은 죽음을 하찮게 보도록 연습되어진 우리 삶 때문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회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이다.'(<노동자 쓰러지다>, 희정, 2014.)


인간이 일하다 죽는 것을 아파하는 감수성이 있어야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란 얘기이다. '노동이 존중 받기' 위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노동존중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대통령 공약집에 수십 번 들어간들 무슨 소용인가?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한 집권 여당은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이하여,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민심으로 확인된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 역시 산업재해 예방처럼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감수성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하며, 누군가는 그렇게 하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학교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인권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교육시켜야 한다.

노동과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 지금처럼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노동(인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국회에 모여 있으니, 각종 노동법과 산재법 등을 처리할 때 시끄러운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럼 노동인권교육을 위해서 가장 노력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당연히 교육부이어야 한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조례를 제정하고, 학습자료를 만드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 듯 한데, 가장 중요한 교육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한다면 교육부에서 섭섭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육부가 범교과학습자료를 만들어 노동인권부문을 자료에 포함시키고, 노동인권교육과 관련된 외부 연구결과를 검토하는 등 일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교사는 전국에 몇 명이나 될까 싶다. 만들어진 자료는 학교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고, 그런 자료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2017년 6월 발표한 '새 정부 교육정책을 위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제안'에는 "노동인권교육 교과과정 연계 의무화"라는 꼭지를 마련하여서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하고,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 제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그런 제안이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실행으로 옮길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중장기 계획은 어떠한지 이제는 국민들에게 알릴 때가 되었다. 교육부 내부에서 많은 고민과 검토가 있을 줄로 알고 있지만, 너무 고민만 하다가 적기를 놓치기 않기를 바란다. 조만간 교육부의 보도자료와 언론의 기사를 통해서 "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발표되고, 계획대로 실행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교육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각종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들의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 조금이라도 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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