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디오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DJ 강석-김혜영이 마이크를 내려 놓는다. 각각 1984년과 1987년 <싱글벙글쇼>에 합류해 지난 33년간 함께 진행하면서 청취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지만 MBC 라디오 개편에 따라 오는 10일 방송을 끝으로 작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후임 DJ는 팟캐스트 진행자 정영진, 가수 배기성(캔)으로 결정났지만 강-김 콤비의 하차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청취자들의 아쉬움과 항의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상징성 대신 변화 선택한 방송사
 
 지난 6일 MBC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싱글벙글쇼' DJ 강석, 김혜영

지난 6일 MBC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싱글벙글쇼' DJ 강석, 김혜영 ⓒ MBC

 
DJ 교체를 택한 방송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MBC 라디오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한 두 사람 대신 새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건 분명 큰 부담이 될 법한 일이다. 결국 MBC는 변화에 무게를 두고 <싱글벙글쇼>를 비롯한 다수의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엔 갈수록 올라가는 고정 청취자의 연령대, 매출 고민 등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냉정히 말해 MBC 표준FM 및 FM4U의 위상이 예전 같진 않은 게 사실이다. 초대손님 및 토크 중심의 프로그램들은 수년 이상 SBS 파워FM의 몫이었고 시사 프로그램 역시 각종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밀려 관심 밖으로 밀린 지 오래다. 불과 1년 안팎으로 단명하는 DJ들도 적지 않았을 정도로 진행자 교체도 빈번했다. 이른바 청취율 조사 순위권에서 MBC 프로그램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는 건 지금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환경 속에서 신규 청취자를 확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라디오 매체의 특성 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MBC로선 결과적으로 '장수 DJ 교체'라는 다소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면서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20년 이상 장수 DJ,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MBC 표준FM '싱글벙글쇼'가 33년만에 진행자 교체를 단행한다.

MBC 표준FM '싱글벙글쇼'가 33년만에 진행자 교체를 단행한다. ⓒ MBC

 
배철수(MBC), 이숙영, 최화정(이상 SBS) 등 20~30년 이상 DJ로 맹활약하는 인물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요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오랜 기간 마이크를 잡는 진행자들을 발견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매일 1~2시간 분량의 방송을 꾸준히 맡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능인, 배우 혹은 가수 등 다른 본업이 있는 인물 위주의 선택은 결국 '정들만 하면 작별'이란 말처럼 잦은 교체로 연결되기도 한다. 짧고 굵게 힘을 쏟아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TV 예능 프로 등과 비교할 때 분명 라디오는 시간적, 금전적으로 오래 하기 쉽지 않은 매체다. 

어찌보면 이러한 특성이 역설적으로 장기간 라디오를 진행하는 DJ 탄생의 숨은 배경이 되었으리라. 다른 쪽에 곁눈질하지 않고 매일 고정된 시간에 맞춰 방송국에 출퇴근하면서 라디오에만 애정을 쏟아부은 진행자들의 노고는 자연스럽게 6개월~1년 단위 개편을 넘어 수년 이상 쌓였고 '장수 DJ'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현재의 위상을 만들어준 것이다. 

33년 호흡맞춘 명콤비
 
 지난 6일 MBC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싱글벙글쇼' DJ 강석, 김혜영

지난 6일 MBC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싱글벙글쇼' DJ 강석, 김혜영 ⓒ MBC

 
그동안 <싱글벙글쇼>는 '돌도사'로 대표되는 각종 정치인 성대모사를 비롯해 풍자와 해학이 담긴 코너, 청취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각종 사연들을 중심으로 30여년간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고사리손으로 엽서 보냈던 어린이가 어느덧 40대 중년이 될 만큼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정감 어린 내용을 들려주며 라디오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부각시켰던 프로그램이 <싱글벙글쇼>였다.  

워낙 오랜시간 함께 일해온 터라 아직도 두 사람이 부부인 줄 아는 청취자도 존재할 만큼 강석과 김혜영은 찰떡 호흡을 자랑해왔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기 이전만 해도 두 사람은 애초 코미디언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인물들이었다. <싱글벙글쇼>를 맡게된 이후론 TV보단 라디오에만 전념하면서 역량을 발휘해왔다. 모친상을 제외하면 단 하루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던 강석, 결혼식 당일에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방송을 진행했던 김혜영의 이야기는 어느새 옛 추억이 되었다.

오전에 방송되는 <여성시대>, 오후 4시대를 책임진 <지금은 라디오시대>등과 더불어 <싱글벙글쇼>는 MBC 표준FM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가장 잘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손꼽혔지만 세월의 흐름을 더 이상 버티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마치 정년퇴임하는 선생님의 쓸쓸한 뒷모습마냥 두 사람도 아쉬운 퇴장을 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라디오 강석 김혜영 싱글벙글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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