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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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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거 아부지가 방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부축해서 침대로 올리다가 내 허리가 삐긋했던 것 같다."

여든 하나 연세의 어머니가 그해 설날에 사남매가 모인 자리에서 지나가듯이 하신 말씀입니다. 30년 중풍 앓으시던 아버지의 손발 노릇하다가 일어난 어머니의 심상찮은 부상.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데도 대수롭잖다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온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야야, 나는 인제 너거 아부지 더는 수발 몬 하겠다."

부랴부랴 대구의 한 정형외과로 모셨는데 '척추 골절' 진단이 나왔습니다. 온몸의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최악의 상태라는 의사의 부언도 있었습니다.

곧바로 입원했으나 그날 저녁 당장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간호사 소견은 자식들을 '멘붕'에 빠뜨렸습니다. 팔순이 넘어 허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고통을 숨기며 자식에게 내색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마음을 무엇으로 형용하겠습니까?

그 길로 어머닌 설상가상, 합병증으로 패혈증까지 얻었고, 평생 입원 한 번 한 적 없어 낯설기 그지없는 차가운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애를 마감하고 맙니다. 몸도 맘도 다 닳아 달리 손 쓸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했던 말을, 자식들은 어머니 가시고 나서야 그 희생을 겨우 눈치챘을 뿐입니다.

이번 달이 벌써 어머니의 6주기입니다. 그동안 비어 있던 시골집을 청소하다가 부엌 찬장문을 열었습니다. 소박한 찻잔, 술잔 몇 쌍이 가지런하고도 정갈하게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냥 병원 한 번 다녀오면 나을 것이란 믿음으로 설거지도 못 마치고 입던 옷 그대로 버선발이다시피 아들 따라 나섰는데, 어찌하여 찻잔이며 술잔은 이리도 가지런히 정렬해 놓으셨을까요?

오월입니다. 이곳, 제가 머무는 시골 하천변 산책로엔 벌써 아카시아 꽃망울이 여기저기 터집니다. 아카시아보다 카네이션이 가슴에 더 스치고 눈에 더 밟히는 때입니다. 생존하시거나 돌아가셨거나 내 맘속엔 영원히 계시는 부모님. 두 분의 삶은 온통 자식을 향한 사랑과 희생뿐입니다. 카네이션꽃이 붉은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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