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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 세계인권선언 제1조

지난 달 28일 제주교육학부모연대, 제주바른여성인권연대, 제주바른인권국민대연합, 제주도민연대로 구성된 일명 '제주도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도민연합'은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의 뜻을 펼치기 위해서다.

도민연합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습 능력 저하를 조장하고, 책임 없는 자유와 교권 침해, 성관계를 장려하며, 정치 홍위병을 양성하고 이슬람과 신천지를 보호하고 페미니즘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육을 조장한다"라며 조례 제정 결사반대를 외쳤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학생의 당연한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마련한 법제 장치다. 지금까지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지역 네 곳에서 공포가 되었으며, 타 지역도 제정을 위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조례 자체만으로는 학생 인권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학생 인권 보장의 첫 단추로서, 동시에 최후의 보루로서 작동하며 학교 현장에서 약자인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 고교생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제주 학생인권조례 TF'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2017년부터 꾸준히 노력해왔다. 길거리 캠페인부터 토크 콘서트,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과 도민들에게 접근하여 조례 제정에 관한 지역사회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 3월에는 제주 학생, 도민 1002명의 지지와 함께 제주도의회에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청원서를 전달했다. 그렇게 현재 제주의 뜨거운 감자가 탄생했다.

나는 대한민국 교육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에 지지하며 하루라도 빨리 '인권 존중 제주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오해 혹은 옹고집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앞서 도민연합이 제기했던 우려와는 달리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거나 비교육적인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조례 내용에 있어 각 지역별로 미세한 차이를 보일 뿐, 큰 틀에서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같다.

신체의 자유(체벌 금지, 교육적 목적 활동 외의 강제노동 금지),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소지품 검사 등 사생활 침해 금지), 징계 절차에서의 권리 등 이미 우리나라 헌법과 전세계적 규약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즉, 학생인권조례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급진적인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당연한 권리와 가치'를 학교 현장에 맞게 적용한 것 뿐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는 이러한 학생인권조례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조례가 "학습 능력 저하를 조장하고, 책임 없는 자유와 교권 침해, 성관계를 장려하며, 정치 홍위병을 양성하고 이슬람과 신천지를 보호하고 페미니즘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육을 조장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조례를 지적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헌법과 전세계적 규약, 그것들을 합의한 못돼먹은 이 세상 사람들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 제주 학생들은 무력하게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제주 학생들을 보호할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그 필요성이 분명하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TF는 자체 조사를 통해 도내 고등학교 총 15개교 교칙에 아직도 학생의 정치 참여 제한, 선거권자의 자격과 입후보 자격, 휴대폰 소지에 관한 조항 등 반인권적, 구시대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행사에 학생들을 강제동원하거나, 여학생들의 여성성을 강조하는 등의 인권침해 사례도 다수의 제보를 통해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TF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인권 침해를 당한 학생들의 구제를 요청한 상태다. 학생은 교육 현장에서 '피교육자'의 신분이기에 인권 침해를 당한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혹여 선생님께 밉보였다간 "생기부에 누가 될까(실제 피해 학생의 말이다)"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입이 그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생인권조례는 이 삐뚤어진 상황을 바로 잡아줄 암행어사다. 학생들이 자신이 받은 피해에 당당히 저항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대부분의 학생인권조례는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와 함께 교육 당국에서는 피해 학생을 지원하거나 관련한 인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학생 인권 침해 문제의 궁극적인 종식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지금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제주 학생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과는 차원이 다르다. 제주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학교를 원한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새로운 배움의 기회!

또한 학생인권조례는 제주 학생들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현재 공포된 네 곳(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의 조례 모두 학생자치활동을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 덕분에 해당 지역 학생들은 확실한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행동을 조직하고, 그에 맞춰 예산도 짜는 고도의 자치 활동을 당당히 전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리더십, 팔로워십과 같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학교 교과서 수업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학생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멋지게 성취한 것이다. 이처럼 학생인권조례는 활용하기에 따라 학생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제주 학생들이라고 이 기회를 못 누릴 이유는 무엇인가? 조례의 잠재적인 교육 효과를 고려할 때, 제주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적극 추진해야 마땅하다.

지금 우리가 제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현재 제주학생인권조례는 제주도의회에서 별다른 결론은 내리지 못한 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이송된 상태다. 앞으로의 몇 개월은 제주 교육의 향방을 결정하는 날이 될 것이다. 나아가 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도 맞물려, 제주의 선택이 몰고 올 파급은 실로 막대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지금껏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제주가 보여준 모습은 한결같았다. 4.3의 아픔을 겪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 힘 써온 제주다. 나는 이번에도 제주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그 현명한 선택에 갖가지 음해와 모함을 달 세력에 대한 견제다.

이것은 비단 제주만의 몫이 아니다. 모두가 '인권'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언론, 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주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지금 우리가 제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붙인 의도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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