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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새들에게 양보하세요  샛강에 새로 난 작은 오솔길을 일부 막았습니다.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요.
▲ 오솔길은 새들에게 양보하세요  샛강에 새로 난 작은 오솔길을 일부 막았습니다.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요.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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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여기 생태공원이라 나물 캐시면 안 됩니다."
"아버님, 거기서 내려오세요. 생태공원에서는 나물 캐시면 안 되거든요."
 

4월이 되자, 여의도 윤중로에는 벚꽃이 서둘러 피었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 제방 위로 하늘거리는 벚꽃에, 둔덕을 가득 덮은 개나리, 오종종 줄기 가득 꽃을 피운 조팝나무들이 꽃잔치를 벌였지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했지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꽃구경을 나서 공원안에서도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었습니다.

개나리와 조팝이 다 지기도 전에 라일락이 서둘러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고,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코로나19 사태에 지친 시민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꽃을 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쉬어 가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샛강  물과 나무의 숲 샛강
▲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샛강  물과 나무의 숲 샛강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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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들을 데리고 당당한 청둥오리 어미  열 마리 아가들을 데리고 샛강에서 노는 청둥오리. 2주 전 사진입니다.
▲ 아가들을 데리고 당당한 청둥오리 어미  열 마리 아가들을 데리고 샛강에서 노는 청둥오리. 2주 전 사진입니다.
ⓒ 박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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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넓은 샛강 숲 안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비닐봉지 가득 쑥과 냉이, 미나리를 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로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보입니다. 생태공원에서는 나물을 캐는 것도 금지되어 있고, 캐다 보면 숲 안으로 들어가서 치목들을 부러뜨리고, 작은 새들을 놀라게 하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2019년 봄부터 이곳 샛강생태공원에 와서 자원봉사자 시민들과 함께 샛강을 가꾸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매일같이 샛강을 돌아보고 무분별한 이용객이 없는지 살피게 됩니다. 봄나물 캐는 사람들은 제가 말하면 슬금슬금 멈추고 내려왔다가 돌아서면 다시 캐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제는 산책길에 샛강 생태연못가에서 어미를 따라나선 새끼 청둥오리 두 마리를 보았습니다. 부화한지 두세 주 된 아가들입니다. 몇 주 전에는 각각 열 마리, 여덟 마리 아가들을 데린 청동오리 엄마들을 보았습니다. 그 어린 것들이 종종거리며 엄마를 따라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찬탄과 기쁨이 솟습니다.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에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제 만난 두 마리 새끼를 보니 그 사이 몇 마리는 이미 엄마 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간 듯합니다. 마음이 아리지만 생태계가 그렇습니다. 마음 속으로 겨우 두 마리 남은 아가들이지만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길 빌었습니다.
 
가시박과의 싸움  작년 여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무성한 생태교란종 가시박으로부터 버드나무를 구하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한강조합 염형철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었지요.
▲ 가시박과의 싸움  작년 여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무성한 생태교란종 가시박으로부터 버드나무를 구하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한강조합 염형철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었지요.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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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샛강 봉사자들  2019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샛강을 가꾸었습니다. 가시박 죽은 덩굴을 치우고 쓰레기를 수거한 지지봉사단 청년들
▲ 젊은 샛강 봉사자들  2019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샛강을 가꾸었습니다. 가시박 죽은 덩굴을 치우고 쓰레기를 수거한 지지봉사단 청년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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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우거지고, 버드나무 군락이 멋진 도심 속 비밀 숲 같은 여의샛강생태공원. 이 곳은 199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공원입니다. '샛강'이라는 이름은 한강 본류에서 갈라져 '사이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나들이 인파가 넘쳐나는 여의도 한강공원과 달리 샛강은 조용하고 한결 자연스러운 수변 생태공원입니다. 그러나 작년 봄 저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샛강에 왔을 때 샛강의 모습은 호젓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생태교란종 가시박이 울창한 버드나무를 덮었습니다. 가시박은 순식간에 자라 버드나무를 뒤덮어 말라 죽게 합니다. 환삼덩굴과 며느리배꼽, 단풍잎돼지풀도 생태계 교란에 가세합니다. 작년 3월 초 샛강의 모습은 죽은 가시박 덩굴에 뒤덮인 버드나무들로 음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저희는 작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가시박을 걷어내고, 환삼덩굴 싹을 뽑아내며 일 년 내내 샛강 숲을 가꾸었습니다. 일 년 가까이 2천5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보탰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봉사자 가족, 기업체 단체 봉사자들, 젊은 청년 봉사자들, 청소년들… 다양한 봉사자들이 생태교란종으로부터 버드나무들을 살렸고, 큰 나무 아래서 햇빛을 받지 못해 가늘게 자란 어린 나무들을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샛강에 떠내려온 부유 쓰레기를 뜰채로 걷어내고, 산책객들이 함부로 버린 개똥이 담긴 비닐 봉지도 치웠습니다. 

이런 숨은 노력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 봄을 맞은 샛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햇빛이 물 위에서, 갓 솟은 연한 초록 잎 위에서 찰랑찰랑 빛납니다. 오가는 시민들이 종종 "샛강이 예뻐졌다"며 칭찬을 하십니다. 죽은 가시박 덩굴에 덮여 발을 디딜 수조차 없던 곳에 작은 오솔길들도 났습니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숲이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자 전보다 더 많이 박새류와 딱새, 흰뺨검둥오리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말경에는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도 샛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침에 샛강에 올 때마다 머리 위에서 꽃을 따먹는 요란한 직박구리, 버드나무 사이를 날렵하게 오가는 박새를 가까이 봅니다. 귀여운 새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서서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가시박 줄기를 끌어내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오솔길이 새로이 많이 생긴 샛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시민들이 숲 안쪽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작은 길은 더 넓어지고, 풀 아래서 힘을 내어 자라는 어린 나무들이 발에 밟혀 부러지고, 포란 중이던 청둥오리가 놀라는 일이 생겼습니다.
 
숲 가꾸기 선수들 노을공원시민모임 자원봉사자들  한여름 가시박 제거에 온종일 땀을 흘린 노을공원 강덕희 국장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
▲ 숲 가꾸기 선수들 노을공원시민모임 자원봉사자들  한여름 가시박 제거에 온종일 땀을 흘린 노을공원 강덕희 국장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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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은 물이 많고 물가에 늘어진 버드나무와 참느릅나무가 멋진 경관을 만드는 곳입니다. 가까이서 물을 보고, 발끝으로 부드러운 흙을 느끼며 물가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안쪽으로, 내밀한 숲 속으로 호기심 가득 안고 들어갑니다.

급한대로 부러진 나무 등을 이용해 몇몇 오솔길을 막았습니다. 작은 새들을 위해, 포란 중인 청둥오리 등을 위해 숲속 길을 비껴가 달라고 작은 알림도 붙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심히 보지 않고 나무 울타리쯤은 훌쩍 넘어가더군요. 그리하여 작은 새들과 곤충들의 서식지는 훼손되고 있습니다.

샛강에는 동식물들이, 그리고 샛강을 가꾸는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만드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공존과 평화, 돌봄과 배려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독자들과도 나누고 싶었는데 겨를이 잘 나질 않더군요. 그러다 4월 27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샛강 공원 찾는 사람들이 '불편한 숲길'을 찾는 까닭>을 읽고 이 이야기는 꼭 써야 되겠다 싶어 서둘러 씁니다.

넓고 밋밋한 산책로가 아닌 '불편한 숲길' 산책은 자연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샛강에는 그런 오솔길들이 많고 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깊이 숲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둘러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샛강을 집 삼아 사는 동식물들에게 혹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갓 시작하는 생명에게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배려하는 산책을 하면 어떨까요?

오늘(4월 30일)은 마침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설파한 것이 생명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날이 예뻐지는 샛강에 오십시오.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숲을 느릿하게 걸어보세요. 그리고 한 발 내디디면서도 혹 함부로 밟아버리는 어린 나무는 없는지 살펴주세요. 그렇게 우리가 어린 새들과 나무를 배려한다면, 그들은 더 많은 생명의 기운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것입니다.

버드나무 가지에 박새가 매달려 놀곤 하는 샛강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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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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