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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주석이 3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전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해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화상을 통해 격려하는 모습.
▲ 3개월 만에 우한 방문한 시진핑 의료진 환자 격려 중국 국가주석이 3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전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해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화상을 통해 격려하는 모습.
ⓒ 우한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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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제1단계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한 모범 사례로 간주된다. 중국 역시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그 방법이 국가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통한 권위주의 방식이다. 그래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비해 한국이 채택한 방법은 국가가 주도하면서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인권 감수성에 민감한 유럽인의 관점에서 볼 때 확진자 동선 공개에 사용된 개인 정보에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런 점은 인권 친화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더욱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중국은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려고 적극적인 봉쇄 조치를 단행했는데 비해 한국은 지역 간에도 국가 간에도 봉쇄 대신에 끝까지 개방적인 협력의 방법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국경봉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 시장을 통한 국경개방을 강력히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국가권력을 통한 국경봉쇄를 강력히 주장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시장주의와 국가주의 사이에는 이처럼 모순적인 듯 보이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고 일찍부터 지적한 바 있다. 그것은 개방적인 소통과 연대를 거부하는 경향, 즉 반연대 정신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강한 힘은 감염력 때문이어서 인간의 신체를 서로 떨어뜨리지만 마음까지 떨어뜨리지는 못한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의 강한 감염력은 공포와 불안감을 과도하게 불러일으켜 때로는 심리적인 고립감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헝가리의 코로나19방지법 통과에서 보듯이 권력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강화하거나 기업인들이 부 축적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거나 부추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에서는 시민들이 대부분 자가격리된 상태에서도 매일 오후 6시에 한마음이 되어 발코니에서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른 지역이 있었다. 한 이탈리아 의사는 끔찍한 비극의 현장에서 엄청난 무력감을 경험했지만 의료설비를 위해 기부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현장에서 봉사하는 의료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비극 속에서 연대의 정신을 다시 발견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입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은 떨어뜨려도 한마음이 되려는 연대의 정신 앞에서는 힘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끔찍한 비극의 현장에서도 연대는 희망이 되는 것이다.

한국, 중국, 그리고 독일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대유행 제1단계로부터 제2단계로의 전환 과정에 있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다. 제2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생활방역에 있다. 정부의 방역체계가 여전히 작동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역할이 중심이 되는 방역체계다.

각국 정부는 재유행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유행이 발생하더라도 제1단계에서처럼 강력한 봉쇄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또 다시 효과적으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활동뿐 아니라 생활 전반의 피해가 너무 큰 데다가 시민들의 피로도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생활방역 체계를 구축하여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발생하더라도 그리고 코로나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가동할 수 있는 체계의 준비가 필요한데 그 핵심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에 기초한 방역체계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1단계에서 적극 사용된 행정부의 감시와 통제보다는 시민사회 주요 영역을 설득하고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효과적인 협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방역 당국이나 시민들이 감염환자 발생 통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통제 가능한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안고 간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반코로나 체제는 방역체계 이상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재난으로 각종 어려움을 당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지원체계가 포함된다. 재난기간 동안 시민들, 특히 사회적 취약층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비경제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울리히 벡이 말하듯이 각종 글로벌 위험이 발생하기 쉬운 세계위험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코로나 대유행의 장기화나 각종 글로벌 위험의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난지원체계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복지체계가 서로 전환되기 쉽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후변화 위기 같은 글로벌 위험은 국내의 사회적 연대를 넘어 강력한 국제적 연대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이들 글로벌 위험에 국내의 사회적 연대만으로는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우리의 마음을 더욱 활짝 열 필요가 있다. 가까이는 반중국, 반북한, 반일본 정서로써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동북아시아 국제연대가 지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지역 어디서나 대유행이 발생하면 곧바로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이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난한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의 대유행 가능성과 기아의 급증에 대한 우려다.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한 바 있는 한국은 이제 아프리카에서의 코로나 대유행이 결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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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역체계에 대한 선진국의 칭송과 K-방역으로의 브랜드화, 한국 진단키트에 대한 외국 정상들의 요청, 해외 체류 교민의 수송, 한국전쟁 참전국에 대한 지원, 해외 입양인에 대한 마스크 지원 등에 대한 언론매체의 쏟아지는 보도는 한국인의 큰 자부심을 반영한다. 무척 반갑고 고마운 일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사회의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정부와 시민사회 차원의 방안과 실천에 대한 보도가 훨씬 더 많아지기 바란다. 다행히 지금은 정부 주도의 방안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더 근본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의 도전 앞에서 우리의 인식과 관심이 애국심과 민족애에만 머물 수는 없다. 정부 차원에서뿐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코로나19의 도전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세계 전역의 매우 어려운 국가 및 그 시민들과의 실질적인 연대로 우리의 이성, 동감, 도덕적 책임감이 과감하게 확장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이와 관련된 보도로 적극 지원할 때다.

코로나 위험사회의 세계질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세계에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BC, 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의 시대(AC, After Corona)로 나누기도 한다. 과연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과연 있을 것인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양상은 언젠가 꺾일 테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은 앞으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든 다른 종류의 전염병이든 인류가 앞으로도 글로벌 전염병의 도전 앞에 끊임없이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의 도전은 이러한 글로벌 전염병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인류에게 강하게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류 문명이 창안하여 발전시켜온 연대가 무엇보다 소중한 수단이라는 점도 깨닫게 하며 이것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의 평화를 위한 사상가 함석헌 선생은 일찍이 냉전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현대를 19세기와 달리 협력의 시대, 특히 개인들의 자발적 협력을 통한 세계 협력의 시대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씨ᄋᆞᆯ들이 이 세계의 협력과 평화를 위해 소중하게 쓰일 것을 꿈꾸며 스스로 노력했다. 현재의 여러 고난은 이러한 깨달음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또한 그의 역사관이었다.

코로나19의 도전은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에게 이 시대의 정신을 다시 한번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다. 그것은 이 시대의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지배와 경쟁이 아닌 진정한 연대와 협력이라는 점이며 인류가 그동안 발전시켜온 연대의 정신과 문화가 바로 이 시대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함석헌 선생의 소망처럼 한반도의 씨ᄋᆞᆯ들이 남북한에서 서로 하나가 될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공생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는 연대와 협력보다 국가의 감시·통제 체계나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글로벌 위험사회가 위험관리를 명분으로 하는 국가의 비상조치로 권위주의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에 지적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도전에 대처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또한 많은 나라가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거나 통제를 강화한 데서 보듯이 국제 협력의 큰 제한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길은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의 도전이나 다른 글로벌 위험에 대처할 지속가능한 방식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자유·평등·정의·연대·민주주의·평화·지속가능성처럼 인류가 현대 문명에서 깨달은 소중한 정신들과도 배치된다.

인류는 단기적으로 유효해 보이는 이러한 권위주의적·국가주의적인 처방과 인류문명의 소중한 자산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처방 사이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질서는 미리 정해진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대의 정신은 후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크게 약화된 공공성과 연대성의 원리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본격적으로 복구할 기회가 되고 있다. 방역체계를 포함한 글로벌 공공의료 체계의 재건 및 강화, 세계경제의 양극화 및 식량위기의 극복, 빈곤국의 국가부채 해소 및 지속가능한 개발의 지원, 글로벌 거버넌스의 강화 등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과제의 해결에서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도전에 맞서는 인류의 연대 정신과 실천의 경험이 지구의 기후변화 같은 생태계 위기의 극복을 위한 인류의 노정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수택은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상대학교에서는 사회학이론, 사회사상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술지 <사회와 이론>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연대주의>, <씨알과 연대>, <연대하는 인간, 호모 솔리다리우스> 등의 저자이다.


태그:#코로나19, #연대, #전염병, #위험, #씨ㅇㆍ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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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연대주의』, 『환경과 연대』,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 등의 저자. 다원화된 한국사회가 분열형 사회 대신에 북유럽국가들 같은 연대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제 극복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의원내각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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