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21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올해 영화제를 '경쟁부문 위주의 비공개 무관객 영화제'로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코로나19 관련 계속되는 방역당국과 전주시의 우려를 감안하면서도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형식적이나마 '개최'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관객이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도 크지만 해외 주요영화제들조차 계획된 일정을 연기하고도 개최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 전주영화제는 감독과 심사위원, 영화제작자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초청작들을 상영하는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영화제 측은 서포터즈인 지프지기와 관객들에게도 무관객 영화제 개최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입장을 전했다. 대신 경쟁작들을 온라인으로 상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주프로젝트마켓을 비롯한 창작지원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경쟁작품 등은 35편 정도에 불과해 2개 안팎의 극장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 측은 "올해 영화제 개최 방식에 따라 일부 출품작의 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주시 의견 고려한 결정
 
전주영화제가 무관객 행사 방침을 정한 것은 공식 입장에서 언급한 대로 '전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전주시 측은 올해 영화제 개최에 난색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영화제들이 대부분 취소나 연기된 현실에서 4월 30일 개최를 예정했다가 5월 28일로 연기한 전주영화제 역시 취소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전주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전주시 고위직 인사 중 한 분이 메르스 때 행정안전부에서 담당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보니 영화제 정상적인 개최에 대해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전주영화제 측이 어떻게든 개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전주시 등 방역당국은 대규모 행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보냈고, 결국 비공개 무관객 영화제로 접점을 찾게 됐다. 양측이 적당한 명분과 실리를 챙긴 모양새다.
 
전주영화제가 무관객 영화제로 방향을 정한 것은 같은 시기 한꺼번에 4개의 영화제가 겹치게 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가 시작되는 28일에는 인디다큐페스티발도 개막한다. 인디다큐페스티발도 3월 개최에서 연기된 경우다. 이어지는 6월 첫째 주에는 무주산골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가 개최된다.
 
규모가 큰 영화제가 작은 영화제들과 동시에 개최될 경우 작은영화제들이 관객 참여 등에서 피해가 큰 데, 코로나 19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런 부분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같은 시기 열리는 다른 영화제들의 사정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주영화제의 선택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개최하려 했던 무주산골영화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주영화제 측은 무관객 영화제에 대한 허전함을 장기 상영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안정화가 됐다고 판단이 설 때 초청작을 관객에게 상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전주독립영화관을 활용해 연중 상영을 구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9년 전주영화제가 열린 영화의 거리 풍경. 올해는 관객이 없는 영화제로 치러진다.

2019년 전주영화제가 열린 영화의 거리 풍경. 올해는 관객이 없는 영화제로 치러진다.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와 공연예술 특수성 설득 필요
 
영화계는 상반기 가장 큰 행사였던 전주영화제의 무관객 개최 방침에 '어쩔 수 없다'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1회부터 다녔던 전주영화제가 무관객 영화제로 열린다는 게 믿기지 않다"며 "살면서 가난하지만 예술만은 누리며 즐기며 살아왔는데 삶의 즐거움을 거세 당한 채 살아가야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 같고,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영화 등 공연 쪽이 방역당국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의 경우 다른 다중 밀집공간과 달리 낯선 관객과 대화를 하지 않고 공연장에선 모든 관객이 앞만 바라보는 데다, 한 자리씩 띄어 앉으면 옆 사람과 팔걸이를 통한 접촉감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를 역임한 유인택 예술의전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장내 착석 전까지 예방조치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 아래, 영화관이나 공연장은 옆 좌석의 낯선 관객과 한 자리 띄어 앉기로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런 특성들이 고려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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