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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를 뾰족하게 살고 싶다. '20대'에 갇히지 않고 '중반'에 머무르지 않고 정확히 스물 다섯에 방점을 찍고 말이다. 그래서 20대에 꼭 해야 할 것들이나 20대 중반이 넘어가며 생기는 변화 같은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직 스물 다섯으로만 살아갈 수 있게 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나이라는 건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니, 오로지 이 땅에서만 그렇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푸른 눈 외국인에게는 실례에 가깝다는 호구조사는 대한민국에서는 관례이고 격식이자 일종의 인사치레다.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나이. 높임말 문화가 발달한 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굳이 반말을 쓸 일이 없는 사회적 관계에서도 서로의 나이만큼은 인지하고 있다는 건 '나이'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민감성을 보여준다.

출생년도, 대학 학번, 군대 군번, 입사 기수로 이어지는 지난한 나이의 굴레는 '그 나이는 어떻다'는 나이대에 대한 인식을 발달시켰다. 20대는 연애, 30대는 결혼, 40대는 육아와 승진 이런 식으로. 덕분에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두 가지의 자기 통찰이 가능해진다. '나 정도면 괜찮구나'라는 안도 혹은 '나는 왜 뒤처지지' 하는 불안감. 후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실 전자의 안도감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거다.

애초에 그 나이대에 정말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은 그 나이대가 무색하게 초월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나이대에서 중간 등수라 해서 다음 나이대에도 그럴 거란 보장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이에 대한 인식이라는 건 누구나 다른 삶을 살다가 다른 시기에 간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는 삶이 20대에 시작하지만 누구는 40대에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고 찬란했던 20대의 영광을 잊지 못해 외롭고 씁쓸한 40대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내 자식의 삶이 시작되면서부터 나의 기쁨이 개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방향은 안전하고 안정된 길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과 인생이 그 나이대의 중간이라는 법은 없다. 10대는 공부를 하는 편이 안전하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 모든 학생들이 학자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20대는 연애를 하는 편이 행복하겠지만 누군가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자기 분야에 매진해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어느 날 훌쩍 떠나 모험가가 되기도 해야 한다. 30대는 결혼을 하는 편이 보통이지만 이 세상에는 사회와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할 혁명가와 지도자도 필요한 법이다. 누군가는 제 나이보다 조숙하게 누군가는 제 나이보다 젊게 살아야 그 나이대에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10대 중반, 20대 초반, 30대 후반 등의 위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나이를 수많은 또래들과 뭉쳐 뭉개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17살로, 23살로, 39살로. 그 나이의 자신으로 가장 뾰족하고 선명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란다.

20대라는 선을 죽 그어 놓고 그 안에 머무는 대신 스물 다섯에 점을 찍고 그 안에서도 오늘을 가리키는 것이다. 스물 다섯의 먼지 많은 봄날, 나는 나이에 대한 글을 쓴 것처럼. 그래서 스물 여섯의 내가 나이에 대한 생각은 또 달라질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의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나이로 늙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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