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신흥강호' NC 다이노스는 2018년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NC팬들은 팀을 이끌 새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국가대표 감독)을 능가하는 실적을 가진 스타 감독이 부임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NC구단의 선택은 현역 시절 타율 .221 5홈런26타점의 성적만을 남긴 무명선수 출신의 이동욱 잔류군 수비코치였다. 팬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이 이끈 2019년의 NC는 .514의 승률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두 명의 외국인 타자가 나란히 타율 .250을 채 넘기지 못했고 간판타자 나성범마저 23경기 만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는 등 악재가 많았던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NC의 선전은 대단히 놀라웠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트윈스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추락했던 NC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했던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꼴찌로 추락했던 팀이 1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하면 그 팀의 다음 시즌 성적은 당연히 '우승'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작년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데려 올 때처럼 눈에 띄는 전력보강은 없었지만 통산타율 .316를 기록 중인 간판타자 나성범의 복귀는 어지간한 FA를 영입하는 것 이상의 전력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NC가 창원의 야구팬들에게 작년 이상의 성과를 선물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투수진] 불운의 대명사 루친스키 재신임, 젊은 불펜 활약 기대
 
 NC 다이노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NC 다이노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NC의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는 작년 30경기에 등판해 177.1이닝 동안 1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3.05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두 자리 승수를 채우지 못했다. 163.1이닝 동안 3.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가 17승을 따낸 것과 비교하면 루친스키의 작년 시즌은 매우 불운했다고 할 수 있다. NC는 루친스키가 올 시즌 타격의 지원을 받는다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릴 거라 믿고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NC는 정규리그 12경기에서 7승 4패 2.75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3실점으로 부진했던 크리스천 프리드릭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빅리그 5년 경력의 우완 마이크 라이트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라이트는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NC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변화구 제구가 불안한 점은 시즌 개막 전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작년 시즌 NC 마운드의 큰 수확은 2016년(이재학, 최금강) 이후 3년 만에 토종 10승 듀오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구창모의 활약과 4년 연속 10승 후 2년 동안 해마다 5승에 그쳤던 이재학의 부활은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예 최성영과 김영규가 경쟁하는 5선발만 안정된다면 NC 선발진은 충분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 

대장암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인공 원종현은 작년 31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안착했다. NC는 올해 팔꿈치 수술 후 재활과정을 마친 기존의 마무리 임창민이 복귀하지만 이동욱 감독과 손민한 투수코치는 원종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굳이 마무리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다. '김경문 시대'를 이끌었던 김진성, 임창민이 어느덧 노장이 된 올해, NC는 20대의 장현식과 배재환이 '이동욱 시대'의 기수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작년 NC가 외국인 투수를 중도교체하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의 빈자리를 메운 박진우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에서 두산으로 그리고 다시 친정 NC 유니폼을 입은 박진우는 작년 140.2이닝을 던지며 9승7패5홀드3.14로 맹활약했다. 올해도 박진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이동욱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을 전망이다.

[타선] 나성범 복귀와 알테어 합류, 다시 강해진 NC타선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해외 진출 자격이 주어졌던 나성범은 23경기에서 타율 .366 4홈런 14타점 19득점을 기록하며 '몬스터 시즌'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5월 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및 연골판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그대로 시즌 아웃됐고 해외진출의 꿈도 함께 무산됐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 때문에 시즌을 일찍 접은 만큼 나성범은 올 시즌을 통해 작년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하다.

작년 NC가 간판타자 나성범 없이도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했던 비결은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의 가세가 결정적이었다. 양의지는 작년 시즌 1984년의 이만수 이후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에 등극하며 NC가 양의지에게 선사한 4년 125억 원이 '가치 있는 투자'였음을 증명했다. 올해 NC의 새 주장으로 선출된 양의지는 부상만 없다면 공수에서 NC의 야구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줄 것이다.

NC는 작년 시즌 멀티 플레이어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타율 .246 8홈런 29타점, 외야수 제이크 스몰린스키가 타율 .229 9홈런 42타점으로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6년 경력의 외야수 애런 알테어를 영입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이던 2017년 빅리그에서 17홈런을 때려냈던 알테어가 4번 타순에서 장타력을 뽐내 준다면 NC의 중심타선은 빈틈을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손시헌(NC 수비코치)이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제 NC의 내야는 어느덧 프로 9년 차의 중고참이 된 노진혁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만약 노진혁이 붙박이 유격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작년 후반기에만 타율 .303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뽐낸 신예 김창현에게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작년부터 1루와 지명타자로 나서며 타격에 전념하고 있는 모창민 역시 올해는 부상 없이 팀의 도약에 기여해야 한다.

작년 타율 .267 19홈런74타점으로 '절반의 반등'에 성공한 박석민은 구단으로부터 2+1년 최대 3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장금액 16억 원에 옵션이 18억 원으로 박석민이 꾸준히 기량을 유지해야 계약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 이적 첫 해까지만 해도 리그 최고의 3루수 중 한 명이었던 박석민이 올해 팀 내에서 프로 경력이 가장 긴 고참 타자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키플레이어] 자존심 회복 노리는 NC 외야의 핵심 유망주
 
 지난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NC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NC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NC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NC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 시즌이 끝난 후 NC가 FA시장에서 중견수 이종욱(NC 작전, 주루코치)을 4년 50억 원에 영입했을 때 김경문 전 감독의 계획은 이종욱이 외야의 중심을 잡아주는 동안 이 선수가 성장해 자연스럽게 이종욱의 자리를 물려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이종욱이 선수생활을 마친 현재까지도 NC의 간판 외야수로 성장하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는 김성욱이 그 주인공이다.

김성욱은 2012년 NC입단 당시 뛰어난 장타력과 빠른 발, 강한 어깨, 그리고 훈훈한 외모를 두루 겸비한 NC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 받았다. 2016년 130경기에서 타율 .265 15홈런 51타점을 기록하며 1군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때만 해도 김성욱이 순조롭게 NC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물려 받는 듯했다. 하지만 김성욱의 성장속도는 NC팬들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김성욱은 매년 .250 언저리의 타율과 10개 안팎의 홈런, 3~40개의 타점을 기록하는 평범한 외야수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뛰어난 수비와 아직 완전히 폭발하지 않았다고 믿는 잠재력 때문에 매년 110경기 이상 출전 기회를 얻지만 한 번도 구단과 팬들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특히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진 작년 시즌엔 1군 선수가 된 후 가장 낮은 .230의 타율에 머물렀다.

NC의 외야에는 나성범이 돌아왔고 외국인 선수 알테어가 합류했으며 작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이명기도 있다. 여기에 내외야를 넘나들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태진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성욱이 젊은 나이와 잠재력을 앞세워 많은 출전기회를 보장받던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과연 NC 외야의 미래로 꼽히던 김성욱은 올 시즌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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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NC 다이노스 나성범 드류 루친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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