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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에 마련된 홍제 제3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제 21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에 마련된 홍제 제3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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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주의자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통합진보당 당원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교육공무원으로 정당에 가입할 수 없었을 뿐더러 통합진보당이 자중지란으로 사분오열하는 것을 보며, 권력을 다툴 때는 진보라고 보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보정당에 매우 크게 실망한 이유였다. 그러나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적은 없었다.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해 통합진보당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6석으로 그쳤을까. 지난번 국회에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가능케 한 선거법이 통과됐을 때 다양한 의견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따.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진보 정당의 한 축이었던 정의당이 다수의 국회의원을 국회에 진출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도 컸다. 우리 정치 변화의 출발점이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민주·진보 세력이 힘을 합쳐 만들어 냈던 값진 승리로 생각했다.

선거법에 반대하던 제1야당, 기가 찼다

당시 국회를 '동물 국회'로 만들었던 지금의 제1야당이 개정된 선거법을 반대하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말에는 기가 찼다. 더구나 국정 농단의 주축세력이었던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장관이었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던 당사자가 황교안 대표 아니었던가. 법무부장관이었을 때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는데 첨병 역할을 했던 그였다. 통합진보당에 속한 국회의원이 자당 연찬회에서 한 발언을 근거로 정당을 해산시킨 무자비한 정권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그였다.

그 점에서 박근혜 정권은 사법부를 정권에 종속시켜 헌법을 유린했던 반민주주의 정권이었다. 또 그들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생각되었던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쳐냈던 졸렬하고 비열한 정권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우왕좌왕하고 허둥대면서 위기관리 능력에는 무능했던 정권이었다.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흔들고, 광장을 장악하고, 깽판 칠 때 그들의 거친 행동에 오히려 동조했던 그들이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반성도 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정당이었다. 그러했던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 운운한 것은 가소로운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때 같이 탄핵 받아 우리 정치에서 퇴출 시켰어야 할 정치세력이었다.

민주당을 믿었지만

나는 이번 총선에서 그들을 심판하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하기를 기대했다. 지난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할 당시 그들의 정치적 결단을 높게 평가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꼼수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말을 나는 믿었다. 그것이 개정된 선거법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표가 이해찬이었고 원내대표가 이인영이었기 때문에 믿었다. 최고위원이 박주민이었고 설훈이었기 때문에 믿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앞장섰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민주당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믿었다. 그러나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등 말을 바꾸는 과정은 또 다른 위선을 보는 것 같았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권력을 가진 자의 탐욕과 집착 그리고 오만함을 읽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대승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시대가 중단되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이 오히려 민주당에게는 득이 됐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한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촛불 혁명이후 3년을 참고 기다려왔던 국민들이 미래통합당을 심판하겠다는 결기가 민주당으로 표를 몰아준 결과였다. 민주당이 좋은 사람을 영입한 결과이기도 했겠지만, 솔직히 말해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함부로 뒤집고, 소수 정당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든 탐욕스러운 지금의 민주당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아쉽다, 정의당

정의당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정의당이다. 정의당이 편법을 단호히 거부하고, 원칙을 지키겠다는 그 뜻은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겠으나 정치는 현실 아닌가?

단독으로 과반 획득을 자신했던 민주당이 선거 연대를 거부할 때 이를 성사시켜내는 것이 정치력 아닌가. 그러한 정치력도 갖지 못 하고 어찌 제1야당의 야무진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국민의 마음을 그렇게 읽지 못 하고서야 언제 집권 정당이 가능하겠는가? 예상했던 것보다 기대 이하로 나온 결과를 두고 드는 생각이 그러하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오래 전에 국외자 투표권 신청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영사관에서 준비하던 투표 행정이 중단돼 표를 던질 기회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투표권이 사라짐에 따라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만약 내가 투표를 했다면? 지역에서는 나도 민주당을 찍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오만함을 알면서도 지금의 야당을 심판하는 것이 우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정당 투표는?

지금까지 투표 성향으로 보면 정의당을 선택했겠으나 이번 만큼은 선택을 달리했을 것이다. 내가 믿고 찍을 수 있는 후보가 열린민주당 비례 3번 강민정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보가 살아온 삶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가 국회의원 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닌 것을 알고 있기에 그렇다.

'열린민주당'이라는 급조된 정당에,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은 진정한 진보주의자의 자세는 아닐 듯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진보 정당의 성장을 응원해왔던 나로서는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만 진보주의자였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정의당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 만약 투표권을 행사했었더라면 더욱 미안했을 것이다.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정당은 언제 집권이 가능할까. 그때는 과연 올까. 그래도 희망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당에게는 너무나 억울했던 선거였다, 그래도 진보의 가치를 소중하게 껴안고, 끝까지 분투한 정의당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다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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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17년 2월 정년퇴임. 2018년 <우물쭈물하다 끝난 교사 이야기> 출간하고 지금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머물며 이곳 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해 영어를 다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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