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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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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또 하나의 코리안시리즈 게임이 끝났다. 물론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총선 이야기다.

민주당 계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꿈의 의석수를 국민들에게 허락받았다. 단독과반을 훨씬 넘어서서, 심지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권능(180석)을 위임받게 되었다. 미래통합당 계열(통합당+미래한국당)은 개헌저지선(100석)은 간신히 지켰지만, 사실상 국회에서 존재감이 떨어지게 됐다.

이로써 범민주진영은 대통령권력과 지방정부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장악하게 되었다. 삼위일체의 집권세력이 된 것이다. 촛불혁명이 명령하는 개혁과제와 미래 어젠다를 밀고 나갈 현실적 동력을 확보했다.

권한에는 책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 엄청난 승리에 감사를 드리는 것은 순간이고, 이 권한에 따른 책임의 무게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거대한 승리에 자만과 방심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경제붕괴를 극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파도의 움직임과 해류의 움직임을 알아야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의 변화를 더 본질적으로 이해하려면, 대륙판의 이동을 알아야 한다.

이번 총선이 야기한 정치적 지각변동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한국정치의 '판'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 나름의 해석을 풀어보고자 한다.

거대한 충돌로 점철된 60년 항쟁사

한국정치의 지각변동을 야기하는 두 개의 판이 있다. 필자는 편의적으로 이것을 '5·16 쿠데타 판'과 '촛불혁명 판'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 판의 원형이 형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1961년 박정희 소장과 그의 추종자들이 일으킨 5·16쿠데타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박정희가 만든 민주공화당을 직접적 뿌리로 민주정의당 - 민주자유당 등을 거쳐 오늘의 미래통합당 계열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희팀의 개발독재에 대항하여 형성된 것이 김대중과 김영삼이 지도한 민주화운동이었다. 이들도 신민당을 시작으로 평민당 - 열린우리당을 거쳐 오늘의 민주당계열로 발전해왔다. 개발독재팀과 민주화운동팀이 대한민국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쟁투한 코리안시리즈가 지난 60년 한국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이 코리안 시리즈는 1987년 6월항쟁을 분기점으로 1기 30년과 2기 30년으로 나누어진다. 1기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군사독재정권이 주도한 시기였고, 2기는 민주화의 진전을 배경으로 (김영삼 세력이 노태우 세력에 투항하여 만들어진) 3당 합당이 주도한 시대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노무현 대통령의 '노풍정권'조차도 민주화운동팀을 주류세력의 지위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6월항쟁의 거대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분열한 민주화세력은 3당 합당세력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었다. 3당 합당세력이 내분에 빠질 때, 그 틈을 비집고 민주화세력은 간신히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5·16 쿠데타 판과 촛불혁명 판에서 성장한 세력이 영남동맹과 민주동맹이다. 그 역사적 내력을 알아보자.

3가지 키워드 : 합종연횡, 세대, 계급

지난 60여 년간 박정희 대통령을 시조로 한 세력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영남동맹'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박정희는 군부 내 영남 출신을 '하나회'라는 조직으로 키웠고, 하나회의 리더 전두환이 두 번째 쿠데타로 집권하여 영남집권세력을 강화해왔다. 노태우-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영남동맹은 남한사회에 깊고 넓게 뿌리내렸다. 영남동맹의 내부구조는 TK를 성골로, PK를 진골로 한 지역연합세력이다.

영남동맹에 대항하는 '민주동맹'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6월항쟁을 전후로 하여 민주동맹은 질적으로 변화를 겪었다. 71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탄생한 김대중-김영삼의 민주동맹은 6월항쟁의 승리를 이루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87년 대선에서 결국 분열했고,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군부독재세력과 손잡고 3당합당을 감행했다.

김영삼이 떠난 이후 민주동맹은 오랜 기간 호남에 갇혀 고립된 상태였다. 김영삼과 결별한 노무현 대통령이 각고의 노력으로 영남민주화세력의 복원에 성공하여 마침내 영호남연합정권의 성격을 띤 노무현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친노와 호남의 갈등과 분열은 영남동맹의 역습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60년간 쿠데타 세력은 영남연합이라는 합종책의 유지발전을 집권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반대로 호남과 영남의 민주화세력을 연횡시키고자 하는 민주동맹은 87년 분열의 후과로 말미암아 내부분열과 대립이 일상화되어 항상 위태위태했다. '호남-충남연합'을 뜻하는 DJP연합조차도, 영남동맹이 내부적으로 분열될 때를 틈타 일시적으로 정권을 잡은 임시변통이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민주동맹의 위기는 2016년 안철수를 앞세운 호남세력이 민주당을 빠져나갔을 때였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세력이 친문과 호남세력으로 분리되었을 때가 최대의 위기국면이었다. 이 위기국면을 구한 것은 풀뿌리 시민들이 주도한 '촛불혁명'이었다. 촛불혁명의 에너지에 힘입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세대와 계층은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역구도 만큼 중요한 변수는 없다. 보수세력의 핵심이 '영남동맹'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민주동맹'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미래 어젠다를 추구하면서도 지역구도에서도 포위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대선과 작년의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의 총선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동맹'의 기본골격을 존중했기에 가능했다. 영호남의 민주동맹이 와해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사면초가의 상태에 빠진다. 민주동맹이 유지되면, 정권의 지지도는 40% 이하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호남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영호남의 민주동맹은 '산소'와 같아서 유지될 때는 중요성을 잊어버리기 쉽지만, 깨지는 순간 정치적 파국이 오게 된다.

진보사대주의와 보수사대주의의 종언
 
황교안 사퇴 "모든 당직 내려놓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황교안 사퇴 "모든 당직 내려놓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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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남한의 보수세력인 영남동맹은 냉전시기에는 미국안보전략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을 국가생존전략의 기본으로 삼았고, 탈냉전시대에는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19사태로 말미암아 '맹목적 보수사대주의'는 시대에 동떨어진 흐름으로 나타났고, 이번 총선에서 극적으로 심판받았다.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달라는 그들의 외침을 '영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보수적 사대주의가 파탄 난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코로나19방역을 우습게 여기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방역이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인정하고 있다. 우리식 해법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진보진영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독일식 연동형제를 도입만 하면 정치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희대의 혼란이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나 주체사상을 선진적이라 생각했던 진보진영은 그것들의 환상이 깨지자 유럽식을 이상향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준연동형제 파문으로 '우리는 우리 현실에 적합한 우리식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사대주의'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6월항쟁세대의 역할론을 주창한다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게 된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집권세력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정권재창출의 결정적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곧 지도체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5월 중 원내대표를 뽑아야 하고, 8월에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동맹이 강화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모든 나라에는 그 나라를 주도하는 핵심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일본의 경우 '삿초동맹'이 있다. 서로 전쟁을 일삼던 지방세력인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막부타도와 천황친정체제'를 목표로 맹약을 맺고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켰다. 그 후 150년 동안 이들이 현대일본을 주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이들의 일원이다.

중국의 경우, 1930년대 대장정에 참여한 '대장정세대'가 오늘의 중국공산당을 만든 핵심세력이다. 모택동의 건국과 등소평의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있었겠는가?

북한의 경우에도, 1930년대 만주에서 활동한 '항일유격대 세대'가 주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영남동맹은 5·16쿠데타세력을 중심으로 재벌과 관료, 언론, 보수종교 등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 결과 오늘의 거대한 기득권동맹이 되었다.

민주동맹의 경우, 87년 6월항쟁세대가 바로 그런 위치에 있다. 6월항쟁세대가 나이 들면서 또 한번 '사고' 친 것이 바로 '촛불혁명'이기도 하다. 이제 그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집권민주당을 명실상부하게 이끌 지도집단이 되었다.

왜 보수언론이 '586퇴장론'을 그토록 집요하게 목놓아 외쳤겠는가? 6월항쟁세대야말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동맹을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집권당의 주도세력이 된 6월항쟁세대는 민주당을 민주동맹의 구심으로 키우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은 퇴장할 때가 아니고, 오히려 제대로 활약해야 할 때다. 그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제 주류교체의 수레바퀴가 본격적으로 돌아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고한 이충렬(64) 작가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조직부장과 민주개혁정치모임 사무차장, 노사정위원회 책임전문위원, 노무현 대선후보의 외교특보 겸 정책특보 등을 지내며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반유신투쟁), 노동운동(구로공단), 정치권(민주당계열) 등에 몸담았다. 지난 2012년 대선이 야당(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끝나자 강화도로 귀촌했고, 지난 2015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레디앙)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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