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꼽히는 김은숙은 출세작인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까지 대부분의 작품을 SBS와 함께 했다. 하지만 2016년 KBS의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타 방송국에 진출한 그는 2016년과 2018년 tvN의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최고의 작가로 등극했다.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에 주연으로 나왔던 배우를 차기작에 주연으로 출연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파리의 연인>과 <연인>에 출연했던 김정은, <온에어>와 <신사의 품격>에 출연했던 김하늘 정도를 제외하면 박신양, 하지원, 차승원, 송혜교, 공유, 현빈 같은 대스타도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두 번 이상 주연으로 출연하지 않았다.

17일 첫 방송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SBS 금토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킹>)는 김 작가와 SBS가 2013년의 <상속자들> 이후 7년 만에 재회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는 <더킹>에서 그동안의  원칙(?)을 깨고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도깨비>의 김고은을 한꺼번에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특히 강력계형사 정태을 역의 김고은은 <도깨비> 이후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에서 또 한 번 김 작가의 대본으로 연기를 한다.

데뷔작 <은교>로 10개 영화제 신인상 휩쓴 '괴물신인'
 
 김고은은 <은교>에서 신인답지 않은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동시에 받았다.

김고은은 <은교>에서 신인답지 않은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동시에 받았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 중국  베이징에서 10년을 살았던 김고은은 계원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다가 2012년 정지우 감독의 <은교>에 캐스팅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2012년 4월 25일 개봉한 <은교>는 마블 스튜디오의 기대작 <어벤져스>와 맞붙었고 상영 기간 내내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교>는 본의 아니게 구사했던 2위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지며 전국에서 1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은교>는 여전히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지만 은교를 연기한 신인 배우 김고은의 연기에 대해서는 찬사 일색이었다. 그렇게 김고은은 2010년대에 등장한 첫 번째 '괴물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종상과 청룡영화제를 포함해 무려 10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싹쓸이했다. 김고은이라는 대형신인의 등장은 대한민국 영화계 전체를 설레게 했을 만큼 대형사건이었다.

하지만 김고은 역시 여느 신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데뷔 이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복귀작으로 선택했던 <몬스터>가 전국 52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 참패했고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던 <차이나타운>도 전국147만 관객으로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겼을 뿐이다. 특히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출연했던 <협녀, 칼의 기억>이 43만 명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2015년 한국영화계의 큰 이변이었다.

<은교> 이후 4편의 영화에서 흥행실패라는 쓴맛을 본 김고은은 2016년 드라마로 눈을 돌려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었다. 김고은은 <치즈인더트랩>에서 원작과는 다른 매력의 홍설을 잘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작품은 7%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김고은에게 <치즈인더트랩>은 리허설에 불과했다.

김고은은 같은 해 연말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연기하며 인생캐릭터를 또 한 번 경신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고등학생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한 김고은은 극 초중반부의 해맑은 캐릭터부터 후반부의 슬픈 연기까지 해내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쩍 올라갔다. 실제로 김고은은 2017년 1월 광고모델과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조사 결과에서 2위를 차지했다(물론 1위는 <도깨비>에 함께 출연했던 공유).

영화에서는 유독 안 풀리는 김고은, 드라마 <더킹>으로 반전 노린다
 
 김고은은 <은교>부터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한 번도 전국 2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다.

김고은은 <은교>부터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한 번도 전국 2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다. ⓒ CGV 아트하우스

 
김고은의 영화는 유독 마블 스튜디오와 깊은 인연(?)이 있다. 데뷔작 <은교>는 <어벤져스>와 개봉 날짜가 같았고 <몬스터> 개봉 2주 후에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가 개봉했다. 2015년 4월 29일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일주일 먼저 개봉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만나는 불운을 겪었다. 2018년 7월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변산> 역시 <앤트맨과 와스프>와 같은 날 개봉해 피해(?)를 봤다.

마블의 방해(?)에 고전하던 김고은은 작년 <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의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에 출연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는 감성 멜로라는 호평과 주연배우 김고은, 정해인의 화사함만 빼면 볼 것 없는 영화라는 혹평 사이에서 전국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김고은은 데뷔 후 총 8편의 상업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200만 관객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김고은이 '흥행보증수표'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지상파 금토 드라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김고은은 <더킹>에서 '죄 지은 놈은 발 뻗고 못 자고 쫓기는 놈은 반드시 잡히게 되어 있다'는 지론을 가진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정태을을 연기한다. 김고은은 <도깨비> 이후에 출연했던 영화들이 흥행에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던 만큼 <더킹>은 그의 배우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사실 <더킹>은 군복무를 마친 이민호의 복귀작으로도 많은 화제가 됐다. 이민호는 수려한 외모와 기품 있는 자태, 고요한 성품에 문무를 겸비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을 연기한다. 최근 2,3년 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신예' 딱지를 떼고 있는 우도환은 황제의 경호원 조영과 소집해제만 기다리는 사회복무요원 조은섭으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배우 김경남도 김고은의 동료 형사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김고은은 작년 연말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른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의 촬영을 마치며 영화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예방물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정을 위해 마스크 4만장 상당의 금액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와 3년 만에 재회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김고은은 30대의 첫 해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김고은은 <더킹:영원의 군주>에서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로 변신한다.

김고은은 <더킹:영원의 군주>에서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로 변신한다. ⓒ <더킹:영원의 군주> 홈페이지

 
김고은 더킹:영원의 군주 이민호 은교 김은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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